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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득실만 따진 여야, 눈치만 본 독립 획정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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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구 획정 법정시한 못 지켜…향후 전망도 불투명

[윤미숙기자] 우려가 현실화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20대 총선에 적용할 선거구 획정안을 법정 시한(공직선거법 상 총선 6개월 전)인 13일까지 국회에 제출하지 못했다.

획정위는 법정 시한을 앞두고 수차례 마라톤 회의를 열었지만 국회의원 지역구 의석수를 현행(246석)대로 유지한다는 큰 틀에만 의견을 모았을 뿐 획정안 세부 내용에 대해선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결국 획정위는 이날 오전 전체회의를 거쳐 법정 시한 내 획정안 제출이 불발된 데 대한 '대국민 사과 성명'을 채택하고 오후 발표키로 했다.

◆두 손 든 획정위, '농어촌 의석 감소' 쟁점

획정위는 지난달 말 국회의원 지역구 의석수를 사실상 246석으로 확정했다. 국회의원 정수 조정이 불가능한 만큼 지역구 의석수도 현행을 유지키로 결정한 것이다.

문제는 이 기준에 따라 선거구를 획정할 경우 상대적으로 인구가 많은 수도권 지역은 의석이 증가하고, 인구가 적은 농어촌 지역의 경우 의석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실제 모의 획정에서 수도권인 경기는 7석이 늘어나는 반면 영·호남은 3~5석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농어촌·지방에 지역구를 둔 여야 의원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획정위는 자치구 시·군 분할 금지 원칙의 예외 지역 확대, 상·하한 인구수 산정 방식 변경 등 농어촌 지역 대표성 확보 방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획정위는 수도권의 분구를 가능한 억제해 확보한 의석을 농어촌에 배정하는 방식에 의견일치를 보고서도 어느 지역을 '배려'할 것인지를 놓고 획정위원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법정 시한을 맞이했다.

김대년 획정위원장은 전날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위원들 간 현해차로 최종 합의안 도출에 실패했다. 국민여러분께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독립기구' 획정위, '여야 대리전'으로 허송세월

지난 7월, 선거 역사상 첫 독립기구로 출범한 획정위가 3개월 가량 논의를 거듭했음에도 불구하고 법정 시한 내 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못한 데는 여야 정치권이 각자의 이해득실에 얽매여 선거구 획정 기준을 제 때 마련하지 못한 점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획정위는 출범 초부터 여야에 국회의원 정수, 지역구·비례대표 의석 비율, 선거구 획정 기준 등을 마련해 줄 것을 촉구했으나 논의가 지지부진하자 법정 시한을 지키기 위해 자체 기준을 마련, 선거구 획정 작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 244~249석 범위 내에서 지역구 의석수를 정하겠다고 발표하자 농어촌·지방 의원들이 반발했고, 이를 의식한 여야 지도부가 협상에 나섰지만 첨예한 이견을 조율하기엔 물리적 시간이 부족했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최종 확정한 획정위원 구성은 여야 성향 각 4명씩 총 8명이다. 독립기구라고는 하지만 획정위원 성향 상 '여야 대리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았던 것이다. 획정안 의결 요건도 획정위원 3분의 2 찬성으로 사실상 합의가 쉽지 않은 구조다.

획정위는 비록 법정 시한을 준수하지 못했지만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획정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여야 정치권의 논의가 현 상태에 머무른다면 획정위의 선거구 획정 작업은 거듭 진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윤미숙기자 come2ms@inews24.com 사진 조성우 기자 xconfin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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