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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I의 과학향기]건강 검진기에 담긴 과학원리, 심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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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부터 가끔씩 가슴이 답답하고, 쥐어짜는 듯한 통증을 경험했던 이모(48)씨. 최근 들어 과중한 업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던 중, 갑작스럽게 참을 수 없는 호흡곤란과 가슴 통증이 생겨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담당 의사는 “특별한 문제점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협심증 초기 상태일 수도 있다”라고 진단하며 “앞으로 3개월에 한번 씩은 병원에 와서 ‘심전도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아보는 것이 좋겠다”라고 권유했다.

혹시 심장에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닌가 하고 걱정하던 이 씨는 한 숨을 돌렸지만, 이내 심전도 검사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심전도 검사에 대해 묻자 의사는 “심장의 현재 상황이나 심장 및 혈관과의 관계를 파악하는 검사”라고 설명하며 “이를 통해 심장의 활동 상태가 건강한지를 점검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 심장이 보내는 전기신호를 포착하는 심전도계

심장은 우리 몸에 혈액을 공급하는 엔진과 같은 존재로서, 생명과 직결되는 기능을 가진 장기다. 항상 규칙적으로 박동하기 때문에, 생명이 붙어 있는 한 절대로 멈추는 법이 없다.

하지만 심하게 놀라거나 스트레스를 받아 감정에 기복이 생기면, 호르몬 분비의 변화에 의해 심장 박동이 달라진다. 이럴 때 보통은 심장에 문제가 없는 경우,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예전 상태로 돌아가지만, 심장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이상 신호를 보내게 된다.

그런 이상 신호를 포착해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기기가 바로 심전도다. ECG(electrocardiogram)라는 약자로 표시하기도 하는 심전도는 심장의 전기신호를 피부에 부착한 전극을 통해 기록하는 것으로서, 심장에 대한 검사 중에서도 가장 기본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전극은 신체의 여러 부위에 부착하는데, 이를 통해 심장 각 부위의 전기적 현상을 잘 이해할 수 있다. 이것은 마치 우리가 사물을 볼 때 한 쪽에서만 관찰하는 것 보다는 앞과 뒤, 그리고 위, 아래와 같이 3차원적으로 관찰해야 그 사물을 좀 더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다.

심전도는 각 부위의 전극에서 검출된 신호의 크기, 즉 전압을 시간에 대한 그래프로 나타낸다. 이를 통해 심장 각 부위에서 전압이 약하거나 강해진 것을 분석할 수 있으며, 심장의 리듬이 어떻게 불규칙한지, 또는 빠르거나 느린지를 알 수 있다.

이 같은 심전도 검사는 흉통이나 호흡곤란과 같이 심장의 이상 증상이 있는 환자나 고혈압과 같이 심장에 영향을 주는 질환이 있는 환자가 검사할 때 주로 사용한다. 또한 입원이나 수술 전 환자에게는 기본적인 검사로 시행되는데, 검사 전에 특별한 준비사항이 없다는 것도 심전도 검사가 가진 장점 중 하나다.

아래 사진은 26세 남성의 정상 심전도를 나타낸다. 파란색 상자 속의 패턴이 반복되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키가 크고 날렵한 QRS파(QRS complex)형이다. QRS파는 심장 아랫부분인 심실의 기계적 수축을 뜻한다.

QRS파를 중심으로 그 앞에 작은 돌기의 P파가 보인다. P파는 심장의 윗부분인 심방에 전기가 흐르면서 나타나는 파형으로 P파가 나타난 후에는 심방이 기계적으로 수축하게 된다.

QRS파 뒤에는 P파보다 큰 돌기의 T파가 나타난다. T파는 심실이 수축한 후 다시 돌아오는, 즉 이완하는 과정과 관련이 있다. 정상 심전도의 파형은 P, QRS, T의 순서로 한 패턴이 되풀이 되는 파형이다.

■ 입기만 하면 심전도를 측정할 수 있는 티셔츠형도 개발돼

심전도를 개발한 사람은 네덜란드의 생리학자이자 의사인 ‘빌렘 에인트호벤(Willem Einthoven)’이다. 생리학에 대한 그의 관심은 인체 내를 흐르는 전기를 측정하기 위한 장치 개발로 이어졌는데, 신경 및 근육 등에 일어나는 전류를 측정하는 ‘혈전류계’를 최초로 고안해 생물전기 분야에 공헌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연구는 혈전류계 개발에만 그치지 않았다. 혈전류계의 원리를 기반으로 심장에서 나타나는 전기 생리의 연구를 계속한 결과, 1901년 초기 형태의 심전도계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전선을 사람에게 연결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시대였기 때문에 그 대상은 ‘개’였다.

개를 전선에 연결하면 타죽을 것이라 모두들 생각했지만, 에인트호벤의 생각대로 심전도 검사는 성공적이었다. 개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자신감을 얻은 그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의료기로서의 가능성까지 구상했다. 심장의 규칙적인 박동을 검사할 수만 있다면, 심장에서 나타나는 각종 질병과 이상 신호를 쉽게 알아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병원 문까지 닫을 정도로 연구에 매진한 에인트호벤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결국 ‘단선 검류계’라는 현대적 심전도계의 초기 모델을 만든다. 이 장치는 전자선의 양극 사이에 은도금을 한 석영 선을 연결한 것으로, 심장근육의 수축 시에 발생하는 전류를 감지해 한 방향으로 통과시키는 방식이었다.

이를 통해 에인트호벤은 심장의 수축과 완화 시에 서로 다른 뚜렷한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고, 비로소 심전도계라 부를 수 있는 기기가 탄생하게 됐다. 네덜란드 조그만 마을의 한 의사가 열정을 쏟은 덕분에, 인류는 오늘날의 심전도계를 갖게 된 것이다.

최근에는 부경대학교 전자공학과 연구팀이 현대식 심전도계에서 한 단계 더 발전된 티셔츠 형심전도계가 개발돼 주목을 끌고 있다. 이 시스템은 온몸에 전극을 연결하는 불편을 덜고, 옷처럼 입기만 해도 간단하게 심전도 검사를 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번에 개발한 심전도계를 통해, 앞으로는 병원에 가지 않고도 심전도 검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글 : 김준래 과학칼럼니스트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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