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은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그룹 내 핵심 계열사인 현대중공업의 현대차 지분을 매입하면서 현대차의 2대 개인주주가 됐다.
현대자동차는 24일 현대중공업이 보유한 현대차 주식 316만4천550주를 정 부회장이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를 통해 사들였다고 공시했다. 주당 가격은 15만8천원, 전체 매매대금은 4천999억9천890만원이다.
이번 주식 매입으로 정 부회장은 기존 보유 주식 6천445주에 더해 현대차 주식 총 317만995주를 보유하게 됐다. 지분율은 1.44%다. 정 부회장의 주요 계열사 지분은 현대글로비스 23.29%, 기아차 1.74%, 현대엔지니어링 11.7% 등이 됐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거래는 현대중공업이 현대차그룹에 매수 의사를 타진하면서 진행했다.
현대차그룹 측은 정 부회장의 주식 매입이 경영권 승계와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우호 지분인 현대중공업 보유 현대차 지분이 제 3자에게 매각될 경우 현대차의 안정적 경영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정 부회장이 인수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 부회장의 이번 지분 인수를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어 지배구조 정점에 현대모비스가 있다. 현대모비스는 정 부회장이 현대차 주식을 사들이기 전날인 지난 23일 자사주 매입을 공시했다.
삼성증권 임은영 애널리스트는 "시기적으로 현대모비스의 1% 자사주 매입에 이은 정 부회장의 현대차 지분 매입은 지배구조 개편의 일환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며 "이번 지분 매입이 규모는 미미하지만 여러가지 지배구조 시나리오를 볼 때 글로비스의 중요성이 재차 부각될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KB투자증권 신정관 애널리스트는 "전일 현대모비스의 자사주 취득과 정 부회장의 현대차 지분 매입은 모두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전환이 장기적인 과제로 진행 중임을 보여주고 있다"며 "현대차그룹도 순환출자고리를 제거하고, 소유 및 지배구조를 단순화시키는 방향성에서 그룹 지배구조 변화를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현대차 지분 매입을 정 부회장의 승계가 임박한 것으로 연결시키는 것은 확대해석 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메리츠종금증권 김준성 애널리스트도 확대 해석을 경계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이번 지분거래는 재무건전성 개선이 필요한 현대중공업 그룹의 현금확보 노력의 일환"이라며 "이번 지분매입을 지배구조 승계의 시발점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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