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경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현재의 통화정책 운영체제인 물가안정목표제로는 디플레이션 대응이 어렵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이 총재는 20일 한은이 개최한 조사통계 국제콘퍼런스 개회사를 통해 "그동안 인플레이션은 장기적으로 통화정책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인식됐지만 금융위기 이후에는 수요공급 등 경기 요인뿐 아니라 세계경제의 구조적 변화에도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글로벌 수요가 선진국을 중심으로 완만하게 회복되고 있으나 여전히 잠재생산 수준을 밑돌고 있으며, 국제유가 등 원자재가격 하락이 공급측면에서 물가수준을 낮추는 요인으로, 인구고령화, 유통구조 혁신, 글로벌 경쟁심화 등도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시키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이는 "인플레이션 동학(inflation dynamics)이 과거와 상당히 달라졌음을 시사한다"며 "각국 중앙은행이 여러 가지 새롭고 어려운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이 총재는 "다수의 중앙은행들이 물가안정목표제를 통화정책 운영체제로 채택하고 있으나, 최근 같은 저인플레 상황 속에서 이 같은 체제가 최선책인지 연구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물가안정목표제로는 저인플레 상황하에서 경기부진이나 디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또 "금융완화 기조 지속에 따른 경제적 부작용을 살펴야 한다"는 시각도 제시했다. 기업투자 등 실물경제에서의 위험추구 경향이 낮은 반면 금융 부문의 위험추구가 높아지면서 경제 및 금융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지 않는지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 정책금리 수준이 낮아지면서 가계부채 증가세가 확대됐는데, 이에 따른 금융시스템 리스크뿐만 아니라 소비여력 약화 등 거시경제적 리스크도 커지고 있어 이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는 점을 거론했다.
아울러 인플레이션의 추세적 하락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는 인구고령화, 경제불균형 심화, 총요소생산성 둔화 등 구조적 문제에 대한 중앙은행의 대응방안도 생각해봐야 한다는 입장도 내놨다.
인구고령화는 노동공급의 감소, 소비성향의 약화 등을 통해 물가상승압력을 완화시키고 통화정책의 파급경로를 변화시키고 있어 통화정책 수행시 이를 고려할 필요가 커졌다는 판단이다. 완화적 통화정책의 수요증대 효과는 오래갈 수 없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금융, 노동 부문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구조개혁이 중요하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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