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수기자] '중국 IT산업의 심장'이라 일컬어지는 조용한 강자가 있다. 화웨이다. 1987년 동업자 6명이 자본금 360만 원으로 출발한 화웨이는 27년 만에 연매출 50조 원 규모의 거대 스마트폰 기업으로 거듭났다. 창업자 런정페이는 '포춘'이 선정한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비즈니스 리더'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화웨이가 처음부터 화려했던 것은 아니다. 창업한 그 순간부터 중국 통신시장에 진출해 있는 지멘스, 에릭슨, 루슨트테크놀로지 등 쟁쟁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해야 했기에 번번이 파산 직전까지 몰리며 생존을 도모해야 했다.
신간 '위기를 경영하라'는 5년에 걸쳐 화웨이 발전사에 담긴 위기극복 철학을 연구하고 정리한 결과물이다. 저자는 화웨이에 대한 자료와 본인이 직접 경험하고 관찰한 내용을 토대로 27년 넘게 이어지는 화웨이의 위기극복과 성장의 동력을 낱낱이 밝히고 있다.
자금도, 기술도 없이 맨손으로 시작해 15만 명 규모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화웨이는 고비마다 모든 자원과 인력을 동원하는 '늑대정신'으로 정면승부를 벌이며 한걸음씩 전진해 왔다. 그 과정에서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선진적 시스템과 독특한 기업문화를 구축했다.
창업 초기, 많은 월급을 줄 수 없었던 런정페이 회장은 인재를 모으고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자신은 1% 남짓한 주식만 보유한 채 직원들과 모든 주식을 나누는 전면적인 종업원지주제를 실천했다. 회사는 인력의 절반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며 기술개발에 목숨을 걸었고 직원들은 야전침대에서 쪽잠을 자며 회사의 비전을 위해 헌신했다. 그 결과 화웨이는 특유의 '늑대문화'와 '압박전술'을 기업 DNA로 갖게 됐다.
또한 화웨이는 주주의 입김에서 자유로워지고자 지금도 '포춘 500대 기업' 중 드물게 비상장을 고집한 채 매출의 10% 이상을 R&D에 쏟고 있다. 런정페이 회장은 자식에게 회사를 물려주기는 커녕 부회장 3명이 6개월씩 돌아가며 회사를 경영하는 사상 초유의 '순환 CEO 제도'를 시행 중이다.
파산 위기에서 모든 인력과 자금을 기술개발에 집중하고, IT 버블 붕괴의 시련 속에 5년에 걸친 시스템 혁신을 추진하는 등 화웨이는 위기가 심각할수록 꼼수를 부리지 않고 혁신을 통해 위기에 정면으로 맞서왔다.
그 결과 화웨이는 '세계의 하청공장', '짝퉁의 나라'라는 오명에서 스스로 벗어나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제특허를 보유한 하이테크 기업으로 거듭났다. 또한 가장 선진적인 경영 시스템을 도입해 뼛속까지 환골탈태한 혁신기업이자 최고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서비스 기업이 됐다. 그들은 이제 세계 3대 스마트폰 제조업체로서 한국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양사오룽 지음, 송은진 옮김/북스톤, 1만6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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