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국민연금 삼성물산 합병 찬반, 전문위에 넘겨야"

[이윤애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의원이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반 관련 결정은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에 정식으로 회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연금 자체 규정에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스스로 결정하기 곤란한 사안의 경우 독립적 위원들로 구성된 주식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에 안건을 위임하기로 돼있다. 국민연금은 최근 SK와 SK C&C 합병 때도 전문위를 거쳤다. 하지만 삼성물산 합병건은 이와 달리 지난 10일 내부 회의로 찬성 결정을 내렸다.

박 의원은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국민연금은 주주가치 훼손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반대하도록 돼 있는 국민연금기금 의결권행사 세부기준에도 불구하고 찬성하기로 했다"며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은 삼성이 주장하는 주주가치 제고라는 목적과는 달리 대다수 언론이 인정하듯이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추진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1:0.35로 결정된 합병비율은 삼성물산의 자산 가치나 매출규모로 볼 때 불공정하다고 느끼는 투자자들이 많다"며 "의결권 자문시장 세계 1, 2위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와 글래스 루이스가 합병 반대를 권고한데 이어 국내 의결권 행사 자문기관인 서스틴베스트와 국민연금이 의결권 자문을 구한 한국기업지배구조원조차도 합병 반대를 권고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불과 얼마 전에 있었던 유사 사안인 SK 합병건과의 형평성을 위배하면서까지 기금운용본부가 자체 결정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며 "이 모든 상황은 대한민국이 '삼성공화국'이라는 세간의 평가를 재확인해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국민연금은 국민들이 납부한 국민연금보험료로 조성된 기금으로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 운용돼야 한다"며 "국민연금은 즉각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를 소집해 삼성물산 주식의 의결권 행사를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삼성물산 합병 건을 외국계 투기자본의 적대적 M&A로 포장해 애국심마케팅에 활용하고자 하는 일련의 움직임에 깊은 우려를 금치 못한다"며 "국민연금은 원칙과 법령⋅내부규정에 따라 의사결정 방향을 결정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