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무기자]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 정치권에서 자주 쓰이는 말이다.
그러나 총선을 1년 앞두고 분열된 진보개혁 정치세력들이 통합과 연대를 통해 새 판을 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야권이 분열 대신 통합과 연합을 선택할지 주목된다.
진보정당인 정의당, 국민모임, 노동당, 노동정치연대가 통합을 선언하면서 발동을 걸었다. 4대 단체는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공동 선언문'을 내놓고 2015년 9월 중 새로운 대중적 진보 정당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4개 단체 대표들은 4일 기자회견을 열고 "불공정과 불평등이 지배하는 대한민국을 바꾸고, 일하는 사람들과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기 위해서 지금 대한민국 정치는 근본적으로 변해야 한다"며 "보수 양당이 결코 대변하지 않은 국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진보적 정권교체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17대 총선 당시 15%의 지지율을 보이는 등 강력한 단일 진보정당이었던 민주노동당과 같이 단일한 진보정당이 만들어지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당시보다 외연은 오히려 확장됐다.
과거 제1야당에서 출발한 정의당의 국민참여계가 함께 하고 있고, 제1야당 대선 후보를 지낸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
국민모임 김세균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정동영 전 의원은 국민모임이 건설하고자 하는 모든 진보세력을 결집시키는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에 찬성해왔고 그 입장은 현재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며 "6월 중순 정도까지는 외국에 있다가 돌아와서 우리가 건설하고자 하는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에 자기가 밝힌 밀알의 역할에 충실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 전 장관 측 인사에 따르면 국민모임 지도부는 정동영 전 장관과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에 대한 의견 교환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정 전 장관 세력의 상당수는 진보정당 보다는 우경화된 새정치민주연합을 대체하는 야당 건설에 더 관심이 있어 합류 여부는 미지수다.
4개 단체 대표들은 새정치민주연합과의 연대에 대해서도 닫지 않아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야권연대의 재현이 가능해 보인다.
천호선 정의당 대표는 새정치민주연합과의 관계 설정에 대한 질문에서 "연합 정치나 연대의 부분은 정의당 차원에서 제안했을 뿐 독자발전 노선을 분명히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면서도 "연합정치라는 것은 어느 나라의 정치나 정당이나 항상 기본적으로 열려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도 야권연대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비주류 중진인 박지원 의원은 최근 TBS와의 인터뷰에서 "저는 줄기차게 통합진보당과는 선을 그어야 하지만 나머지 진보 정당과는 연합, 연대해서 후보 단일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선거는 승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지난 4.29 재보궐 선거에서 4석을 다 패배한 이유 중에 하나도 야권의 연합, 연대를 하지 않은 것도 있다"며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와도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야권은 어떠한 경우에도 선거의 승리를 위해서 연합, 연대, 단일화해야 한다고 같은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그것만이 야권으로의 정권교체의 길"이라며 "이번에 진보 정당의 4개의 세력이 통합하는 것은 아주 좋은 의미의 출발이다. 이 신당과 우리 새정치민주연합이 내년 총선과 내후년 대통령 선거에서 연합, 연대해 단일 후보를 내세워서 거대 권력인 새누리당과 싸우는 것이 승리의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야권은 지난 4.29 재보선에서 분열로 인한 쓰디쓴 패배를 맛본 상황이어서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야권연대의 부활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채송무기자 dedanh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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