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례기자]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복병이 등장했다. 미국계 헤지펀드가 장내매수를 통해 지분 7%대를 확보, 경영참여를 공식화하고 나선 것.
지분 보유 사실 공시와 함께 이번 합병의 합병가액 산정 등 문제를 제기하면서 향후 양사 합병의 험로를 예고했다. 더욱이 확보 지분율이 국민연금과 삼성SDI에 이은 세번째로 만만찮은 공세도 예상된다.
더욱이 삼성물산은 과거에도 영국계 펀드로부터 공격을 받은 바 있다. 이번에 경영참여를 선언한 헤지펀드는 운용 규모만 260억달러에 달하는 큰손으로 사실상 선전포고를 선언하고 나선 셈이어서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다만 삼성물산측은 이번 합병가액 산정 등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4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삼성물산의 지분 7%를 경영참여 목적으로 매입,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공식 입장을 통해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합병 계획안은 삼성물산의 가치를 상당히 과소평가 했을 뿐 아니라 합병조건 또한 공정하지 않다"며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에 반한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다만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측은 지분 보유 사실 공시와 이같은 입장 발표 외 향후 계획 등에 대해서는 언급을 삼갔다.
엘리엇 매니지먼트 측 관계자는 "지분 보유 사실을 발표한 것이고 이와 관련 향후 일정 등은 아직 확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분 7%를 보유, 경영참여를 공식화 한 데다 헤지펀드 성격을 감안할 때 이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 이사회 참여 등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설 가능성이 커 이번 합병에 최대 복병으로 떠올랐다.
◆美 헤지펀드 3대 주주 올라, 적대적 M&A 가능성은?
1977년 설립된 엘리엇은 엘리엇어소시에이츠와 엘리엇인터내셔널 두 가지의 펀드를 운영중으로 현재 전체 운용자산은 260억달러(한화 약29조원)에 달한다.
이번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금융감독원에 보고한 지분 대량보유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3일 장내 매수를 통해 삼성물산 주식 1천112만5천927주를 주당 6만3천500원, 총 7천65억원 가량에 사들였다. 이로써 삼성물산은 지분율 7.12%에 달한다.
이는 삼성물산 최대주주인 삼성SDI의 지분율 7.18%에 맞먹는 규모다. 엘리엇 측이 경영참여를 선언한 만큼 상황에 따라 위협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삼성측은 ▲삼성화재(4.65%) ▲이건희 회장(1.37%) ▲삼성복지재단(0.14%) ▲삼성문화재단(0.08%) 등이 삼성물산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전체 지분율은 13.6%에 달한다. 여기에 국민연금도 9.98%를 보유하고 있지만 최악의 경우 적대적 M&A 시도와 같은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
실제로 과거 소버린 자산운용이 SK그룹에 대한 경영권 공격을 벌인 바 있고, 기업 사냥꾼으로 불리는 칼 아이칸은 2006년 KT&G 지분 6%대를 확보, 사외이사 파견 등 경영개입을 시도한 바 있다.
더욱이 삼성물산은 과거에도 외국계 펀드의 공격 대상이 된 바 있다. 2004년 영국계 헤르메스 펀드는 삼성물산 주식 5%를 매집, M&A 가능성을 거론하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다만 이들 펀드의 속성상 최대주주의 지분율 등 지배구조의 취약점을 공격, 주가를 끌어올린는 뒤 시세차익을 남기고 빠지는 형태가 대부분이어서 이번 엘리엇측도 이와 유사한 전략을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당장 이날 엘리엇측은 지분 보유 공시와 함께 경영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삼성물산 주가가 장중 12% 이상 급등, 하루만에 보유지분가치가 700억원 가량 불어난 모양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삼성전자 지분 4%대를 보유하고 있는 핵심계열사와 지배구조 최상단의 회사라는 점에서 이를 겨냥, 투자 이익 극대화를 꾀하고 나선 것 아니겠냐"고 봤다.
일단 삼성측은 합병가액 등에 문제가 없어 절차상 합병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물산은 이날 공식입장을 내고 "제일모직과의 합병 비율은 자본시장법 상의 규정에 따라 결정된 것으로 시장이 현재 평가한 기준으로 합병비율을 적용한 것"이라며 엘리엇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아울러 이번 합병이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주주가치 제고와도 부합된다는 입장이다.
삼성물산은 "제일모직의 이번 합병 추진 배경은 회사의 미래가치를 제고하여 궁극적으로 주주가치를 높이는데 있다"며 "최근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과 물산의 성장정체로 인한 영업가치 하락에 대응, 사업 다각화와 신사업 추진 등을 목적으로 조기 합병을 추진하는 게 회사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지난달 26일 이사회에서 합병을 결의하고, 9월 출범을 공식화 한 바 있다. 합병비율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1대0.35로 제일모직이 신주를 발행, 삼성물산 주주에게 교부하는 방식이다.
박영례기자 young@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