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는 왜 기도 대신 한글자판을 개발하는데 몰두했을까?'
9일 음절(한 글자) 단위로 동시 입력이 가능한 한글 자판을 발표하는 자리에는 뜻 밖에도 한 신부가 나와 있었다. 미국 성공회 소속 안마태 신부(67).
안 신부는 공동 개발자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공지능 패턴인식 국가지정연구실 김진형교수(54)와 함께 이번에 발표한 한글자판(일명 '안마태 자판')의 기능, 특징, 개발 배경에 대해 설명하느라 바빴다. 자판 명칭은 물론 그의 이름을 딴 것.
신부라는 신분으로 그가 처음 한글 자판에 매달리게 된 것은 지난 78년. 당시 미국에서 교포들을 위해 도움이 되는 인쇄물을 발행하던 안 신부는 지금까지의 한글입력 방식에 한계를 느껴 독자적인 한글 자판을 개발하기로 결심했다.
그의 한글 자판은 지금까지 25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100여회에 걸쳐 수정과 실험을 거듭한 끝에 비로소 이번에 햇빛을 보게 됐다.
실제로 지난 4개월간 틈틈이 이 자판을 익혀 온 최학선씨(46)는 1분당 약 260글자(현행 한글자판으로 약 800타)를 입력할 수 있다고 안 신부는 설명했다.
안 신부는 "현재 2벌식 표준 자판은 69년 텔레타이프용 표준과 82년도 컴퓨터 자판이 표준화된 것"이라며 "이런 점 때문에 불합리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2벌식 표준자판에 대해 안 신부는 14가지의 이유를 들어 비효율성을 설명했다. 그는 현 2벌식이 왼손가락의 혹사, 자리 외우기의 어려움, 느린 입력속도, 시각적인 혼돈, 속기식 입력의 불가능, 외국어의 부적절한 표기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난의 연속이던 독자 한글 자판은 지난 안 신부가 지난 2000년 베이징 국제학술대회에서 김진형 교수를 만나면서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컴퓨터에 문외한인 신부에게 김 교수는 자판 배열을 MS 윈도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키보드 드라이브를 개발하는 등 많은 도움을 줬기 때문이다.
이번 성과물은 '한글 자판 개선'을 신념으로 시간과 싸운 신부와 교수의 합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안 신부는 "현재 남북이 다른 자판을 사용하는 점을 감안하면 효율적인 자판의 연구는 꼭 필요하다"면서 "통일 후 한반도의 미래를 대비하는 새로운 시스템으로 이해해 달라"고 밝혔다.
김 교수도 "2벌식을 완전 대체하지는 못하더라도 복수표준으로 지정하기 위한 연구를 계속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에는 영어 등이 판치고 한글은 오히려 학대받고 있는 느낌"이라며 "한글을 연구하는 학생들을 위해 기금을 마련을 조성하고 싶다"고 속내를 내비췄다.
대전=최병관기자 ventu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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