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수기자] 넥슨코리아(대표 박지원)가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로부터 주주제안 답변을 전달받은 지 하루가 지났지만 여전히 두 회사가 주고받은 답변 내용과 논의 방향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지난 10일 주주제안 답변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넥슨코리아와 엔씨소프트는 11일에도 이같은 입장을 고수 중이다. 공개적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던 양사 의사소통이 다시금 '밀실 논의'로 바뀌면서 각종 추측과 해석도 쏟아지고 있다.
앞서 넥슨 일본법인(대표 오웬 마호니)은 지난 3일 엔씨소프트에 주주제안 공문을 발송하면서 ▲넥슨이 추천하는 후보자 이사 선임 ▲실질주주명부의 열람·등사 요청 ▲원활한 의결권 도입을 위한 전자투표제 도입 여부를 10일까지 넥슨코리아에 답변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또한 ▲기업·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넥슨과의 협업 ▲비영업용 투자 부동산 처분 ▲배당률 상향 ▲자사주 소각 ▲김택진 대표 특수관계인으로 비등기임원 중 5억 원 이상의 연간보수를 받는 자의 보수 내역 및 산정 기준을 공개하라는 내용도 함께 담았다.
◆부분적으로 드러난 엔씨소프트 의중…자사주 매각 계획 없어
11일 오전 엔씨소프트의 의중이 부분적으로 드러나기는 했다. 엔씨소프트는 이날 오전에 진행된 2014년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자사주 소각 요구'를 공개적으로 거부했다.
엔씨소프트 윤재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자사주는 엔씨소프트의 중요 투자나 M&A에 쓰일 주요 자산으로 지금 당장 소각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다"면서 "향후 공격적 투자나 M&A를 할 경우 사용할 자원으로 갖고 있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엔씨소프트 주가가 기업의 본질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지 않다고 판단할 경우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통해 주가 안정 및 주주 이익 환원을 도모하라는 넥슨 측 제안을 정면 반박한 셈이다. 엔씨소프트는 현재 자사주 195만8천583주(발행주식의 8.9%)를 보유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자사주 소각 대신 배당금을 통해 주주 이익 환원을 도모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윤 CFO는 "2015년에도 견조한 실적이 예상되는 만큼 작년 보여드린 (배당금) 규모를 충분히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10일 엔씨소프트는 1주당 현금 3천430원을 배당할 예정이라고 공시한 바 있다. 배당금 총액은 684억9천860만 원이다.
넥슨의 경영 참여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기도 했다. 윤 CFO는 "넥슨과 몇가지 협업을 진행했고 양사의 문화와 가치의 차이 때문에 성공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넥슨이 엔씨소프트 경영에 참여해 어떻게 벨류(가치)를 높일지는 우리도 (넥슨에) 질문하고 싶은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나머지는 '오리무중' 베일 가린 답변서
자사주 소각과 협업을 제외한 나머지 엔씨소프트 답변 사항은 일절 공개되지 않고 있다. 각종 추측과 확대 해석만 확산되는 양상이다.
그동안 넥슨의 경영 참여에 대해 '불허' 입장을 고수해온 엔씨소프트의 전례를 미뤄볼 때 넥슨의 세 가지 요구를 모두 거절했을 것이라는 분석과 실질주주명부 열람·등사 요청과 전자투표제 도입은 최대주주로서 요구할 수 있는 부분이라 엔씨소프트가 수용했을 것이라는 엇갈린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넥슨의 이사회 참여의 경우 엔씨소프트 이사진에 공석이 없어 당장은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전달했을 것이라는게 게임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그외 부동산 매각 및 5억 원 이상 연봉을 받는 비등기임원의 연봉 내역 공개 등은 당장 넥슨이 요구한 답변사항이 아닌 만큼 언급을 아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박지원 넥슨코리아 대표, 정진수 엔씨소프트 부사장을 중심으로 양사 대화 채널이 가동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두 회사가 완만한 협의를 도출했을지 여부를 가늠하는 시점은 오는 14일께가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넥슨은 지난 해 3월 28일 열린 엔씨소프트 정기주주총회 기준 6주 전인 2월 14일까지 오는 3월 27일 예정된 정기주주총회 신규 안건을 상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정기주총에는 김택진 대표 연임건과 18기 재무제표 및 연결제무제표 승인 건, 이사보수한도 승인 건이 예정돼 있다.
만약 이때까지 넥슨이 추가 안건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양사 경영권 분쟁은 일단은 진정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양사가 추가 잡음없이 완만한 협의를 이끌어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사가 협의점을 도출하지 못해 넥슨이 신규 안건을 상정할 가능성 또한 열려 있다. 이 경우 정관 변경을 수반하는 신규 이사직 선임 혹은 기존 엔씨소프트 사내 이사를 해임하는 안건을 상정해 엔씨소프트와 의결권 다툼을 벌일 여지가 남아 있다. 물론 넥슨 측은 "답변서 검토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더불어 넥슨이 엔씨소프트 지분 15.08%를 보유한 최대주주로서 3월 정기주주총회 이후에도 언제든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사의 '불편한 동거'는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문영수기자 m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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