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미기자]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가장 주목받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 있다. 직장 기반의 익명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블라인드' 앱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서비스 된 블라인드는 자기 회사 고유의 블라인드 게시판이 생기면 회사 이메일 계정을 통해 해당 회사 임직원임을 인증하고 가입할 수 있다. 이 앱은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의 일명 '땅콩 리턴' 사건을 최초로 알린 것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정영준, 문성욱 팀블라인드 공동대표는 블라인드에 대해 "하루의 절반 이상을 회사에서 보내지만 마음대로 회사 이야기를 할 수 없었던 사람들을 위해 만든 서비스"라고 소개했다.
특정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끼리 모여 익명으로 대화를 나누는 만큼 사내 익명게시판으로도 볼 수 있다. 현재 블라인드가 개설된 직장 수는 76곳이다. 특히 블라인드는 최고경영자(CEO)에서부터 말단 사원에 이르기까지 편하게 이야기를 하자는 의미에서 철저한 익명성을 보장한다. 이런 이유로 직원이 200명 이상인 기업 소속 직장인만 블라인드를 개설 할 수 있다.
문 대표는 "서비스 초기에는 개발사를 비롯한 IT업계 회사들의 참여율이 높은 편이었지만 최근에는 방송사·은행·중공업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개설을 요청하고 있다"며 "초기 커뮤니티를 개설한 직장 10곳 중 8곳은 전체 직원 중 80%가 가입해 활동하고 있을 정도로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두 공동 대표의 만남은 네이버에서 시작됐다. 정 대표는 네이버에서 마케팅 업무를 맡았고, 여행 정보 사이트 '윙버스'의 공동창업자인 문 대표는 회사가 지난 2009년 네이버에 인수되면서 두 대표의 인연을 쌓게 됐다.
그렇다고 바로 창업에 나선 것은 아니다. 두 사람은 지난 2011년 소셜커머스 티켓몬스터로 직장을 옮겼다. 여기서 만난 동료 6명과 함께 지난해 6월부터 개발에 착수했고 현재 서비스를 탄생시켰다.
블라인드 서비스는 네이버 근무시절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문 대표는 "사내 익명 게시판이 있었는데, 직원들은 게시판을 잘 이용했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불편한 이야기도 있을 것"이라며 "결국 사내 익명게시판은 폐쇄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익명 게시판은 오히려 직원끼리 서로를 위로하고 회사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지만 그런 공간을 회사가 만들면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을 알았다"며 "제3자가 돼 만들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에 블라인드를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블라인드에서는 사용자의 어떠한 개인정보도 저장하지 않는다"면서 "내부 직원이라도 누가 쓴 글인지 추적할 수 없게 특허출원한 암호화로 시스템을 구성해, 서버를 통째로 들고 가도 글쓴이를 추적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대표는 모두 이번 '땅콩 회항' 사건으로 인한 이목이 부담된다고 했다. 정 대표는 "블라인드는 철저한 익명을 기반으로 직원들끼리 편하게 소통을 잘하라고 만든 서비스"라며 "블라인드가 회사의 기밀사항을 폭로하거나 불만 제기하는 등의 서비스로 알려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블라인드는 내년에 해외 진출과 함께 수익모델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정 대표는 "내년 상반기 중으로 일본과 미국에 진출을 계획하고 있으며, IT·자동차·방송사 등 업계 라운지 서비스를 세분화해 나누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아직까지 블라인드에는 수익모델이 없지만 특정 회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원하는 기업들이 있어 내년 하반기 정도에 수익모델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정 대표는 "혼자서는 끙끙 앓을 수밖에 없었던 문제도 표현하고 동료들과 소통하면 많은 부분 해소 해결 할 수 있다"면서 "블라인드가 소통의 한계를 익명이란 방식으로 활성화 시키면 좋은 방향으로 간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 힘을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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