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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기]IT업계 지원자를 위한 5가지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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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기의 IT 인사이트]

"이 손은 비록 작은 손이지만 xx사를 크게 키울 손입니다."

몇 년 전 모 포털의 개발 팀장은 입사 면접에서 10명 중 세 명 꼴로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는 어이가 없었다. 마치 짠듯이 똑같은 포즈로 손을 펴면서 앵무새처럼 똑같이 말했다. 나중에는 지원자가 손을 펴면 됐으니 그만하라고 할 지경이었다. 결과는 그렇게 손을 펴고 주문을 외었던 지원자는 전부 떨어졌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이번 컬럼에서는 IT업계에 구직자들에 대한 다섯 가지 작은 조언을 준비했다.

1. 다른 사람의 성공담을 듣고 따라하지 말라

많은 지원자들이 저렇게 똑같이 행동할 수 있었던 것은 누군가의 면접 성공담에서 시작했을 것이다. 실제로 이걸 처음 써먹은 지원자가 합격을 하고 자신의 경험담을 취업카페같은 데에 올려놓았을 것이고 취준생들이 보기에 나름 모션도 있고 대사도 의미 심장하니 보기에 좋아 보였을 것이다. 일단 처음에 성공한 지원자가 저렇게 했다고 해서 그것이 합격의 결정적인 요소였는지는 본인도 모른다. 학벌이나 성적, 외모, 집안 기타 여러가지 요소에서 이미 합격선 안에 들어온 지원자라면 저런 것을 하든 말든 합격했을 것이고, 나머지가 안 되는 지원자였다면 저렇게 해도 떨어졌을 것이다. 즉 저것을 첫 번째로 한 사람에게는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따라하는 사람들에게는 도움보다는 확실히 감점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그 성공담은 자신만 보는 게 아니라 다른 수 많은 취준생과 면접관이 볼 수 있다.

2. 취준생끼리 몰려다니며 스터디하지 말라

취준생들끼리 취업스터디 한다고 토즈같은데서 모의 면접하는 것처럼 시간 낭비가 없다. 그들이 함께 공유하는 것은 떨어진 상황에 대한 지원자의 경험담뿐인데 그런 실패한 경험담은 백날 공유해봐야 도움되는게 없다. 취준생들끼리 보는 시각은 그저 자신들의 입장일 뿐이며 면접관의 평가가 아니다. 오히려 그러다 보면 이상하게 스테레오 타입화된다. 그렇다면 2~3년 먼저 입사한 선배들을 불러서 모의 면접관을 시키면 어떨까? 그들도 역시 지원자나 별차이 없다. 정말 취업이나 면접에 대해 조언을 얻고자 한다면 실제로 기업에서 사람을 뽑을 때 면접관으로 들어가는 팀장급 이상의 주변지인에게 부탁해야 한다.

면접은 대체로 2단계로 나뉘어지는데 인사과 면접과 실무면접이고 그 이후 임원 면접은 앞서 결정된 사항을 컨펌하는 자리일 뿐이다. 인사과 면접은 누구를 뽑는 면접이라기 보다는 안될 사람들 걸러내는 작업이고, 가장 중요한 면접은 역시 실무 면접이다. 스펙이 좀 모자라도 실무면접에서 업무를 충분히 소화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3. IT 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펙이 아니라 실력이다

필자가 IT 업계에 몸담으면서 다른 분야들보다 이 분야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는 다른 분야보다 학벌이나 스펙 이런 것에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이다. 물론 아예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실력이 확고하다면 타 분야에 비해 취업이나 창업에 훨씬 유리하다. 만약 C와 C++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실력을 가진 개발자라면(남의 소스 Ctl-C, Ctl-V 하는 것이 아니라) 토익이 몇 점이던 흔히 말하는 대기업에 입사할 수 있을 것이라 장담한다. 얼마 전에도 나왔지만 국내의 한 미대생이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미국 애플에 입사했다. 어학연수 경험도 없고 스펙이 뛰어나지도 않았다. 자신이 졸업한 대학이나 학점은 바꿀 수 없는 항목이고, 영어점수가 낮아서 불안하고, 스펙이 낮아서 또 불안하다고 영어점수 올리는데 시간 낭비하지 말고 남들에게 자신 있게 보여 줄만한 프로젝트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데 투자하는 것이 훨씬 취업에 도움이 된다. IT 업계 취업에서는 반대로 스펙이 아무리 좋더라도 실제 코딩이나 디자인 등의 실무 능력이 딸린다면 취업이 안 된다. 스펙을 쌓지말고 실무능력을 키워라.

4. 자신만의 경험과 시각, 생각이 중요하다

앞서 나왔던 이야기의 보충설명이다. 지원하려는 회사가 자동차나 전화기를 만드는 제조업체같은 곳이라면 그냥 무난하게 남들과 다르지 않게 공장에서 찍어 나온 듯이 행동하면 된다. (물론 요즘에는 제조업체 조차 찍어나온 듯한 인재를 싫어하는 경향이 있긴 하다.) 창의적인 인재라는 것은 쉬운 이야기가 아니다. 그리 흔하지도 않고 억지로 되는 것도 아니다. 현실적으로 창의적인 인재가 아닐 수 밖에 없는 교육환경속에서 자라고 훈련받아온 사람이 어설프게 창의적인 인재 흉내를 내는 것보다 그냥 남들과 다른 경험과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정도만 잘 설득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게 점수를 딸 수 있다. 회사 면접관들이 하는 이야기 중 하나는 지원자들이 하나같이 까만 양복과 흰 블라우스 정장을 맞춘 듯 똑같이 입고 오는 것을 보고 몰개성에 혀를 차는 사람들이 많다. 이렇게 하면 중간은 간다고 하겠지만 경쟁률이 2:1 이 아닌 이상 중간이면 떨어진다. 특히 IT 업계는 입사 후 정장을 입고 다니는 곳이 1/10도 안 된다. 개성있게 정장을 입으라는 게 엄청 튀게 입으라는 뜻이 아니다. 최소한 까만색, 곤색만이라도 피해보라는 말이다. 마찬가지로 어떤 질문에 대한 사회적인 통념에 의거한 ‘정답’을 말하려 하면 거기에 온 다른 평범한 지원자의 대답과 같을 수 밖에 없다. 이제는 남과 같아서는 절대 성공적으로 취업하기 어렵다. 자신의 경험에 기반한 자신만의 시각과 생각을 진솔하게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특히 어떤 문제해결에 대한 질문이 나왔을 때 그들이 요구하는 답은 누구나 생각하는 뻔한 정답을 듣고자 그런 질문을 하는 것이 아니다.

5. 취업성공에 대한 요령이나 공식은 없다

취업에 대한 가장 큰 착각 중에 하나는 ‘자신의 실력이 있으면 회사에 취업된다.’라는 생각일 것이다. 회사는 지원자가 실력이 좋다고 뽑아 놓고 자리를 만들어 주지 않는다. 일단 회사에 자리가 먼저 생겨야 거기에 맞는 직원을 뽑는 것이다. 즉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자신이 원하는 자리에 T.O가 없다면 그 회사에 입사하기는 어렵다. 이런 것은 실력보다는 운대가 맞아야 하며 자신이 가고자 하는 회사의 부서와 얼마나 밀접한 관계가 있는지도 관건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대학입시 보듯 다 똑같은 조건에서 신입사원을 선발하는 것같이 보이겠지만 생각보다 많은 회사에서 미리 선발한 후 절차에 따라 입사프로세스로서 공채를 치게 하는 경우가 많다. 입사전형 이전에 이미 전형에 통과된 케이스이다. 회사에서 이렇게 하는 이유는 우수한 인력을 먼저 확보하는 효과와 더불어 미리 실무에서 검증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케이스에 해당하지 않는 지원자는 불공평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원래 사회란 그런 곳이다. 오히려 그런 기회를 만들지 못한 자신을 탓하는 것이 맞다. 이런 이야기를 해주면 어떤 지원자는 이러한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을 무슨 공식처럼 자세히 설명해달라고 하는데 그런 공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기회들은 우연히 그 회사에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눈에 들 수도 있는 것이고, 자신의 부서에 학교 후배를 넣고 싶은 과 선배에 의해 생길 수도 있다. 평소 본인의 활동영역과 인간관계, 타이밍, 운 이런 것들이 복합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며 절대 영어점수 올리겠다고 도서관에 처박혀서는 생길 수가 없다.

이 컬럼에 쓴 5가지 조언은 말 그대로 조언일 뿐 ‘취업 성공의 공식’이 아니다. 이 다섯가지 조언을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는 ‘남들과 같지 말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무리에 섞이려는 습성이 있고, 특히 한국사람들은 남과 다른 것을 죄악시하는 경향까지 있다. ‘가만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말처럼 그렇게 남들처럼 말하고 행동하면 심리적으로 안정은 되고 중간은 가겠지만 결국 입사에는 실패한다. 회사에서 뽑는 사람은 비슷비슷한 중간을 뽑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김석기 (neo@mophon.net)

모폰웨어러블스 대표이사로 일하며 웨어러블디바이스를 개발 중이다. 모바일 전문 컨설팅사인 로아컨설팅 이사, 중앙일보 뉴디바이스 사업총괄, 다음커뮤니케이션, 삼성전자 근무 등 IT업계에서 18년간 일하고 있다. IT산업 관련 강연과 기고를 통해 사람들과 인사이트를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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