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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게임산업 '좋은 게임'이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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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생존동력을 찾아라] 잘 만든 장수게임이 회사 성장 견인

[류세나,문영수 기자] 우리가 흔히 쓰는 말 중에 '배운 게 도둑질'이란 말이 있다. 돌고 돌아도 결국 처음의 일로 돌아오고, 다른 어떤 것보다 제 몸에 맞춘 듯 잘 어울리는데다가 잘 한다는 의미를 전달할 때 주로 사용한다.

게임기업에 있어 '게임' 콘텐츠가 바로 그렇다. 가장 잘 할 수 있고 또 잘 해온 게임 개발과 서비스가 현재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최선의 해법이 될 수 있다.

게임 업계의 리딩 기업이라 할 넥슨과 엔씨소프트는 회사 설립 초기부터 잘 키워 온 효자게임들 덕에 현재의 수익과 성과가 가능했다. 실제로 잘 나가는 게임 기업일수록 장수 게임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10년을 훌쩍 넘긴 게임이 있는가하면 청소년만큼 나이먹은 스테디셀러도 있다.

결국 치열해진 글로벌 시장 경쟁, 중국의 역습 등 다양한 악조건을 풀어나갈 모법답안은 좋은 게임, 잘 만든 게임에 있다는 얘기다.

지난 몇 년간 계속돼 온 정부 규제와 게임을 둘러싼 부정적 인식은 급성장하는 한국의 게임 시장을 급속히 위축시켰고 중국 게임사들의 역공을 불러왔다. 위기를 느낀 게임사들 중에는 대작 게임 개발을 중단한 곳도 있다.

하지만 올 하반기 수십억 원에서 많게는 수백억 원을 투자해 개발중인 초대형 대작 타이틀들이 연이어 모습을 드러내면서 게임 시장은 또 다른 기대감으로 술렁인다. 온라인게임의 전성기를 주도했던 역할수행게임(RPG) 장르를 비롯, 유명 지적재산권(IP)를 활용한 신작 타이틀들은 대한 민국 게임 시장의 새로운 약진을 예고하고 있다.

◆ 잘 만든 장수 게임은 회사 성장 이끄는 효자

지난 십여 년간 한국의 온라인게임은 아시아를 넘어 북미, 유럽, 러시아 등 전세계로 뻗어 나갔다. 그 명성과 위상도 날로 높아져 한국은 '온라인게임 종주국'이라는 수식어까지 따냈다.

미국의 EA, 일본 코에이 등 기존 패키지게임 시장을 주름 잡았던 세계적 게임사들도 한국시장을 연구하고 한국의 게임사들과 손잡기 위해 열을 올렸다. 모두들 한국 온라인게임이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일등 공신은 당연 우수 게임들이다. 잘 만든 게임들은 기업의 성장을 견인했고 한국의 기술력을 세계에 알리는 데에도 효자노릇을 했다.

넥슨의 대표작인 '바람의 나라(1996년)'와 '크레이지 아케이드(2001년)', '메이플스토리(2003년)'는 10년 넘게 인기를 얻고 있는 장수 게임들이다. 크레이지 아케이드 캐릭터들을 활용한 레이싱게임 '카트라이더'는 10주년을 맞은 현재도 PC방 점유율 순위 15위를 유지하며 순항중이다.

지난 2005년에 태어난 '서든어택'과 '던전앤파이터' 또한 PC방 순위 탑10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며 넥슨의 대표게임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던전앤파이터는 지난 2007년 텐센트를 통해 중국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면서 중국 매출 견인의 일등공신 역할을 하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처녀작인 '리니지'는 어느덧 16살이다. 리니지2와 아이온 등 엔씨소프트의 또 다른 대표작들 역시 11년, 6년째 인기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들 장수 게임들이 벌어들인 수익도 수천억 원을 호가한다. 조단위 실적을 올린 게임도 있다. 특히 리니지는 단일 게임으로만 지난 2013년 상반기 누적매출 2조 원을 넘어섰고 올해 3분기까지의 매출을 더하면 무려 2조 3천 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집계된다.

지난 3분기 기준 엔씨소프트의 올해 누적매출 6천358억 원 중 장수 게임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리니지가 27.6%, 아이온 12.2%, 리니지2 6.6%에 달한다.

중국에서 연매출 1조 신화를 일군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도 지난 2007년부터 폭발적인 인기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크로스파이어를 서비스했던 네오위즈게임즈와 개발사인 스마일게이트 모두 크로스파이어 덕분에 호시절을 누릴 수 있었다.

우수 게임들의 성공 사례에서 보듯 좋은 게임은 게임사들의 미래이자 희망이며 확고한 생존동력이기도 하다.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게임들을 공개하며 게임사들은 물론 시장까지 술렁이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 한국산 대작 게임들, 2015 향해 비상 준비

지난 몇 년간 고품질 대작 게임 기근 현상을 보여 온 한국 게임시장은 2015년을 앞두고 크게 술렁이고 있다. 지난 11월 부산에서 개최된 지스타2014를 통해 개발중인 RPG 대작들이 잇달아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들 대작들은 한국산 게임의 경쟁력이 여전함을 글로벌 시장에 과시했다. 신작들은 리그오브레전드 등 외산게임이 장악하는 국내 게임 시장의 점유율 구도에 일대 반전을 가져오는 것은 물론 2015년 대약진을 일궈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이들 게임 중 상당수는 게임 시연대 없이 영상만으로 해외 바이어들의 이목을 단번에 사로잡아 글로벌 시장에 대작 타이틀로 눈도장을 찍는 데도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표적인 게임이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이터널'이다. 리니지이터널은 2011년 첫 발표 후 3년 만에 시연버전이 공개되며 드래그 스킬을 비롯한 간편한 조작성과 제한 없는 육성요소 등으로 이용자들에게 큰 관심을 모았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아이온, 블레이드앤소울 등 이미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은 IP를 활용해 시장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이터널을 비롯, 아이온 레기온즈, 블레이드앤소울 모바일 등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넥슨표 게임들의 중량감도 상당하다. 넥슨은 메이플스토리2, 서든어택2 등 기존 인기게임의 후속작과 라그나로크의 아버지로 불리는 김학규 대표의 신작 트리 오브 세이비어를 준비중에 있다.

또 김태곤 엔도어즈 상무가 내놓는 '영웅의군단: 레이드'과 '광개토태왕', '야생의 땅 듀랑고' 등 모바일 타이틀도 선 굵은 작품들로 구성돼 있다.

중견게임사 스마일게이트도 대작 게임들을 연이어 공개하며 크로스파이어 단일 타이틀에 의존하는 매출구조를 깨겠다는 야심찬 각오다.

자회사 스마일게이트알피지를 통해 개발중인 MMORPG '로스트아크'와 한·영 합작 프로젝트 '스카이사가' 등이 대표적이다. 로스트아크는 언리얼엔진을 기반으로 고품질 그래픽과 시네마틱 던전 등 기존 게임들과 차별화를 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게임의 퀄리티에 언리얼엔진을 만든 팀 스위니 에픽게임스 대표도 깜짝 놀랐다는 후문이다.

영국 개발사 레디언트월드와 손잡고 개발 중인 스카이사가는 이용자들이 원하는 바를 직접 만들고 수행하는 자유도 높은 게임성을 강점으로 하는 타이틀이다. 이 게임은 공개와 동시에 넥슨의 메이플스토리2와 경쟁구도를 형성할 정도로 기대감을 높인 타이틀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 '또 다른 10년을 향해' 히든 카드 성패따라 운명도 달라진다

게임업계에 위기감이 감지된 것은 비단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게임업체들은 좋은 게임을 앞세워 위기를 극복하고 2015년 이후에는 또 다시 도약을 이뤄내겠다는 각오다.

물론 새로운 대작들이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실패할 가능성 역시 크다.

하지만 게임업계는 현재 준비중인 대작 타이틀들의 국내외 성패에 따라 국내 게임사들이 성장과 퇴보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반드시 성장을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는 어려운 산업환경 속에서도 지속 성장을 하겠다는 게임업계의 의지가 가장 뜨거웠던 해였다"며 "향후 5년,10년을 책임질 비장의 무기들을 준비한 게임사들에게 다가올 2015년은 가장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세나기자 cream53@inews24.com 문영수 기자 m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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