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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 한화그룹, LG화학 아성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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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석유화학 부문 인수… 시너지·자금조달 문제 없나

[안광석기자] 한화그룹이 26일 삼성그룹의 석유화학 부문 인수를 결정하면서 LG화학이 주도하는 기존 석유화학업계에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한화그룹 화학 부문인 한화케미칼과 한화에너지가 삼성종합화학과 자회사 삼성토탈을 품에 안으면 매출 규모 18조원으로 업계 1위인 LG화학(매출 23조원, 2013년 기준)과 비슷한 수준으로 도약하기 때문이다.

다만 석유화학업계 불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번 인수합병(M&A)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클 지는 아직 미지수다. 아울러 한화그룹의 자금 조달 여력 등에도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날 삼성은 계열별 이사회를 열고 삼성테크윈의 삼성측 지분 32.4%를 ㈜한화에 8천400억 원에 전량 매각키로 했다. 또 삼성물산 등 삼성 계열이 보유한 삼성종합화학 지분 57.6% 역시 1조 600억 원에 한화케미칼 및 한화에너지에 매각키로 했다.

한화케미칼의 매출 규모는 지난해 기준 4조146억원. 자회사 여천NCC의 매출액을 합하면 총 7조8천607억원에 달한다.

또 삼성종합화학은 매출 2조3천647억원, 합작 자회사인 삼성토탈 매출은 7조8천574억원이다. 이번 M&A로 매출 규모 18조823억원의 매머드기업으로 거듭나는 셈이다.

◆덩치키운 한화, 업계 1위 LG화학 위협하나

현재 한화그룹 석유화학사업 부문은 여천NCC가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재료인 에틸렌을 생산하고 있다. 한화케미칼은 이를 공급받아 폴리에틸렌(PE) 및 폴리염화비닐(PVC), 염소가성소다(CA)를 생산하는 구조다.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은 한화케미칼이 생산하지 않고 있는 고순도테레프탈산(PTA)·포름산·파라자일렌(PX)·휘발유·항공유·LPG 등을 제조한다. 이 때문에 이번 인수가 완료되면 한화케미칼은 LG화학 이상의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된다.

국내 석유화학업계 1위인 LG화학은 지난해 매출액 23조1천436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이는 석유화학 외 정보전자소재 및 전지사업 등 모든 부문의 매출액을 합한 금액이다.

LG화학의 석유화학(완성품) 부문만 따로 떼어낸다면 매출 규모는 17조5452억원이다. 언제든 2위로 밀려날 수 있을 정도로 한화측이 덩치를 키운 셈이다.

LG화학은 당장 석유화학 부문에서 더 이상의 포트폴리오 확장계획은 없는 상태다. 다만 비(非)석유화학 부문인 전기차용 배터리 및 에너지저장장치(ESS), IT소재, 수처리 분야를 집중 육성, 오는 2017년 매출 30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설정한 상태다.

후발주자인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매출액 16조4천400억원을 기록했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아로마틱 및 합성고무, 합성수지 포트폴리오 등의 고부가가치화를 통해 오는 2018년 매출 40조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한화그룹 "자금조달 문제 없다"

한화그룹의 이번 승부수가 질적 성장이 아닌 양적 확대에 초점을 맞춘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한화와 삼성의 사업군에 차이가 있어 시너지를 내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여기에 사업 환경도 녹록치 않다. 현재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중국발(發) 공급과잉으로 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상태. 자칫 커진 덩치가 오히려 짐으로 작용할 수 있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현재 삼성종합화학이 생산하는 PTA 제품은 중국 수출 물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데다 가격까지 오르는 추세다. 더욱이 지난 6월에는 인도가 한국산 PTA 제품에 대해 반덤핑 예비판정 관세까지 부과하는 등 악재가 겹쳤다.

삼성종합화학은 지난해 576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삼성토탈도 올 상반기 영업이익 963억원을 냈으나 전년 동기 대비 66.3% 줄어든 것으로 분위기도 좋지 않다. 삼성그룹이 이번에 이들 계열사의 매각을 결정한 것도 매출 비중이 적을뿐더러 업황도 좋지 않다는 점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상황은 한화케미칼도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사업 시너지를 넘어 당장 인수자금 조달 가능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한화케미칼은 3분기 영업이익 23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42.7% 줄어든 것이다. 2분기에도 영업이익 219억원으로 전년보다 30.8% 줄었다.

미래에셋증권 권영배 연구원은 "수직계열화 강화와 삼성토탈의 NCC 등 고수익성 자산 인수는 긍정적이나 그에 상응해 차입금 증가 및 이자비용 증가로 위험도 커진다"고 밝혔다.

권 연구원에 따르면 한화케미칼이 인수대금 5천억원을 외부로부터 차입할 경우 한화케미칼의 순차입금은 지난 3분기 4조3천억원에서 4조8천억원으로 늘어난다. 이미 연간 순이자비용이 2천200억원 지출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이는 부담스런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화그룹 관계자는 "인수대금은 한화와 한화에너지, 한화케미칼이 3년 분납으로 지급할 예정"이라며 "인수자금 마련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안광석기자 hov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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