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세나기자] 국내 양대 인터넷 서점이라 할 인터파크와 예스24가 도서대여점과 전자책 체험존 형태로 매장을 오픈한 것을 두고 때 아닌 꼼수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중소 기업 적합 업종에 대형 서점이 우회적인 방법으로 가세했다는 것. 지난해 동반성장위원회가 '서점'을 중소기업 적합 업종에 포함시킴에 따라 매출 규모상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대형서점이 대여점, 체험존 등의 우회적인 방법으로 시장에 진입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인터파크 매장에서는 인터넷 단말기 등을 통한 간접 현장구매도 가능해 골목 중고서점 상권을 위협했던 '알라딘 사태'가 오프라인 서점가에서 다시 한번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 소비자와의 오프라인 접점 마련 취지
인터넷 서점 예스24는 지난 달 30일 전자책 단말기 크레마 시리즈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크레마 라운지'를 강남구 신논현역 역사에 오픈했다.
크레마 라운지에서는 예스24의 전자책 단말기 '크레마원'과 '크레마 샤인'을 이용할 수 있고 매주 한 권의 종이책을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또 이달 중에는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해 주문한 상품을 크레마 라운지에서 찾아갈 수 있는 서비스도 추가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인터파크도 지난 달 10일 명동에 책 특화 문화공간 '북파크'를 열고 소비자와의 접점 늘리기에 착수했다. 북파크는 도서대여 서비스가 중심이며 매장에서 보유한 책을 회원 2천 원, 비회원 3천 원에 빌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북파크 내에는 음반 및 스타숍, 카페테리아도 마련돼 있으며, 크레마 라운지와 마찬가지로 인터파크 온라인 및 모바일에서 구입한 책을 수령할 수도 있다. 또한 매장 내에 비치된 전자기기 및 단말기에서 현장 결제를 통한 구입도 가능해 사실상 오프라인 서점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터넷 서점들이 이처럼 오프라인 매장 오픈에 공을 들이는 이유로는 '수익보다 상징적 의미가 크다는 점'이 지목되고 있다.
예스24 관계자는 "더욱 많은 독자들에게 전자책과 전자책 단말기를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며 "부담 없이 방문해 책과 함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인터파크 또한 "단순히 책을 대여하는 서비스에서 나아가 많은 독자가 도심 속 쾌적한 공간에서 독서를 즐길 수 있기 바란다"면서 "나아가 장기적으로 독서문화 촉진에도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들 업체들은 최근 오픈한 매장에서 저자와의 만남 등 오프라인에서만 진행할 수 있는 행사들을 기획하고 있다.
◆ 서점 오픈 어렵자 대여점 등 우회개점…골목서점 '시름'
문제는 예스24, 인터파크 등 인터넷서점의 오프라인 진출로 중소서점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2월 동반성장위원회가 서점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포함시키고 대형업체들의 진입을 막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발간한 2014년 한국서점편람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서점 수는 2천331개로 2011년 2천577개에서 10%(246개) 가량 감소했다. 이 중 면적 165m²(약 50평) 미만의 서점이 237개(96.7%)로, 폐업서점의 96.7%가 소형업체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터넷 서점 알라딘이 2011년 중고서점으로 오프라인 시장에 진출한 뒤 지역 동네서점들의 생존권 위협 논란이 끊임 없이 제기되고 있어 업계에서는 이번 인터파크, 예스24의 오프라인 진입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브랜드 파워를 등에 업은 유명 온라인서점이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할 때마다 중소형 서점들의 고민은 깊어진다"며 "(북파크, 크레마 라운지에서) 직접적 도서판매는 아니지만 우회적인 방법으로 판로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이같은 행위가 도를 넘어서면 공동대응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류세나기자 cream5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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