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과학 산업 경제
정치 사회 문화·생활
전국 글로벌 연예·스포츠
오피니언 포토·영상 기획&시리즈
스페셜&이벤트 포럼 리포트 아이뉴스TV

[KISTI의 과학향기]다기망양(多岐亡羊)과 미로

본문 글자 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쾨니히스베르크는 프레겔 강을 아래의 그림과 같이 A, B, C, D의 4지역으로 나누고, 이 지역을 잇는 7개의 다리 ①, ②, ③, ④, ⑤, ⑥, ⑦을 놓았다. 그런데 이 7개의 다리에 대해 수학자들은 "같은 다리를 두 번 건너는 일 없이 이들 다리를 모두 건널 수 있는가?"라는 문제를 제기했다.

스위스 출신의 위대한 수학자 오일러(Leonhard Euler, 1707-1783)는 이 문제를 보고 즉석에서 “다리건너기는 불가능하다”고 단언했고, 1732년에 이 문제와 관련된 한붓그리기를 명확히 설명했다.

한붓그리기란 말 그대로 주어진 도형을 그릴 때, 선을 한 번도 떼지 아니하면서 같은 선 위를 두 번 반복해서 지나지 않도록 그리는 일이다. 한붓그리기가 가능하려면 시작하는 점과 끝나는 점이 있고, 그 두 점 이외의 점은 모두 통과하는 점이 돼야 한다. 어떤 점이 한붓그리기의 시작점이라면 처음에 그 점에서부터 나가고, 들어오면 나가고, 다시 들어오면 나가고…, 몇 번을 반복하든지 들어온 다음에는 반드시 나가야 한다.

한붓그리기와 관련된 재미있는 놀이가 있다. 한 번 들어가면 드나드는 곳이나 방향을 알 수 없게 된 길을 바로 미로다. 시작하는 점에서 끝나는 점까지 한 번에 통과할 수 있는지를 찾는 한붓그리기인 것이다.

미로라고 하면 종이 위에 그려진 퍼즐이나 어린이 공원 같은 데 있는 미로를 생각하겠지만, 미로는 인간의 실생활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미로가 실생활에 사용된 실제적인 예는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에서 찾아볼 수 있다. 피라미드 속에는 죽은 왕과 함께 갖가지 보물들을 넣어 두었는데, 그 보물들을 도적이 훔쳐가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미로를 만들었다. 모험영화인 '인디애나 존스', '미이라', '해리포터'에서도 미로를 헤매고 다니는 주인공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제주도에 김녕 미로공원이 있어서 미로에서 길을 찾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① 세 면이 둘러싸인 곳이 있으면 그 곳을 지운다.

② 지워서 또 세 면이 둘러싸인 곳이 생기면 다시 지운다.

③ 위와 같은 과정을 반복해 마지막으로 남은 길을 가면 된다.

사실 한붓그리기와 미로는 모두 위상수학의 한 분야이다.
자동차가 빠져 나가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살펴보는 것도 사실은 미로의 일종인 것이다.

'달아난 양을 찾는데 길이 여러 갈래로 갈려져 있어서 양을 잃었다'는 뜻의 다기망양(多岐亡羊)은 곧 학문의 길이 다방면으로 갈려 진리를 찾기 어려움을 비유하기도 하고, 어떤 일에 대하여 방침이 많아 앞으로 나아갈 바를 모를 때 사용하는 사자성어다.

이를테면 국제정세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다고 할 때, '국제정세는 다기망양'과 같이 사용할 수 있다. 이 말은 <열자(列子)>, '설부편(設符篇)'에 나오는 것으로 다음과 같은 유래가 있다.

전국시대의 사상가로 극단적인 개인주의를 주장했던 양자(楊子, 이름은 주(朱), B.C. 395?~335?)와 관련된 이야기다. 어느 날 양자의 이웃집 양 한 마리가 달아났다. 그래서 그 집 사람들은 물론 양자네 집 하인들까지 청해서 양을 찾아 나서자 양자가 물었다.

"양 한 마리 찾는데 왜 그리 많은 사람이 나섰느냐?"양자의 하인이 대답했다.

"예, 양이 달아난 쪽에는 갈림길이 많기 때문입니다."얼마 후, 모두들 지쳐서 돌아왔다.

"갈림길이 하도 많아서 그냥 돌아오고 말았습니다.""그러면 양을 못 찾았단 말이냐?""예. 갈림길에 또 갈림길이 있는지라 양이 어디로 달아났는지 통 알 길이 없었습니다."이 말을 듣자 양자는 우울한 얼굴로 그날 하루 종일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제자들이 그 까닭을 물어도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한 현명한 제자가 선배를 찾아가 사실을 말하고 스승인 양자가 침묵하는 까닭을 물었다.

그 선배는 "선생님은 '큰길에는 갈림길이 많기 때문에 양을 잃어버리고 학자는 다방면으로 배우기 때문에 본성을 잃는다. 학문이란 원래 근본은 하나였는데 그 끝에 와서 이 같이 달라지고 말았다. 그러므로 하나인 근본으로 되돌아가면 얻는 것도 잃는 것도 없다'고 생각하시고 그렇지 못한 현실을 안타까워하시는 것이라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수학에서는 아무리 복잡한 미로라고 하더라도 반드시 그 풀이 방법이 있다. 이런 방법을 찾는 것이 수학을 즐거움이 아닐까?

글 : 이광연 한서대 수학과 교수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있습니다.





주요뉴스


공유하기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 해주세요.
alert

댓글 쓰기 제목 [KISTI의 과학향기]다기망양(多岐亡羊)과 미로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댓글 바로가기


뉴스톡톡 인기 댓글을 확인해보세요.



TIMEL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