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둘러싼 여야 대치로 국회가 파행을 면치 못하면서 여야 간 '국회선진화법'을 둘러싼 공방이 재점화됐다.
국회선진화법은 다수당이 법안을 '날치기' 처리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제정된 국회법 개정안으로, 지난 2012년 5월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쟁점 법안의 경우 재적의원 5분의 3의 동의가 있어야 처리가 가능하도록 돼 있다. 19대 국회에서는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전체 의석의 5분의 2 이상 (130석)을 차지하고 있어 사실상 야당의 협조 없이는 쟁점 법안들의 처리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때문에 새누리당에서는 19대 국회 초반부터 국회선진화법 개정 요구가 잇따랐고, 최근 세월호 특별법 논란으로 민생·경제 관련 중점 법안에 제동이 걸리자 당 차원에서 국회선진화법에 대한 헌법소원 준비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주호영 정책위의장은 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선진화법이라는 표현 자체도 마뜩치 않게 생각한다. 제대로 말하면 국회무력화법"이라며 "지금처럼 국회가 야당의 동의 없이는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는 상황이 조금 더 지속된다면 헌법소원 등의 방법을 통해서라도 이 문제를 해소하려는 준비를 대부분 마쳤다"고 밝혔다.
주 의장은 "헌법 정신은 국회의 최종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기구는 본회의인데, 교섭단체 대표 간 합의가 없으면 한 발자국도 못 나아가게 하는 국회법 조항들이 헌법 원칙에 위반된다는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박대출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국회선진화법은 소수의 의견을 존중하고 대화와 타협의 정신을 살리자는 게 근본 취지인데, 소수의 존중을 넘어 소수의 횡포를 법으로 허용하는 결과로 이어져 소수 존중법이 아니라 소수 횡포법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국회선진화법에 대 국회후진화법, 소수횡포법, 국회식물화법, 국회의원백수화법이라는 오명을 이제는 씻어버려야 한다"면서 "헌법소원 문제를 포함해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새누리당의 움직임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박범계 원내대변인은 "여당의 무책임과 무능함을 국회선진화법을 희생양 삼아 야당의 책임으로 돌리려고 하는 참으로 뻔하디 뻔한 꼼수"라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복기해보면 새누리당이 국회선진화법을 이슈화한 시점은 여당의 무능과 무책임이 극심할 때였다. 새누리당은 자당의 무기력을 야당의 책임으로 전가시키기 위해 법적 이유가 아닌 정치적 이유로 국회선진화법을 때리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 원내대변인은 "헌법소원도 운운하는데 가당찮다. 국회선진화법 통과 당시 대법관 출신인 김황식 전 국무총리는 물론 법제처장마저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못 박았다"며 "새누리당은 헌법소원 기각이라는 망신을 자처하지 말기 바란다"고 충고했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앞서 국회선진화법 개정 및 헌법소원 논란이 일었을 당시 일부 의원들이 "실효성도 없을뿐더러 국회선진화법의 본질을 잘못 진단한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다.
결국 새누리당의 국회선진화법 헌법소원 움직임은 말 그대로 '움직임'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주 의장의 발언도 야당에 조속한 국회 복귀를 촉구하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윤미숙기자 come2ms@inews24.com 사진 조성우 기자 xconfin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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