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 회장, 이관훈 고문 증인 세운 이유?

[장유미기자] 이재현 CJ그룹 회장 측이 이관훈 CJ 고문(전 CJ 대표)을 증인으로 내세워 이 회장이 국가 산업 발전에 기여한 점을 강조하며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24일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판사 권기훈) 심리로 열린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관훈 고문은 "사건 시작 후 이 회장에 대해 온갖 비난이 쏟아져 안타까웠다"면서 "30년간 보필한 사람으로 이 회장에 대한 올바른 인식 전환을 위해 힘이 돼야겠다고 생각해 증인으로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이 고문은 지난 1983년 제일제당 공채로 입사해 마케팅팀, 총무팀 등을 거쳐 CJ헬로비전의 대표를 역임했다. 이후 CJ제일제당 경영지원실, 지주사인 CJ에서 대표로 근무하다 지난해부터 CJ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고문은 CJ가 삼성으로부터 계열 분리될 당시 상황과 그동안 CJ가 추진한 다양한 사업에 대해 잘 알고 있어 이 회장 측이 증인으로 출석해주길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CJ그룹 관계자는 "이 전 대표는 쟁점 증인이 아닌 양형 증인"이라며 "이 회장의 양형 참작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증인으로 나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이 고문은 증인으로 나서 삼성그룹에서 제일제당이 계열 분리될 당시 이 회장이 경영권 확보와 삼성그룹 지배권 강화 움직임에 따른 견제를 위해 어떤 노력을 펼쳤는지에 대해 증언했다. 또 이 과정에서 핵심 인력 확보를 위해 격려금을 지급했던 것일 뿐 개인적 충성심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식품, 문화, 유통 분야에서 이 회장의 사업 추진 능력과 이에 따른 국가 경제 발전 기여도에 대해 진술하며 이 회장 측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였다.

이 고문은 "계열 분리 후 이 회장의 뚝심으로 CJ그룹의 모든 사업이 진행돼 왔다"면서 "구속 이후 경영 공백이 계속되면서 그룹 내 투자도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회장은 평소 '문화 없이 나라가 없다'며 문화 사업을 시작해 이제 결실을 보는 단계에서 이런 일을 겪게 됐다"며 "앞으로 2~3년이 문화 강국을 이룰 수 있는 중요한 시기로 이 회장이 국가에 헌신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선처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공판에서는 피고인인 신동기 CJ글로벌홀딩스 부사장과 배형찬 CJ재팬 전 대표의 피고인 신문도 이뤄졌다. 특히 배형찬 전 대표가 원심 때와 달리 공소사실의 대부분을 인정하자 검찰 측이 의문을 제기해 눈길을 끌었다. 배 전 대표는 일본 부동산과 관련한 현지 법인 담보 제공 및 연대보증에 따른 배임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배 전 대표는 "원심 판결 후 변호인과 논의한 결과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사실 그대로를 인정하고 용서 받는 것이 더 현명하다고 판단됐다"고 말했다.

앞서 원심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및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이재현 회장에 대해 징역 4년, 벌금 260억원의 실형을 선고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이 회장의 국내 차명주식 보유 관련 조세포탈에 관련된 부분에 대해 1999년 1월 1일 이후 취득한 원주에 대한 무상증자분에 대해서만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또 해외 SPC를 통한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서는 타이거갤럭시를 통한 조세포탈은 유죄로 인정하나, 나머지 각 SPC와 관련된 혐의는 부정행위 인정이 어려워 무죄로 판시했다.

이와 함께 비자금 조성과 관련한 이 회장의 혐의에 대해서는 모두 유죄로 인정했으며, CJ차이나와 CJ인도네시아 등 해외 계열사를 통한 횡령 혐의와 일본 부동산 배임행위에 관해서도 모두 유죄를 인정했다.

한편, 이날 증인신문을 끝으로 재판부는 오는 8월 14일 오후 2시부터 이 회장 등에 대한 결심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이 회장 측은 결심공판을 앞두고 국내 조세포탈 혐의와 관련한 계산 근거와 함께 항소의 주된 이유가 된 부외자금 횡령과 관련된 의견을 종합해 서면으로 제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조성된 부외자금을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검찰 측의 주장에 반박하기 위한 증거자료를 확보, 이와 관련한 의견서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