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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숙' 애플-IBM 제휴, 어떻게 성사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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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공략-모바일 강화 일치…'PC시장 퇴조'도 영향

[김익현기자] “약한 고리 보충과 패러다임 변화.”

‘30년 앙숙’ 애플과 IBM의 제휴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둘의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진데다 시장의 경쟁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면서 서로를 절실히 필요로 하게 됐다는 의미다.

애플과 IBM이 15일(현지 시간)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탑재되는 기업용 애플리케이션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고 발표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애플이 아이폰, 아이패드용 앱 개발을 외부 업체와 공동 추진하기로 한 점이 상당히 눈길을 끌고 있다.

이번 제휴는 두 회사의 이해 관계가 딱 맞아떨어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애플은 포화 상태에 다다른 스마트폰 시장을 보충해 줄 신규 수요처가 절실했다. 상대적으로 프리미엄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애플은 소비자 시장에선 더 이상 신규 수요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IBM의 고민은 모바일 시장 공략이다. 클라우드, 데이터 분석솔루션 등 자사 핵심 제품을 모바일 기기에 탑재하는 데 애플만한 파트너는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애플 '스마트폰 시장 포화' vs IBM '모바일 부진' 고민 맞아 떨어져

이번 제휴로 두 회사 엔지니어들은 우선 다양한 산업군에 특화된 앱 100개 이상 개발 작업에 공동 착수한다. 개발된 앱은 애플이 차세대 모바일 운영체제(OS)인 iOS8 출시에 맞춰 함께 공개할 예정이다. 기업 고객을 겨냥한 만큼 ▲보안 ▲기기관리 ▲빅데이터 분석 같은 IBM 기술들을 기본 탑재하게 된다.

이런 기능에다 애플 특유의 탁월한 디자인 및 유저 인터페이스(UI)를 결합할 경우 기업 시장에서 신규 수요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 마디로 IBM의 기업 영업력과 애플의 소비자 시장 공략 능력을 유기적으로 결합하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스티브 잡스 시절 애플은 기업 시장 쪽엔 눈을 돌리지 않았다.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로 이어지는 ‘아이 삼형제’가 신규 시장을 계속 만들어냈기 때문에 굳이 기업 수요 쪽에 관심을 가질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애플은 새로운 혁신을 내놓지 못했다. 반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은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미개척지인 신흥 시장에선 아이폰 같은 프리미엄 제품이 큰 인기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혁신을 내놓든지 신규 시장을 개척하든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란 얘기다.

IBM의 상황은 좀 더 절박하다. 전년 대비 매출이 8개 분기 연속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IBM 역시 한번 꺾인 성장 곡선을 다시 펴기 위해선 신규 시장 개척이 절실하다.

IBM이 그 해법으로 찾은 게 바로 모바일 시장 공략인 셈이다. 단순한 디자인과 손쉬운 사용성을 앞세워 수 많은 마니아를 만들어낸 애플의 노하우가 접목될 경우 신규 시장 공략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PC→ 모바일 전환도 두 회사 제휴에 영향 미쳐

애플과 IBM의 제휴는 시장 패러다임 변화란 측면에서도 흥미로운 조합이다. 애플은 정확하게 30년 전인 1984년 매킨토시를 선보이면서 IBM을 빅브라더라고 폄하했다.

그 이후 두 회사는 한 동안 PC 시장에서 정면 대결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면서 조금씩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 단초가 된 것은 IBM의 PC시장 철수다.

한 때 최고 PC업체로 군림했던 IBM은 2000년대 들어 컴팩 등에서 선두 자리를 내줬다. 이후 IBM은 서서히 다른 쪽으로 사업 무게 중심을 넘겨나가다가 2004년 PC 사업을 아예 매각해 버렸다.

애플 쪽 사정도 비슷하다. 애플 역시 지난 2007년 회사 명칭에서 컴퓨터란 말을 떼버리면서 새롭게 변신했다. 물론 애플은 여전히 PC 쪽에서도 나름대로 활약하고 있다. 지난 해 맥 판매량은 1억5천650만대에 달했다.

하지만 주력은 역시 스마트폰과 태블릿이다. 애플 분석 전문 사이트 아심코에 따르면 아이패드 판매량은 맥의 두 배에 달하며, 아이폰은 다섯 배 수준에 이른다.

이런 상황 변화로 한 때 경쟁 상대였던 애플과 IBM이 서로의 약한 고리를 채워줄 수 있는 파트너로 바뀌게 된 셈이다. PC 패러다임이 지배할 땐 서로 앙숙이었지만 모바일 시대엔 서로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상황으로 탈바꿈했다.

버지니아 로메티 IBM CEO는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이번 협력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선언했다. 로메티는 또 “대부분의 기업 고객들이 스마트폰을 주로 이메일과 캘린더 용으로만 쓰고 있다”면서 “기업들 역시 새로운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을 고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팀 쿡 CEO 역시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1984년엔 경쟁자였지만 2014년엔 두 회사만큼 서로를 잘 보완해주는 파트너를 찾기 힘들 정도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예 이번 제휴가 ‘역사적인 거래’라고 단언했다.

◆애플, 소비자-기업 시장 동시 공략 묘수 보여줄까?

양측 주장대로 애플과 IBM의 제휴는 신규 시장 개척이란 측면에서 ‘윈윈조합’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번 제휴가 곧바로 성공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하는 건 성급하다.

이와 관련해선 월스트리트저널의 지적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그 동안 소비자 시장과 기업용 시장에서 동시에 성공한 업체를 찾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물론 희망 요소가 없는 건 아니다. 그 동안과 요즘은 기본 트렌드가 다르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 역시 “기업 고객들이 많은 기기를 일터에 가져와서 쓰기 때문에 가정에서 쓰는 것과 똑 같은 사용성을 기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 욕구를 잘 공략하면 성공 가능성은 적지 않다는 얘기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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