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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대란] MS 사태 수습은 이제부터가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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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대란이 수습국면에 들어가면서 그동안 전직원 비상체제에 돌입, 숨가쁜 하루하루를 보냈던 마이크로소프트도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 처지에서는 앞으로 더 험난한 가시밭길이 남아있다. 슬래머 확산을 막기위한 비상대응은 끝났지만 이번 사태로 촉발된 MS에 대한 불신 확산은 비상조치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용 시장 진출을 지상과제로 삼고 있는 상황에서 'MS는 기업용 솔루션으로 불안하다'는 이미지가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더구나 최근 2~3년사이 기업시장 진출에 나름대로 기반을 닦았다고 판단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욱 조심스런 행보가 예상된다.

◆ "고지가 바로 저긴데…"

고현진 사장은 28일 기자회견 중간에 "MS도 이번 사태의 피해자"라며 "SQL 서버는 최근 2,3년 사이 베스트셀러였다. 잘 나가고 있는데 이런 일이 터져 정말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번 사태가 혹시나 향후 영업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였다.

실제 MS SQL 서버는 '싼 DB'라는 인식을 조금씩 극복하면서 IBM, 오라클 등 시장 경쟁업체들을 바짝 뒤쫓고 있다. 윈도 기반 DB 시장에서도 오라클에 밀리던 것을 2년전부터 조금씩 따라붙어 지금은 70%의 시장 점유율을 지산하고 있다. 전체 DB 시장을 놓고 봐도 20%에 이르는 시장 점유율로 오라클, IBM과 DB 3강 구도를 형성해 놓고 있다.

더구나 차세대 플랫폼이라 할 수 있는 '웹서비스' 경쟁에서 발빠른 전략을 구사, 주도권을 행사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특히 올해는 기업시장 공략에서 전기를 마련할 수 있는 시점이다. 서버용 운영체제 '윈도 서버 2003'을 비롯, 첫 기업용 애플리케이션인 CRM, 콘텐츠 관리 시스템, 오피스 11 등 닷넷 기반의 차세대 소프트웨어들이 줄줄이 선보일 예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MS는 그동안 쌓은 공든 탑이 이번 사태로 금이 가지 않을까 내심 초조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더구나 MS의 기업시장 진출에 긴장하고 있던 경쟁업체들은 이번 사태를 호재로 삼을 태세다. 실제 한국IBM은 28일 고객사의 서버를 온라인으로 진단서비스하는 '일렉트로닉 서비스'를 발표하며 고객관리에서 앞서간다는 점을 은근히 강조하고 나섰다. 한국오라클도 '난공불락' 캠페인에 더욱 고삐를 쥘 태세다.

이번에 문제가 됐던 DB 서버 뿐 아니라 영역을 불문하고 MS와 경쟁을 벌이고 있는 업체들까지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글과컴퓨터의 경우 "이번 기회에 마케팅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 협력사들도 '비상'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기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협력사들도 마찬가지. MS 플랫폼을 기반으로 기업용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는 수많은 협력사들도 이번 사태로 혹시나 불똥이 튀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는 ERP, CRM 등 분야의 국내 개발업체를 중심으로 닷넷 플랫폼 확산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닷넷 플랫폼 기반의 ERP 개발업체인 코인텍의 경우 ASP 서비스 고객을 대상으로 긴급히 공문을 발송, 웜 바이러스 피해가 없다는 점을 공지하며 고객 관리에 들어갔다. ERP 패키지 자체는 보안 기능이 탑재돼 있다는 점도 거듭 전달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바이러스 백신 업체와 솔루션 파트너 계약을 체결, 고객 요구에 따라 옵션별로 ERP 소프트웨어에 바이러스 진단기능을 설치할 수 있도록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는 29일 오늘 저녁 협력사 사장단을 소집, 간담회를 갖는다. 이 간담회는 정례 모임이긴 하지만 이번 사태에 대한 논의도 중요하게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29일 마이크로소프트 임원진들이 점심식사를 겸해 한자리에 모였다. 한숨돌리는 자리였지만 이 자리에서는 경쟁업체들의 움직임에 대한 평가와 향후 대비책 등에 대해서도 논의가 오갔다.

마이크로소프트 권찬 부장은 "나쁘게 생각하면 한도 끝도 없다. 오히려 이번 사태를 기회로 삼자고 말했다"고 전했다. 경쟁업체들의 동향도 어차피 크게 달라질 것은 없을 것이란 판단도 공유했다는 설명이다.

권 부장은 "MS SQL이 어떤 소프트웨어였는지 많이 알려졌고, 패치 파일에 대한 중요성도 이번처럼 확실하게 각인시킬 기회가 없었다"며 "물론 이번 사태가 끝났다고 MS가 나몰라라 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긍정적인 생각을 하자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권 부장은 또 "현재 내부에서 많은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설이 지나고 본격적인 차분하게 이번 사태로 잃은 것과 얻은 것이 무엇인지 분석해 전략을 수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스스로 달라졌다는 이미지를 심어줘야 한다는 데 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가 관리의 문제냐, 제품의 문제냐 하는 논란이 있지만 마이크로소프트가 원인제공자라는 인식은 피할 수 가 없다.

따라서 '우리도 할 만큼 했다. 바이러스는 일종의 범죄다'라는 항변과 호소만으로 시장의 따가운 시선을 막기는 쉽지 않다.

고현진 사장은 "보안 패치와 관련 상시 관리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보안 솔루션 업체와 협의해 상시 고객서비스 체제를 마련하겠다는 얘기다. 한국에서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보겠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신뢰할 만한 다양한 보안 전략을 곧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서 한번 상처입은 신뢰는 회복하기 어렵다. 과연 마이크로소프트의 재발 방지 노력은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2001년 7월 전세계를 강타했던 '코드 레드', 뒤이어 10월 '님다' 바이러스로 인해 MS는 이미 제품의 신뢰성에 흠집을 남겼다. 이후 MS는 '믿을만한 컴퓨팅(Truthworthy Computing)'을 모토이자 비전으로 앞세웠지만 이후 1년 반만에 다시 '슬래머'의 폭격을 받았다. 바이러스의 공격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김상범기자 ssanb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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