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당권 레이스까지 뒤흔드는 문창극

[윤미숙기자] 친일 역사관 논란으로 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새누리당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7.14 전당대회에도 변수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6.4 지방선거 직후 막을 올린 이번 전당대회는 지방선거 당시 당이 '박근혜 마케팅'에 기대 참패를 면했을 뿐 자체적인 역량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자성론과 함께 '혁신'이 키워드로 떠올랐다.

이런 가운데 안대희 전 국무총리 후보자가 전관예우 논란 끝에 자진 사퇴하고 후임인 문 후보자마저 자질 시비에 휘말리면서 현 정부 인사시스템에 대한 비판까지 더해졌다.

결국 '문창극 사태'를 계기로 현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질 경우 비박계 당권 주자들에게 표가 몰릴 수 있고, 위기에 처한 정부에 다시 한 번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될 경우 친박계 표가 결집할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된 것이다.

현재로서는 전자의 경우가 더 유력해 보인다. 친박, 비박을 망라하고 문 후보자에 대한 비판론이 확산되면서 옹호론을 펴던 당권주자들도 급속히 입장을 선회하는 모습이다.

당초 문 후보자에게 청문회에서 해명할 기회를 주자는 입장을 밝혔던 서청원 의원이 17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문 후보자 스스로 언행에 대한 국민의 뜻을 헤아리고 심각한 자기성찰을 해야 된다. 국민을 위한 길이 무엇인가를 잘 판단해야 된다"며 사실상 자진 사퇴를 촉구한 점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친박 맏형격인 서 의원이 이 같은 입장을 밝힌 만큼 같은 친박계로 문 후보자 옹호 입장을 내비쳤던 홍문종 의원 등도 입장을 선회할지 주목된다. 이인제, 김상민 의원 등은 이미 문 후보자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전당대회의 또 다른 변수인 초·재선 의원들의 표심이 '문창극 변수'와 맞물려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초선의원 6명은 일찌감치 문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서명을 냈고, 재선인 김성태 의원도 같은 입장을 밝혔다. 비상대책위원인 재선의 정문헌 의원 역시 공식 회의 석상에서 문 후보자의 역사관을 비판한 바 있다.

이처럼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문 후보자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는 점은 당권주자들로 하여금 신중한 행보를 취하게 하고 있다.

당 소속 의원의 77%(전체 149명 중 115명)를 차지하는 초·재선 표심이 어느 쪽을 향하느냐에 따라 당 대표가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마음을 얻어야 할 당권주자들로서는 문 후보자를 마냥 옹호할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이런 맥락에서 친박계 대표주자 격인 서 의원이 입장을 선회한 데는 문 후보자에 비판적인 초·재선 의원들의 표심을 자극하려는 의도도 깔렸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물론 이번 전당대회에는 '문창극 변수' 외 1인2표제, 원외 거물급 인물의 도전 등 여러 가지 변수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문창극 변수'가 이번 사태가 향후 당권 레이스의 판도를 어떻게 바꿔놓을지 주목해볼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