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15년 쯤 전. 인터넷에 동창회 바람이 불었다. ‘아이러브스쿨’ 덕분이었다. 인터넷 덕에 동창회 붐이 일었다. 하지만 ‘아이러브스쿨 열풍’은 오래 가질 못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밴드’가 뜨면서 비슷한 바람이 불고 있다. 이번엔 중장년층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중장년층의 추억을 건드린 ‘밴드 열풍’을 진단해봤다.
글| 정미하 기자 사진| 각사 제공
"밴드에 올라오는 댓글 보느라 쉴 틈이 없다. 10~20여년 전 사진 한장이 올라오면 댓글 100개는 우습다. 이 나리에 이렇게 활기찬 모습은 오랜만이다."
"초등학교 졸업한지 26년만에 만나 어색할 것 같았는데 간만에 어릴적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밴드 덕분이다."
네이버의 폐쇄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밴드'가 동창 모임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밴드는 특히 중·장년 사이에서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밴드는 지난 2012년 8월 네이버 자회사 캠프모바일이 개발한 폐쇄형 지인기반 모바일 SNS다. 휴대폰 내 전화번호에 있는 지인들과 그룹을 만들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모바일 서비스다.
모든 지인을 친구로 추가하는 기존 SNS와 달리 친구·동호회·회사 등 지인들을 각기 다른 그룹으로 초대해 별도 공간에서 소통할 수 있다. 모임 구성원 중 한 명이 밴드를 만들어 회원을 초대하고, 초대받은 회원들이 수락을 해야 해당 밴드의 멤버가 된다.
밴드는 쉽게 말해 '카카오톡' 그룹 대화방의 진화 버전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룹 대화 뿐 아니라 N드라이브 내 파일, 일정과 앨범을 공유할 수 있는 기능이 지원된다. 게시판에서는 그룹 멤버 간 의사 결정을 지원하기 위한 투표기능도 있다. 일정 잡기 투표가 완료되면 일정으로 자동 등록 되는 식이다.
네이버는 이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가족·친구·커플·학교 밴드를 샘플로 제안하고 있다. 네이버에 따르면 이 중에서 학교 밴드 만들기에 대한 클릭률이 과반수 이상을 차지했다. 이에 네이버는 지난 8월 '동창밴드 찾기' 기능을 추가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학교와 관련된 모임이 조금 더 편리하게 구성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동창밴드 찾기' 기능을 추가했다"며 "해당 기능을 통해 30만개 이상의 신규 밴드가 개설됐다"고 말했다.
학교 밴드는 처음엔 대학생들의 조모임용으로 기획됐다. 하지만 중장년층이 밴드를 동창 모임용으로 활용하면서 '제2의 아이러브스쿨'이 될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것.
네이버는 밴드 회원가입 필수정보로 이름·전화번호·생일까지만 입력하도록 요구한다. 따라서 정확한 사용자의 연령분포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네이버에 따르면 활성화된 밴드는 1990년대 학번의 중·고 동창회, 가족모임 등의 키워드가 많다. 상대적으로 30대 이상에서 동창 찾기용으로 사용빈도가 높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거기다 지난해 8월 추가된 '동창밴드 찾기' 기능이 큰 역할을 했다. 중장년층 이상이 동창모임 목적으로 밴드를 활용하는 걸 한결 수월하게 만들어진 것이다. '동창밴드 기능'은 밴드 하단에 '밴드에서 초·중·고 동창찾기'로 표현돼 있으며, 학교명과 졸업년도만 입력하면 해당 동창 밴드에 가입할 수 있다.
나와 동문인 누군가가 밴드를 개설해 놓지 않아도 학교명과 졸업년도만 입력하면 가상의 '동창밴드 도우미'가 개설해놓은 밴드에 가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신의 초등학교 동문을 찾기 원하는 사용자는 동창밴드 찾기 기능으로 들어가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 중 한 카테고리를 선택한 후 학교명과 졸업연도를 입력하면 해당 학교명의 밴드가 검색되고, 가입까지 한번에 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30~40대 사이에서 밴드를 통한 동창회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여타 그룹 SNS에 없는 동창찾기 기능 때문"이라며 "기능이 간편해서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들도 쉽게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밴드가 모바일은 물론 PC버전도 지원하기에 예전에 저장해둔 사진을 스캔해 올리는 등 편리성이 증대된 것도 동창 모임을 활성화시킨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인터넷 커뮤니티나 블로그 등에는 학생시절 교정에서 찍은 사진이나 소풍 사진이 밴드에 올라오면 거기에 남겨지는 댓글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글이 종종 눈에 띈다.
다만, '첫사랑'과의 만남이 '문제의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걱정하는 글도 올라오고 있다. ‘아이러브스쿨’ 당시에도 이런 부분은 사회적인 문제로 제기된 적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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