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미기자] 네이버가 오는 6월 1일 오픈마켓 '샵N' 사업을 종료함에 따라, 국내 오픈마켓 시장은 'G마켓',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와 '11번가'를 운영하는 SK플래닛의 과점 체제로 재편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업계는 이베이코리아와 SK플래닛 두 기업에 쏠림현상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또 미국 기업인 이베이코리아가 현재 장악하고 있는 국내 오픈마켓 시장에 글로벌 '유통 공룡'인 미국 아마존과 중국의 알리바바가 상륙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한국 오픈마켓 시장을 두고 글로벌 1~3위 기업들의 치열한 전쟁이 이뤄질 전망이다.
2일 한국온라인쇼핑협회에 따르면, 국내 오픈마켓 시장의 연간 거래액은 지난 2009년 9조7천억원에서 2012년 15조900억원, 지난해 16조5천900억원으로 성장했다. 올해는 작년보다 12% 증가한 18조6천2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오픈마켓 시장, 승자독식 굳어지나
현재 국내 오픈마켓 시장 1위는 미국계 기업인 이베이코리아다. 미국 이베이는 지난 2001년 옥션을 인수해 한국 시장에 진출했으며, 2009년에는 G마켓을 3억5천39만달러(4천688억원)에 인수했다.
2위 사업자는 지난 2008년 서비스를 시작한 11번가로,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플래닛이 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국내 통신시장 50%를 차지하고 있는 SK텔레콤의 막강한 지원과 강력한 마케팅으로 급성장했다.
2014년 현재 업계가 추정하는 국내 오픈마켓 시장 점유율은 G마켓 35%, 11번가 30%, 옥션 28%, 샵N 5%, 인터파크가 3% 선. 회사별 시장점유율은 이베이코리아가 63%, SK플래닛이 30%로 이 두 회사가 오픈마켓 시장 지배적 사업자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한 사업자의 매출 기준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이거나, 상위 3개사의 시장점유율이 75% 이상일 경우 시장 지배 사업자로 규정하고 있다.
◆오픈마켓 사업자, '네이버' 견제·압박 수위 높여
현재 오픈마켓의 상품정보는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업자가 마음대로 수집해서 검색결과로 노출할 수 없는 구조다. 이로 인해 포털 사업자는 해당 상품정보 DB를 갖고 있는 오픈마켓 사업자와 제휴를 통해 DB를 받아 검색 결과로 제공한다.
이 DB를 보유한 오픈마켓 사업자는 판매자의 뜻과 상관없이 비즈니스적인 판단에 의해 언제든 상품정보 제공을 중단할 수 있다.
실제로 2011년 1월 이베이코리아가 네이버에 상품정보 제공 중단을 선언하고 일방적으로 철수하자, 이용자들은 네이버에서 G마켓, 옥션의 상품들을 볼 수도 살 수도 없었다.
당시 철수 배경에 대해 이베이코리아는 "네이버 지식쇼핑을 통한 고객 유입의 효율이 낮았다"며 "판매수수료만큼 매출의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이베이코리아가 당시 검색을 통해 상품을 구매하는 이용자 패턴까지 포기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오픈마켓 시장의 절대강자라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후 이베이코리아는 지난 2010년 자사의 가격비교 사이트 '어바웃'을 론칭하며 TV CF를 포함한 대규모 마케팅 활동을 펼치는 동시에 네이버에 상품정보 제공을 철회하는 양공작전을 썼다.
이로 인해 하루 아침에 당시 오픈마켓 점유율 80% 가량의 G마켓과 옥션의 상품정보를 잃어버린 네이버는 검색품질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고 판단, 오픈마켓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네이버는 약 1년여 간의 준비를 거친 후 지난 2012년 3월 오픈마켓 샵N을 선보였다.
샵N은 '상품' 리스트 위주로 구성된 기존의 오픈마켓과 달리 '상점' 자체를 네이버에 등록하는 방식을 택했다. 판매자는 샵N을 통해 자신의 상점 브랜드를 알림으로써 고객의 충성도를 이끌어 냈으며 특히 중소사업자에게 큰 기회를 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네이버 관계자는 "정보유통플랫폼인 우리 입장에서는 이베이코리아가 상품 DB를 철수하더라도 이용자들에게 보여 줄 상품정보가 필요했었다"면서 "상품정보를 외부업체에만 의존하는 것은 안정적인 사업운영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샵N을 선보였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샵N을 둘러싼 부정적 시각…"'정상 운영' 어려워"
판매자와 이용자 후생에 기여했다는 다수의 평가와 달리 네이버 샵N을 둘러싼 외부의 부정적 시각은 갈수록 악화됐다. 특히 업계에서는 끊임없는 의혹제기와 견제가 쏟아졌다.
상품정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진출한 샵N은 수익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사업으로 폄하됐다. 특히 네이버가 특정 쇼핑몰을 우선 노출하지 않는다는 정책을 수차례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샵N이 의도적으로 상위에 노출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지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철저한 현장조사에서 이 부분을 집중 조사했지만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음에도 업체들은 의혹을 거두지 않았다.
네이버가 오픈마켓 시장에서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업체들은 쇼핑과 관련 없는 네이버 검색 점유율을 내세워 압박했다.
작년 4월 이베이코리아와 SK플래닛은 또 다시 모바일 네이버에서 상품DB를 철수했다. 이후 11번가는 이를 번복해 다시 입점했지만 아직도 G마켓과 옥션은 모바일 네이버에서 볼 수 없다.
이 같은 오픈마켓 시장지배 사업자의 끊임없는 외혹 제기와 견제가 갈수록 악화되자, 네이버는 정상적인 사업운영에 어려움을 겪게 돼 이번에 오픈마켓 시장 철수를 공식 선언했다.
네이버의 이런 결정은 판매수수료가 목적인 기존의 오픈마켓, 상품 DB 확보가 목적인 샵N의 사업 목적이 달라 그 시장에서 경쟁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결정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는 "본래의 목적에 맞게 검색 DB로서 상품정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오픈마켓 사업 구조가 아닌 서비스로 전환해 운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는 오는 6월 2일 선보이는 상품 등록 플랫폼 '스토어팜'을 통해 오픈마켓에서 부과되는 판매수수료를 없애고 판매자들이 판매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네이버가 선보이는 이 서비스는 판매수수료를 받지 않기 때문에 네이버가 이를 통해 얻는 수익은 없다.
네이버 관계자는 "정보유통플랫폼의 핵심인 상품 DB 강화를 이루기 위해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에게 가장 경쟁력 있는 서비스가 될 수 있도록 끊임없는 고민과 노력을 거듭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유통 공룡' 한반도 상륙준비 완료
네이버가 철수한 오픈마켓 시장은 미국의 아마존과 중국의 알리바바가 국내 시장 진출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이미 한국법인을 설립한 두 업체들은 국내 오픈마켓 전문 인력을 영입하는 등 조직 세팅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마존과 알리바바는 전 세계 오픈마켓 시장에서 자웅을 겨루는 라이벌로, 국내 업체와는 규모 자체가 다르다.
현재 글로벌 전자상거래 1위 기업인 중국의 알리바바 매출은 170조원에 이른다. 2위 업체인 미국의 아마존은 77조3천억원으로, 한국 시장에 이미 진출해있는 이베이의 매출(16조6천억원)이 초라하게 느껴질 정도다.
또 이들의 거래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아마존의 연간 거래규모는 2012년 기준 102조원으로, 우리나라 1년 전체예산 350조의 약 3분의 1에 이른다. 이는 오픈마켓을 포함한 대한민국 전체 온라인 거래 규모인 34조원의 3배를 넘는다. 알리바바는 오픈마켓 브랜드 '타오바오(淘寶)'라는 서비스로 중국 시장 80%를 장악하고 있다. 최근 미국 뉴욕증시 기업공개(IPO)를 앞둔 알리바바는 1천760억 달러(181조6천억)의 기업 가치를 가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시가총액 197조원의 삼성전자와 비슷한 체급이다.
업계 관계자는 "매출규모에서 이베이를 압도하는 아마존과 알리바바가 한국 오픈마켓 시장에 진출한다면, 시장 지형 자체가 변화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오픈마켓 시장을 두고 미국과 중국의 기업들이 자웅을 겨루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글로벌 기업에 시장을 빼앗긴 오픈마켓 시장은 앞으로 글로벌 인터넷 상거래 1~3위 기업들의 막강한 자본과 경쟁으로 글로벌 기업의 독무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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