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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 차세대 모바일 플랫폼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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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권기자] 최근 IT업계 관심이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에 쏠리고 있다.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 페이스북이 지난달 가상현실 기기 전문 업체 오큘러스를 20억달러(약 2조원)에 인수했기 때문이다.

인수 규모도 관심사지만 SNS 업체가 하드웨어, 그것도 가상현실 전문업체를 매입한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오큘러스 리프트가 눈앞에 3D 영상만 재생하는 헤드 마운티드 디스플레이(HMD)와 달리 사용자 움직임까지 감지할 수 있는 기기라는 점에서 차세대 소셜플랫폼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업체는 게임 산업의 성장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 가상현실은 게임에 먼저 접목된 후 다른 분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장 선두주자인 소니나 밸브, 오큘러스 등도 기존 게임기로 가상현실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시장 주도권 누가 쥘까?

그렇다면 가상현실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게임이나 영화를 보조하는 화려한 기술 중 하나에 불과한 것일까? 아니면 다음 먹거리를 책임질 차세대 모바일 플랫폼일까?

그 해답을 찾기란 쉽지 않다. 가상현실은 오랫동안 연구해온 분야지만 아직까지 이렇다할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개인용 가상현실 기기 시제품이 나온 것도 최근이다. 그동안 가상현실 기기는 주로 군사용이나 산업 연구용으로 개발됐다.

최근 다양한 프로토타입 제품은 공개됐지만 개발자 버전에 가깝고 제대로 된 소비자용 상품은 전무한 상황이다.

따라서 가상현실 미래는 제품보다 업계 움직임에서 찾아야 한다. 시장 패권을 가진 업체가 비즈니스 모델과 발전 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가상현실 기기 시장은 게임기 업체인 소니, 밸브,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 그리고 플랫폼 업체인 구글, 애플, 페이스북/오큘러스, 단말기 업체인 삼성, LG 등 3개 진영을 중심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최근 움직임은 게임기 업체들이 한발 앞서 가고 있다. 대표 주자는 소니다. 소니는 지난달 열린 게임개발자컨퍼런스(GDC 2014) 행사에서 비디오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4(PS4)용 가상현실 전문기기 모피어스를 선보였다. 소니는 모피어스를 통해 게이머에게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을 제공해 게임 시장의 재도약을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소니의 최대 라이벌 MS도 가상현실 헤드셋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MS는 포르테라자라는 이름으로 가상현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선두업체와 격차를 줄이고 앞서 가기 위해 MS는 오스터하우트 디자인 그룹(ODG)의 81개 가상현실 지적재산권을 1억5천만달러에 구입했다.

군용 웨어러블 기기와 HMD 개발업체인 ODG의 최신 제품 개발 노하우를 손에 넣게 되면서 MS 프로젝트도 탄력을 받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MS는 이 기술을 X박스원에 접목할 예정이다.

게임 플랫폼 업체 밸브는 오큘러스와 손잡고 기존 게임을 3D로 구현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PC용 게임을 비디오 게임처럼 TV로 즐길 수 있게 만들어 게이머의 지지를 받았던 밸브가 가상현실을 통해 게임 서비스를 한 단계 더 진화시키려 하고 있다. 밸브는 이를 위해 오큘러스와 협력하는 동시에 자체 가상현실 헤드셋을 개발했다. 시제품이지만 이 기기를 활용해 독자적인 가상현실 게임 서비스를 구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휴대형 게임기 쉴드를 내놓고 모바일 게임 시장을 공략중인 엔비디아도 구글글래스와 유사한 가상현실 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가상현실 기술이 게임을 포함해 다양한 산업군에 확대될 것으로 보고 기반 기술 축적에 중점을 두고 있다.

소니와 MS 등 게임기 업체들은 게임 콘텐츠 서비스를 풍성하게 만들어 이용자를 확대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가상현실을 게임 플랫폼으로 보고 있는 것.

◆플랫폼 업계, 새로운 가능성에 주목

반면 구글이나 애플, 페이스북/오큘러스 등 플랫폼 업체는 스마트폰을 대체할 차세대 기대주로 가상현실 기기를 준비하고 있다. 구글은 구글글래스에 증강현실과 더불어 가상현실을 접목해 웨어러블 기기 쓰임새를 키우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2007년과 2013년 미국 특허청에 고글 타입 가상현실 기기 특허를 출원하는 등 관련 제품을 물밑으로 준비하고 있다. 또 여기에 지난해 인수한 3D 센싱업체 프라임센스의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사용자경험(UX)을 구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은 최근 스마트시계 아이워치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제품을 출시한 후엔 구글처럼 스마트안경 개발에 본격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웨어러블 기기 시장은 시계보다 안경이 쓰임새가 더 크다. 안경에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을 도입할 경우 이전과 전혀 다른 사용자환경(UI)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이런 가능성을 오큘러스에서 감지한 것으로 분석된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오큘러스 인수에 대해 가장 뛰어난 소셜 플랫폼을 만들 기회라고 표현했다. 또 그는 오큘러스 가상현실 기기가 현재 우리가 일하고 놀고 커뮤니케이션하는 방식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다른 업체와 달리 가상현실 기기를 게임 플랫폼만으로 보고 있지 않다. 오큘러스 리프트가 게임뿐 아니라 운전 연습, 실시간 채팅, 가상 여행까지 구현할 수 있는 차세대 플랫폼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우선 게임쪽에 초점을 맞춘 후 오큘러스 (리프트)의 활용 범위를 조금씩 넓혀 갈 계획이다.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은 모바일 플랫폼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깊이 체감하고 있다. 따라서 이 업체들은 가상현실을 웨어러블 기기에 결합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려고 할 것이다. 제품을 하나 새롭게 추가하는 것은 이 업체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2018년 시장잠재력 162억달러

이들은 새로운 카테고리의 시장을 만들어 성장세를 이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가상현실은 이런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삼성이나 모토로라, LG 등 단말기 업체도 스마트폰을 만들면서 축적한 고해상도 디스플레이와 부품 경량화 기술을 활용해 관련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들 업체는 양산형 제품 위주로 개발을 하기 때문에 초기 시장이 형성된 후에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가상현실 시장은 게임기와 플랫폼 업계 중심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두 진영 특성상 가상현실도 게임 플랫폼으로 발전하다가 점차 커뮤니케이션 등을 아우르는 폭넓은 플랫폼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상현실이 차세대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지는 구글이나 애플, 페이스북, 소니, MS의 노력에 달렸다.

게임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콘텐츠 플랫폼 전략을 제대로 세우지 못한다면 가상현실은 화려한 볼거리 기술로 끝날 것이다. 반면 스마트폰과 같은 성공을 재연한다면 새로운 먹거리 걱정을 덜 수 있다.

가상현실 시장은 매년 125%씩 성장할 만큼 상장잠재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케이지로 월드스와이드(KZero Worldswide)는 가상현실 기기 시장이 2015년 본격적으로 꽃을 피워 2016년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성장세는 기기 판매량 증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가상현실 기기 판매량은 올해부터 매년 108%씩 증가하며 2018년엔 5천68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점쳐졌다. 2018년 매출액 규모는 기기 부문 84억달러, 소프트웨어 부문 77억달러로 예상됐다.

이런 성장세를 바탕으로 케이지로는 2018년 전체 컨슈머 가상현실 시장 가치를 162억달러로 내다봤다.

안희권기자 arg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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