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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전자-소재도 '초일류'로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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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기업 신성장 엔진이 뛴다 ①삼성

글로벌 경기 침체 등 우려 속에서 재계의 신성장 동력 찾기가 분주하다. 삼성·현대차·SK·LG·CJ 등 그룹들은 각기 확보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성장을 이어갈 새로운 동력 마련에 나선 상태. 이를 위한 적극적인 인수합병(M&A) 및 투자로 성과가 가시화 되는 등 신사업도 한껏 탄력을 받는 분위기다. 이에 아이뉴스24는 기획 시리즈를 통해 주요 그룹(게재 무순)의 전자소재와 에너지, 해외 서비스, 반도체와 친환경차 등 새로운 성장엔진이 되고 있는 신성장 사업을 다뤄보고자 한다.[편집자주]

[김현주기자] 삼성이 첨단 전자 소재 산업을 그룹의 '원톱' 사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잰걸음을 내딛고 있다.

과감하게 계열사 간 합병으로 물리적 결합을 시도하는 한편 전사적으로 물적·인적 자원을 쏟아 부을 준비태세를 갖췄다.

삼성SDI는 지난달 31일 주식교환 합병 방식으로 제일모직을 흡수한다고 발표했다. 합병 비율은 삼성SDI 보통주 1주 당 제일모직 0.4425482다. 양사는 오는 5월30일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7월1일 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번 합병을 통해 삼성SDI는 연매출 10조원, 자산규모 15조원 규모의 부품 소재 전문기업으로 거듭나게 됐다. 합병 시너지를 통해 오는 2020년에는 매출 29조원 이상의 회사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다.

이는 삼성이 부품 소재부문의 계열간 사업을 재편해 소재를 그룹의 캐시카우로 삼겠다는 의지가 돋보이는 대목.

실제로 이건희 삼성 회장은 "삼성의 5년, 10년 후를 책임질 신수종 사업과 소재 사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지난 2012년부터 전자 소재 분야 강화를 주문해왔다.

이같이 소재 분야 역량강화를 강조해왔던 만큼 이번 제일모직과 삼성SDI의 결합은 예상된 수순이었다.

앞서 제일모직은 지난 연말 패션 사업을 에버랜드에 양도하면서 부품 소재 사업만 남겼다. 아울러 독일 OLED업체 노발레드에 총 3천455억원을 투입, 계열사로 편입하는 한편 삼성 전자소재 연구단지에 입주하는 등 기업 체질 변신을 꾀해왔다.

여기에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할 기회가 필요했고, 삼성SDI와의 전격적인 합병이 결정 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 소재 경쟁력 어느 정도?

삼성SDI는 전기차용, ESS용 배터리 등 친환경·에너지 사업을 위해 소재 경쟁력 강화에 집중해왔다. 여기에 기존 제일모직이 가지고 있었던 차별화된 소재 역량은 삼성SDI 신사업에도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제일모직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과 인조대리석 제품군뿐 아니라 반도체 공정소재·디스플레이 소재·OLED 소재 부분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 분리막, 전자재료 등 다양한 소재 전문 역량을 바탕으로 케미칼 사업부, 전기재료 사업부 등에서 고부가 가치를 창출해 온 것.

실제로 케미칼 사업부는 제일모직 매출비중의 63.4%를 차지하는 주력 사업부다. 난연ABS, 압출ABS, PC/ABS, 폴리카보네이트 등의 엔지니어링 플라스틱과 인조대리석 제품군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며 경쟁력을 확보해 왔다.

세계 최초로 내스크래치 ABS를 개발해 기술력을 인정 받았으며, 친환경 PCM Base 소재, Bio소재 등을 연달아 선보이며 친환경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다.

아울러 전자재료사업부는 가장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첨단소재 사업부로 회사의 중흥을 견인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주력 제품인 반도체 공정소재·디스플레이 소재·OLED 소재 등이 세계 IT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한국의 TV, 반도체, 스마트폰 등에 핵심 소재로 사용되면서 디지털 강국의 위상을 제고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삼성SDI는 이같은 제일모직 합병을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에 따른 전기차용 배터리 등 신규 사업의 안정적인 추진 기반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템 개발로 미래 성장 동력 발굴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 박상진 사장은 "소재와 부품에서 각각 쌓은 양사의 전문 역량과 기술을 합해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초일류 소재·에너지 토탈 솔루션 기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제일모직 조남성 사장은 "이번 합병은 삼성SDI와 제일모직의 핵심경쟁력을 통합, 초일류 에너지·소재 전문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 뿐만 아니라 삼성은 이번 합병으로 소재와 부품간 시너지 뿐 아니라 완제품간의 시너지도 극대화할 수 있게 됐다. 소재(제일모직)-부품(삼성SDI)-완제품(삼성전자)의 구도가 '삼성SDI-삼성전자'로 정리하게 됐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구조 재조정은 전자 사업군을 중심으로 그룹 경영을 이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체제를 강화하는 효과도 가져올 것"이라며 "무엇보다 소재 분야 강화는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전자사업군이 시장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게 초일류로 키우고자 하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라고 풀이했다.

◆왜, '소재' 인가

이 같은 삼성의 행보는 시장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세계 초일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초 소재 분야 경쟁력이 없이는 스마트폰 이후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위기 의식이 반영된 것.

삼성전자의 캐시카우가 됐던 스마트폰 사업은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 정체로 인해 장기적인 이익 성장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보급형 시장 공략이 남아있지만 업체간 경쟁 본격화와 출혈 마케팅·저마진 등으로 인해 전망은 어둡다.

이 회사는 지난 2년간 매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다가 지난해 4분기 직전분기 대비 18% 감소한 8조원대의 이익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이익 확대기에서 이익 방어기로 들어섰다는 분석이 쏟아졌다. 삼성의 '그 다음'은 무엇인지에 대해 의문이 쏟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올 초 신년사에서 이건희 회장도 이 같은 위기 의식을 의식한 듯 "선두 사업은 끊임없이 추격을 받고 있고, 부진한 사업은 시간이 없다"며 "5년, 10년 전의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 하드웨어적인 프로세스와 문화는 과감히 버려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따라서 소재 분야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은 '스마트폰 이후'의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체력을 보충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인다. 기초 소재는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의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소재 혁신 없이는 IT 사업의 혁신도 이룰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해 10월 유리 기판 등을 생산해온 미국 기업 코닝에 한화 2조4천억원을 투자, 지분 7.4%를 확보, 최대주주에 오르게 된 것도 핵심 기초 소재 부문의 역량을 키우기 위한 비슷한 행보다.

삼성은 코닝이 보유한 LCD 기판 등 외에 환경, 통신, 생명과학, 특수소재 분야에 확보한 기술을 활용, 소재 분야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게 됐다. 대신 삼성은 코닝과의 합작사인 삼성코닝정밀소재 지분 43%를 코닝측에 넘기고, 기존 LCD 기판유리 장기 공급 계약은 유지해 기판의 안정적인 조달도 함께 꾀했다.

삼성 관계자는 "소재 분야에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의지를 강화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R&D 강화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해 장기성장동력을 확보하고 미래가치를 꾸준히 높여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현주기자 hann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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