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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통신대계 '보조금 투명화',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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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창간 14년 기획]통신시장 혁신의 5가지 키워드① 단통법

박근혜 정부 출범 2년째. 통신시장을 혼탁하게 만드는 불법보조금이 판을 치지만, 규제당국은 '단통법' 통과에 기댄 채 시장정상화를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4인가구 전체가 스마트폰을 가지는 시대가 되면서 가계통신비는 치솟고 있다.

그러나 현 정부의 대처는 미흡한 실정이다. 아이뉴스24는 창간 14주년을 맞아 '[창간기획] 2014, 통신시장 혁신을 위한 5가지 조건'을 통해 국민의 가계통신비 부담을 줄이고, 건강한 통신시장을 만들기 위해 어떤 논의가 필요한지 집중적으로 조명해 본다.[편집자 주]


[허준기자] 지난 2월11일 새벽, 서울 동대문구의 한 휴대폰 판매점에 젊은 청년들이 속속 도착해 줄을 서기 시작했다. 아직 매서운 찬바람이 불고 있었지만 이들은 두꺼운 외투를 걸치고 휴대폰 판매점에 길게 줄을 늘어섰다.

이들이 추운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줄을 선 이유는 휴대폰을 싸게 구매하기 위해서다. 휴대폰 커뮤니티 등에서 아이폰5S, 갤럭시노트3 등의 최신기종을 싸게 판매할 예정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왔고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새벽부터 길게 줄을 선 것이다. 이른바 '2.11 대란'이라 불렸던 지난 2월11일 새벽의 풍경이다.

이런 현상은 이 날만 벌어진 게 아니다. 이동통신3사는 매번 들쑥날쑥한 보조금 영업전략을 통해 이용자들을 심각하게 차별하고 있다. 최근에는 야간에 온라인 판매점을 통해 과도한 스팟성 보조금을 지급하고, 폰파라치 제도를 피하기 위해 '내방', '페이백' 등의 방법으로 아는 사람만 보조금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같은 휴대폰이라도 언제, 어디서 사느냐에 따라 누구는 10만원에 사고, 누구는 100만원에 사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2.11 대란' 이후 대통령까지 나서서 이런 휴대폰 유통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일이 벌어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스마트폰을 싸게 사려고 추운 새벽에 수백미터 줄까지 서는 일이 계속되면 안된다"며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이런 문제들이 많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은 2월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방치 돼 있다. 소관 상임위인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여야 의원들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지만 방송법 개정안 등을 놓고 대립, 끝내 이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2014년 휴대폰 시장을 얘기할 때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을 빼고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이 법안의 통과 여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고 시행된 이후의 변화도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단통법 발목 잡은 국회, 보조금은 누가 잡나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은 지난해 5월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으로 이른바 '보조금 투명화법' 이라고 불린다. 법안에는 ▲보조금 차별 금지 ▲보조금 공시 의무 ▲고가 요금제 강제 제한 ▲보조금 또는 요금할인 선택 가능 ▲제조사 장려금 조사 및 관련 자료제출 의무화 등이 담겨있다.

소비자들이 보조금의 수준을 체크해, 차별받지 않고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정부는 이 법안이 이동통신사들의 과도한 보조금 지급으로 인한 이용자 차별행위를 막기 위한 '첫 단추'라고 말한다. 통신사들에 보조금 공시 의무를 지워 구매자들이 내가 사는 휴대폰의 보조금을 손쉽게 알 수 있도록 하기 때문에 보조금을 통한 차별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는 결국 고가 스마트폰의 출고가 인하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정부 측의 설명이다.

물론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시행된다고 해서 단숨에 휴대폰 보조금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 법안의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민주당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안으로는 보조금 경쟁을 막을 수 없다며 다른 가계통신비 경감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민주당이 발표한 경감대책은 크게 세가지로 ▲데이터요금 부담 경감 ▲통신요금검증위원회 설치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 등이다.

이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내용은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이 제도는 휴대폰 구입과 통신사 가입을 완전히 분리, 통신사가 휴대폰을 팔지 않고 통신 서비스만 제공하도록 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럼에도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의 국회 통과 및 시행이 절실한 이유는 이 법안으로부터 휴대폰 유통구조 개선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한 휴대폰 판매점 사장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시행된다고 해도 크게 변할 것은 없다고 본다"며 "그래도 일단 시행하면서 법안을 개선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특히 매시간마다 바뀌는 변화무쌍한 통신사들의 보조금 정책을 법안으로 통제할 수 있다면 대환영"이라고 말했다.

전국이통통신유통협회 관계자도 "지금처럼 들쑥날쑥한 보조금을 통한 이용자 차별이 지속되면 고객과 우리 유통점의 신뢰 관계도 무너질 것이 뻔하다"라며 "이 법안으로 판매점에게 손해가 있을수도 있지만 변화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 유통시장을 개혁의 첫단추를 끼워야 한다는 판단에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에 찬성했다"고 설명했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시행 이후가 더 중요

정부는 지난 13일부터 이동통신3사에 순차적 45일 영업정지 제재를 내렸다. 과잉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라는 시정명령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재의 실효성' 여부를 떠나 45일간의 영업정지에 기기변경까지 금지하는 제재는 강력한 수준인 셈이다.

정부가 보조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칼을 빼든 만큼 이번에는 반드시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기존처럼 반복적인 영업정지와 과징금 제재는 더이상 이통사들의 보조금 살포를 막지 못하는 만큼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을 하루빨리 시행, 새로운 제도 아래서 새로운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지적인 것이다.

물론 법안에서 명확하지 않은 세부내용을 시행령 등으로 보완해야 할 사안들도 있다. 보조금의 게시 방법이나 공시 주기 등은 시행령을 통해 정해야 한다. 법안에는 통신사들은 단말기에 지급되는 보조금을 공시해야 하고 판매점은 이 보조금에서 15% 범위 내에서 보조금을 추가로 지급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다만 아직 보조금을 어떻게 공시하는지, 공시주기를 몇일 혹은 몇주로 하는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또한 고객이 보조금 대신 요금할인을 선택할 경우 통신사는 보조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을 해줘야 하는데 이 기준도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제조사들의 지급하는 보조금(판매장려금)에 대한 자료제출 범위 및 시기 등도 시행령을 통해 마련될 예정이다.

현실과 맞지 않는 보조금 상한도 손봐야 한다. 현재 방송통신위원회의 보조금 제재는 가이드라인인 27만원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27만원 가이드라인은 휴대폰 가격이 40만~50만원일때 생겨난 것으로 100만원에 육박하는 스마트폰이 팔려나가는 지금과는 전혀 맞지 않는 가이드라인이다.

방통위 전영만 이용자정책과장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통과되면 위법성 판단기준인 27만원 가이드라인이 달라질 수 있다"며 "기종, 출시기간, 판매현황 등을 고려해 방통위가 정하는 상한 범위에서 가이드라인이 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휴대폰 가격 왜곡 심각, 단통법으로 출고가 조절될까

보조금 대란이 일어나면서 고객들은 더이상 휴대폰 가격을 믿지 않고 있다. 출고가가 100만원에 육박하거나 100만원을 넘어서는 스마트폰이 많지만 보조금을 과도하게 지급해서 판매하다보니 이 가격이 휴대폰의 진짜 가격이라고 생각하는 고객은 거의 없다.

김홍철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장은 "100만원짜리 휴대폰에 보조금이 120만원씩 실리는 경우도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돈을 받고 휴대폰을 구매하는 것인데 이런 내용이 언론보도 등을 통해 외부에 알려지면 정상적인 휴대폰 가격에 대한 기준이 사라진다"며 "알뜰폰업계가 중저가 단말기를 내놔도 고가 스마트폰만 바라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이미 고객들은 고가 스마트폰을 고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은 왜곡된 가격 및 유통구조를 정상화하는 비상구가 될 수 있다. 소비자는 통신사의 보조금과 제조사의 판매장려금을 투명하게 알고 자신이 얼마를 내고 휴대폰을 구입하는 지 확인할 수 있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비현실적으로 높아진 단말기 출고가 역시 보조금 공시제도가 자리를 잡으면 자연히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모든 문제를 당장 해결해주지는 않겠지만 변화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2014년에는 이 법안의 국회 통과와 시행이 반드시 필요하며 시행 이후에도 보조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더욱 강력한 법률을 만들어서라도 이번 기회에 반드시 불법보조금 문제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준기자 jjoon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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