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게임업계에 '좋은 이름'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용자가 쉽게 기억할 수 있고 부르기 편한 이름을 확보한다는 건 사실상 게임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게임업체들의 홍보가 주로 이용자들의 입소문에 의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상관관계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좋은 게임이름이란 어떤 것일까요? 딱 부러지게 정의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은 있습니다. 하지만 시중에 유통되는 게임을 살펴보면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영화나 애니메이션 등 이용자들에게 이미 알려진 이름, 또는 요즈음 인기인 서양 중세를 배경으로한 롤플레잉게임(RPG) 용어 등이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죠. 특정 게임이 인기를 끌면 그 이름을 본딴 아류작들이 속속 등장하는 사례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인기 게임에 편승,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겠다는 전략인 셈이죠. 그러다 보니 법정 공방도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손오공과 키드앤키드닷컴 간의 '하얀마음백구' 원조 논쟁입니다.
양사가 한 치 양보없이 팽팽하게 맞선 것은 다 이유가 있습니다. '하얀마음백구'가 아동들 사이에선 인지도가 높아 흥행이 검증된 게임이라는 데 있습니다. 양사는 서로 PC패키지게임 '하얀마음백구'의 상표권은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하면서 비슷한 시기에 같은 이름의 게임을 잇따라 출시하게 됐습니다.
지난 10월 '하얀마음백구2'를 서둘러 출시한 손오공은 '하얀마음백구'의 정통 후속작임을 이용자들에게 알렸습니다.
'하얀마음백구2'를 선점당한 키드앤키드닷컴은 흰 강아지에 얼룩무늬를 입힌 다음 '하얀마음백구3'를 11월에 선보임으로써 신상품 '하얀마음백구2'를 중고품으로 만들자 양사간의 갈등은 더욱 깊어졌습니다.
또 최근에는 불교용어로 '업'(業)이라는 뜻의 '카르마'를 놓고 대형 온라인게임 서비스업체인 넥슨과 넷마블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아스라이 게임제작소가 개발하고 넥슨이 제공하는 온라인 롤플레잉게임(RPG) '카르마 온라인'은 지난 10월 중순 게임사이트를 열고 12월 10일 시범서비스를 개시했습니다.
이에 비해 드래곤플라이가 개발하고 넷마블이 제공하는 온라인액션게임 '카르마'는 지난 12월 18일 넷마블 사이트에서 서비스를 개시했습니다. 드래곤플라이는 이미 지난해에 PC패키지로 선보인 적이 있습니다.
양사의 논쟁은 '카르마' 상표권을 서로 하나씩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드래곤플라이는 게임이름으로 지난 10월 17일 상표권등록을 신청했으며 넥슨은 이보다 이틀 늦은 10월 19일 인터넷프로그램다운로드로 신청하게 된 것입니다.
드래곤플라이는 23일까지 상표권 중복에 대한 자사 요구에 대한 넥슨측의 답변을 요구한 상태입니다. 반면 넥슨은 드래곤플라이와 좀더 시일을 놓고 이야기를 나눠보자는 입장입니다.
또 인기 영화를 소재로 한 동명의 작품들도 최근 출시됐습니다.
지난 19일 개방된 영화 '반지의 제왕'을 두고 EA코리아와 비벤디코리아는 각자 영화와 소설의 판권을 기반으로 한 PC패키지게임을 선보이면서 자사 게임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서양의 중세 전설을 의미하는 '사가'(saga), 연대기를 의미하는 '크로니클스'(chronicles), 기습이란 뜻의 '어썰트'(assault), 폭탄의 '봄(bomb) 이외에도 게임의 준말인 '겜', 즐겁다는 '조이' 등이 삽입된 게임이름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최근들어 이런 논쟁이 자꾸 불거지고 있는 건 게임수가 증가하는 한편 하나의 콘텐츠를 다양한 방면으로 적용시키는 '원소스 멀티유즈'(One sauce Multi use)가 점차 정착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편으론 게임업체들이 서양 중세풍의 RPG 등 일부 게임장르에 몰려 있으며 타 게임이나 영화 등의 인기에 편승하려는 마케팅이 아직도 성행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국순신기자 kooks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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