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경기자] KT경제경영연구소가 비트코인에 대해 화폐로서 한계는 있지만 '글로벌 단일통화'의 출현은 인터넷 비즈니스에서 의미가 있고, 기술적 측면의 혁신도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또 비트코인에 숨은 기술은 인터넷기업들에게 기술적인 통찰력(인사이트)과 사업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 원문 바로가기)연구소는 "비트코인은 화폐로서는 성장 초기라 해도 변동성이 너무 커 안정성 확보까지는 갈 길이 멀다"면서도 "글로벌 단일통화가 출현했다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인터넷 기업들의 사업에 꼭 필요했던 요소라는 것이다.
이어 기술적인 측면에서 비트코인이 이뤄낸 혁신 부분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트코인이 P2P(개인 to 개인) 네트워크가 직면한 '합의 도출·관리' 문제에 대해 실질적 해결책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최고 수준의 수학과 첨단 암호화 알고리즘을 결합해 거래기록을 보호하는 기술을 도입했는데, 이른바 '비잔틴 장군 문제'를 채굴(mining)과 블록 줄기의 길이(The longest chain wins) 개념으로 해결해 IT 전문가들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다.
비잔틴 장군 문제(The Byzantine Generals Problem)란, 지금처럼 동시에 정보전달을 할 수 없던 과거 비잔틴 시대에, 지휘부에서 연락병을 보내 공격 명령을 내린다 해도 배신자나 첩자가 거짓 정보를 비슷한 시간에 흘릴 경우, 맞는 정보를 어떻게 구별해 내야 하느냐에 대한 문제를 지칭한다.
컴퓨터 시스템에서도 특정부품에 에러가 발생해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면 정보간에 충돌이 발생하는데, 이는 비잔틴 장군 문제와 동일한 케이스라 할 수 있다.
실물 화폐의 중복사용 등의 문제는 은행 같은 제3의 기관이 개입해 해결하지만, 비트코인처럼 중앙통제 시스템 없이 이뤄지는 P2P 분산컴퓨팅 시스템은 정보간 충돌(중복사용) 문제가 해결돼야 정보의 신뢰도를 확보할 수 있다.
비트코인의 창안자 사토시 나카모토는 채굴 과정에서 나타나는 '비잔틴 장군 문제'를 가장 긴 블록체인에 접수된 거래만을 정상으로 간주하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비트코인을 주고받는 거래가 중복적으로 이뤄질 경우, 가장 많은 이들에게 접수된 거래 정보만을 진실된 것으로 인정한다는 뜻이다.
(채굴이란, 평균적으로 약 10분마다 컴퓨터가 어려운 수학문제를 풀어 현 블록에 담긴 거래내역을 암호화하고 그 값을 다음 블록으로 전달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을 말한다. 채굴이 이뤄지면 보상으로 약간의 비트코인을 받는다.)
연구소는 이 같은 비트코인 시스템에 대해 "비트코인은 위키피디아의 문제(다수가 정보를 빠르게 업데이트할 수 있으나 신뢰도는 의문)를 해결하며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놀라운 혁신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비트코인은 오류를 체계적으로 배제시키는 솔루션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또 "이 모든 작업을 인터넷 오픈소스 프로젝트로 추진해 이룬 점도 평가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구소는 아울러 "비트코인에 숨어있는 기술들이 인터넷기업들에게 많은 기술적 인사이트와 사업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인터넷상에서 거래될 수 있는 80여 종의 유사 화폐가 만들어져 유통중인데, 이는 기본적으로 인터넷 전체, 즉 글로벌 수준에서 단일한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화폐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증거라고 봤다.
연구소는 "수학적 암호화 기술, 분산 시스템의 합의도출, 체계적 오류 배제 시스템 기술은 글로벌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초기벤처들에게 많은 영감을 줄 수 있다"며 "제공하고자 하는 서비스를 이러한 기술과 결합할 경우, 보다 안정적이고 광범위한 지역 대상의 시스템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미국에서 펀딩(투자자금 유치)에 성공한 초기벤처들의 상당수는 비트코인 관련 기업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해외의 비트코인 관련 초기벤처들은 비트코인의 중개, 환전, 온·오프라인 결제 솔루션 등을 다루고 있다.
이혜경기자 vixe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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