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혜정기자] 내년 스마트TV 시장에서 구글·애플 등 플랫폼 사업자들과 삼성전자·LG전자 등 TV제조사들이 자체 운영체제(OS)로 각개전투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구글과 연합군을 이뤄 안드로이드 OS 기반의 구글TV를 선보였던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타이젠 TV와 웹OS TV를 내놓을 예정이다. 여기에 구글도 TV제조사에 안드로이드를 제공하는 형식에서 벗어나 셋톱박스 기반의 '넥서스 TV'를 출시할 전망이다.
스마트 기기에 밀린다고하지만 거실을 장악하고 있는 TV는 적합한 콘텐츠만 공급될 수 있다면 여전히 매력적인 기기. 차세대 스마트TV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업체간 경쟁에 귀추가 주목된다.
9일 업계등에 따르면 구글은 내년 상반기 '넥서스' 브랜드의 TV 셋톱박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안드로이드 OS 기반의 이 셋톱박스를 TV와 연결하면 넷플릭스나 훌루같은 동영상 서비스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애플TV와 유사한 방식이다.
구글은 지난 7월 35달러짜리 비디오 수신기 '크롬캐스트'를 선보인데 이어 다양한 방식으로 스마트TV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크롬캐스트는 동글 형태로 TV의 HDMI 단자에 꽂기만 하면 무선랜을 통해 데이터를 수신, 웹 콘텐츠를 TV에서 볼 수 있게 해주는 스마트기기다.
구글에서 TV 사업 제휴를 담당하는 미키 김 상무는 "이용자들의 편의를 고려해 크롬캐스트와 같은 다양한 스마트기기를 출시하고 있다"며 "수요가 다르기 때문에 크롬캐스트가 스마트TV의 입지를 불안하게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크롬캐스트나 넥서스TV와 같은 스마트 기기는 TV제조사들의 스마트TV를 위협할 수 있다. 이들 기기는 제조사들의 스마트TV처럼 웹브라우저를 통한 인터넷 기능을 제공하진 않아도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나 게임과 같은 스마트TV에서 활용도가 높은 서비스에 최적화 돼 있기 때문.
업계는 구글이 앞으로 삼성이나 LG같은 TV 강자들과 협력하기 보다는 독자적인 방식으로 스마트TV 시장을 공략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TV세트 형식의 구글TV가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기 때문에 구글이 다양한 실험을 진행 중"이라며 "TV세트에 운영체제를 넣는 방식에서 벗어나 넥서스TV나 크롬캐스트 같이 독자노선을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의 경우 지난해 3월 출시한 애플TV 셋톱박스는 지금까지 1천300만대 이상 팔렸다. 콘텐츠 수급문제와 크롬캐스트같은 스마트기기의 등장으로 TV세트 'iTV'의 내년 출시는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LG TV, 안드로이드에서 독립하나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자체 OS로 전통 TV 제조사로서 자존심을 지키려고 하고 있다. 검증된 하드웨어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까지 구글·애플과 진검승부를 벌이겠다는 것.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독일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IFA)에서 구글TV를 선보였지만 이를 아직까지 상용화하지 않았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삼성의 구글TV는 연내에는 출시되지 않고 향후 출시계획도 불투명하다. 삼성의 스마트TV는 현재 리눅스 기반의 자체 OS를 탑재하고 있다.
특히 삼성은 내년에 타이젠 TV 출시를 예고한 상태.
삼성전자 김현석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부사장)은 지난달 7일 '스마트TV 글로벌 서밋 2013' 행사 직후 기자들과 만나 "타이젠 TV는 폰보다 늦게 출시될 것"이라면서도 "(TV와 폰의) 출시 시점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연내 타이젠 폰을 출시할 계획이었으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내년 상반기께로 시기를 미뤘다. TV 출시도 이와 비슷한 시기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지난 9월 미국에 이어 국내와 중국에 구글TV를 출시했다. 그러나 내년엔 올초 HP로부터 인수한 웹OS를 탑재한 TV를 선보일 예정이다.
타이젠과 웹OS는 차세대 웹 표준 기술인 HTML5를 지원하는 '개방성'이 장점. HTML5로 콘텐츠를 만들 경우 TV나 스마트폰 등 단말기에 따라 최적화하는 과정을 생략할 수 있다. TV 제조사들도 콘텐츠 확보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타이젠을 스마트폰, 가전 등에도 적용할 예정이다. 타이젠으로 OS가 통일되면 스마트폰, TV, 가전이 모두 연결되는 '스마트홈'이 구현될 전망이다. TV를 보며 세탁 상태를 확인할 수 있고, 스마트폰으로 집안 조명을 끌 수 있는 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나 LG 등 TV 제조사들은 지난 3년동안 시행착오를 겪으며 이용자들에게 적합한 사용자환경(UI), 콘텐츠, OS 찾기에 골몰해왔다"며 "내년 TV용 스마트 기기 시장을 공략할 구글·애플과 자체OS TV를 선보일 삼성·LG 의 주도권 경쟁이 향후 스마트TV 시장 판도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혜정기자 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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