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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끼운 첫단추' 유료방송 갈등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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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미디어시대, 규제정비 첫걸음은?(상)]

ICT 발전에 따라 미디어가 한층 다양해지고 있다. 전통적 유료방송인 케이블TV에 이어 IPTV, 위성방송, 스마트TV 등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결합상품이나 이종서비스를 묶은 새로운 상품도 나오면서 유료방송 시장의 규제 재정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의 종합적인 규제정비는 늦어지고만 있다. 아이뉴스24는 규제정비의 올바른 방향이 어떤 것인지, 해법의 첫걸음을 어디서 찾아야 하는 지 진단하려고 한다.[편집자주]


[백나영기자] 지난 9월29일 KT가 발칵 뒤집혔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전병헌 의원이 발의한 IPTV법 개정안을 우선처리법안으로 채택했기 때문이다.

전병헌 의원이 발의한 법률개정안은 'IPTV 점유율 합산'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개정안은 IPTV 가입자와 특수관계자(위성방송)의 가입자를 포함해 전체 유료방송시장 3분의 1을 넘지 않도록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다.

법률안이 통과되면 KT는 앞으로 IPTV 가입자를 150만 이상 늘릴 수 없다. KT 관계자는 "사업을 하지 말라는 얘기"라며 분통을 터트린다.

그러나 케이블TV 업계는 "당연한 조치"라고 인식하고 있다. 케이블TV 관계자는 "IPTV에만 유리하던 제도의 형평을 맞추는 과정일 뿐"이라고 잘라말했다.

법안이 통과되도록 애쓰는 케이블TV 진영과 법안 통과를 저지하고 있는 KT 사이에서 이 법률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잘못 끼운 첫단추···

규제 형평성을 사이에 두고 케이블TV 진영과 KT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핵심은 KT의 시장지배력에 대해 경쟁사들이 경계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의 시작은 IPTV 허가를 내주면서 동일 서비스에 대해 정부와 국회가 규제 수준을 달리한 탓이 적지 않다.

케이블TV 사업자는 방송법에 따라 특정 업체가 전체 케이블 가입자(1천492만명)의 3분의 1을 차지할 수 없는 규제를 받고 있다. 더불어 전국을 77개 구역(권역)으로 쪼개, 그 중에서 3분의 1 이상을 보유할 수 없다.

반면 IPTV 사업자는 방송법 대신 규제가 완화된 IPTV법의 적용을 받도록 했다. IPTV는 '전체 유료방송시장(2천491만명)' 기준 3분의 1 가입자를 보유할 수 있다. 현 시점에서 보면 가입자 기준이 1천만명이 더 많다. 통신사의 진입을 허용하기 위해 방송법 기준 외국인 지분제한 대신 통신관련 법률기준으로 삼았다.

이렇게 되면 1% 미만의 외국인 지분은 지분율에 합산되지 않기 때문에 외국인 지분제한 49%를 맞출 수 있다.

그러다보니 케이블TV 업계는 방송법과 시행령을 개정해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규제완화 내용이 담긴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권한도 없는 국회 미방위에 발목이 잡혀 1년이 넘게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늑장 넘어, 제도 구멍"

케이블TV 측의 불만만 있는 것이 아니다. KT가 자회사 KT스카이라이프의 위성서비스와 IPTV를 결합한 결합서비스 DCS(접시 없는 위성방송)은 위성과 IPTV의 장점을 살리는 정책이지만 '현행법 위반'에 걸렸다.

KT 관계자는 "기술의 발전과 규제의 허점으로 인해 서비스의 길이 막힌 것"이라며 "이는 이용자들의 편익을 해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DCS는 사업자들이 옥신각신 싸운 끝에 ICT 발전법의 이름으로 서비스 근거를 마련했다.

하지만 위성방송(가입자 규제없음)과 IPTV (전체 가구의 3분의 1)를 결합한 서비스는 가입자를 어디로 넣느냐에 따라 무한정 가입자를 늘릴 수 있는 규제의 허점을 드러나게 했다.

국회에서도 이런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자 전병헌(민주당), 홍문종(새누리당) 의원 등이 IPTV와 위성방송의 가입자를 합산해, 점유율을 제한하는 법률안을 발의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KT 측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문재철 KT스카이라이프 사장은 "가입자 점유율 제한을 위해 위성방송을 규제한다면, 그 반사이익이 시청자에게 가는 게 아니라 케이블을 장악하고 있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에게 넘어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달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케이블TV 방송협회 김정수 사무총장은 "KT는 사실상 전국 사업권 2개(KT스카이라이프와 KT올레)를 가지고 있다"며 "합산규제를 하지 않으면 KT가 유료방송 시장을 독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디어 홍수시대를 맞아 시장지배력에 대한 규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것은 방송정책의 핵심 사안이 됐지만, 제도개선은 더디기만 하다. 실시간 IPTV 서비스가 등장한지 5년이 넘었지만 IPTV와 디지털케이블TV의 규제수준을 맞추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이같은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업계관계자는 "정부가 각종 뉴미디어를 아우를 수 있는 통합방송법을 준비한다지만, IPTV와 케이블TV의 규제 하나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국회에서도 미디어문제를 정치적 이권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버릇을 버려야 한다"고 꼬집었다.

백나영기자 100n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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