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하기자] "인터넷 세상에서 개인 유저(user)들이 포털 등에 이양했던 '잊힐 권리'를 복원시켜 주는 것이 필요하다."
스누라의 전재호 대표는 9일 오후 서울 도곡동 사무실 인근에서 만나 '잊힐 권리'를 역설했다.
스누라는 인터넷에 올린 글이나 사진 등 디지털 데이터에 소멸 시점을 지정하면 해당 시점이 만료된 이후 데이터가 공중으로 사라지도록 하는 특허, '디지털 소멸 시스템(Digital Aging System)'의 전용 실시권자다. 실시권자란 특허를 사업에 적용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곳을 뜻한다.
DAS는 현직 초등학교 교사인 이경아씨가 9월11일 잊힐 권리를 보장하자는 취지에서 만든 기술특허다. 디지털 정보 역시 생명체와 같은 유기체적 관점으로 바라보고, 일정 수명을 다하면 자동으로 소멸하는 개념을 접목한 기술이다.
이 씨가 특허에 관한 아이디어를 얻게 된 것은 제자의 하소연이 작용했다. 중학생이 된 제자가 자신이 초등학교 때 올렸던 욕설이 섞인 게시물이나 댓글을 삭제했는데도 여타 커뮤니티 사이트 등에 게재되어 있는 것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한 것. 이를 계기로 이 씨는 디지털 정보를 일정 시간이 지나면 지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 끝에 해당 특허를 만들었다.
생물학과를 전공한 이 씨는 생명체가 시간이 지나면 노화되도록 설계하는 인간유전자 중 하나인 '텔로미어'를 주목했다. 이렇듯 디지털 정보에 소멸시계를 부착해 특정 시간이 지나면 인간의 수명이 다하듯, 디지털 정보 역시 자동으로 소멸되도록 한 것이다.
만약 인터넷 블로그 등에 게시물이나 사진을 올릴 때 소멸 시점을 일주일에서 1년으로 설정해두면, 그 시점이 지났을 때 자동으로 해당 게시물이 사라지는 것이 DAS의 핵심이다.
DAS시스템이 가동하면 빛 바래기·노이즈 끼기·변형되기 등의 방식으로 데이터 소멸이 진행된다. 선풍기 타이머처럼 DAS타이머가 작동해 댓글 등 디지털 정보가 변형되고 지워지는 등 노화가 진행되다가 소멸 시점이 오면 해당 데이터를 0바이트로 만들어 쿠키값을 포함한 모든 데이터를 삭제하는 것이다.
이 특허를 이용하면 인터넷이나 SNS에 올린 글·사진·동영상·댓글 등을 자신이 원치 않았는데도 검색되고, 퍼날라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또한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이 지난 2월 네이버 등 인터넷서비스업체게 자신이 올린 게시물에 대한 삭제을 요청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아 발의한 '저작권법 및 정보통신망법 일부 개정안'의 핵심 기술이 될 전망이다.
스누라는 향후 디지털 소멸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특허 전용 실시권을 3년간 획득해 사업을 구상 중이다.
전 대표는 세 가지 방향으로 사업을 구상 중이라고 설명했다. 전 대표는 우선 개인 용도의 PC와 산업용 PC에 DAS기술을 연내 중으로 접목시키는 것을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개인PC와 산업용PC에 해당 특허를 적용하는 것은 무료로 개방할 예정이다.
전 대표는 "컴퓨터에는 잘 사용하는 데이터와 잘 사용하지 않는, 정크 데이터(Junk data)가 있는데 이런 부분을 자동폭파하게 만들면 컴퓨터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인터넷상 개인이 올린 데이터만을 없애는 것을 넘어 산업용 PC에 적용하면 막대한 서버 관리비용을 절감할 수도 있다.
전 대표는 "기업에게 있어 정크데이트를 1% 혹은 0.1% 관리하는 것은 엄청난 에너지 효율 차이를 낳을 수 있다"며 축적되기만 하는 정보를 관리하는데 들어가는 막대한 서버 관리 비용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거기다 DAS는 각종 OS등 소프트웨어 라이선스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 전 대표의 설명. 소프트웨어를 불법복제해 사용하는 것을 궁극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고 한다.
전 대표는 "불법으로 복제했을 경우 프로그램이 작동하지 않도록 설정하는 등의 방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MS)의 MS오피스를 여러명이 불법복제해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해당 소프트웨어에 라이선스 기간을 설정해 놓으면 자동 삭제되거나, 혹은 소프트웨어가 복제되는 경우에는 설치 자체가 되지 않도록 설정할 수 있다.
향후 가장 역점사업으로 두고 있는 분야는 포털 사이트다. 수많은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포털과의 제휴를 통해, 포털가입자가 DAS를 사용하도록 하는게 목표다.
전 대표는 "전형적으로 본인이 쓴 글 예를 들어 댓글에 대해 포털과 제휴를 맺어 개인에게 삭제권을 부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물론 논란은 있을 수 있다. 포털에 올린 욕설이나 비방과 같은 모든 내용에 대한 삭제권한을 부여할 경우 여론몰이 등 악용의 우려가 있기 때문.
전 대표는 "누가 글을 남겼는지 소재가 불분명한 부분은 빼고 적용해야 한다"며 "다만 자신이 작성한 것이 명확한 포털에 올린 댓글 등을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은 작성자에게 주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게시물 작성 이후 포털에게 일방적으로 넘어가는 게시물 관리권한을 작성자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것.
현재 이 기술은 해외특허 출원을 위해 스위스 소재 국제특허조사기관(PCT)에 등록을 해 둔 상태다. 등록을 먼저 해둘 경우 유사 특허가 출원이 되더라도 DAS에 우선권이 보장된다.
전 대표는 해당 기술의 가치가 300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인터넷 저장소의 가치만 해도 299억 달러에 이른다는 통계가 있다"며 "메시지를 만드는 것과 잊혀지는 것을 요구하는 것은 데칼코마니와 같은 비중을 차지해, 디지털 소멸 관련 시장규모는 세계적으로 300조원 이상의 가치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누라는 현재 소프트웨어 개발 전문업체와 해당 특허를 접목한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다. 또한 로그메모리닷컴(www.logmemory.com)을 통해 해당 기술을 사용하는 이들을 관리할 계획을 세우고 연내 혹은 늦어도 내년 초 중으로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정미하기자 lot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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