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과학 산업 경제
정치 사회 문화·생활
전국 글로벌 연예·스포츠
오피니언 포토·영상 기획&시리즈
스페셜&이벤트 포럼 리포트 아이뉴스TV

[이균성] 노동집약형 IT 산업

본문 글자 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시스템 통합(SI) 산업은 정보기술(IT)의 결정(結晶)이라 할 수 있습니다. SI 산업은 정보시스템 구축이 주업이라 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항상 최첨단 하드웨어나 SW를 총체적으로 다루고 이에 정통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SI 산업은 얼핏 보기에 상당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실제 사정은 그렇지 않은 모양입니다. 국내 최대 SI 업체인 삼성SDS의 김홍기 사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SI를 '노동집약적 산업'이라고 불렀습니다. 부가가치가 낮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부른 것입니다. 1인당 매출이 연간 2억원 안팎에 불과하다는 말도 덧붙여 설명했으니 진의임에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SI란 업태를 적극 홍보해야 할 그가 왜 이런 의견을 말했을까요.

그의 설명을 조금 더 들어보겠습니다. "SI 산업은 기본적으로 수주 산업입니다. 문제는 프로젝트 계약에 있지요. 프로젝트를 계약할 때 그 가치보다 투입되는 사람의 수가 규모를 결정하는 근거가 되지요. 몇명을 투입하느냐에 따라 규모가 달라진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SI 사업은 결과적으로 인건비 장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속되게 말하면 '노가다'와 같다는 뜻이 되죠.

실제로 SI를 '사이버 건설'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건설 산업이 육체적인 노동을 통해 눈에 보이는 인프라를 구축한다면, SI는 좀 더 지적인 노동을 통해 눈에 잘 안보이는 사이버 세계를 건설하는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SI도 건설처럼 인건비를 바탕으로 벌이는 사업이니 부가가치가 낮다는 설명입니다. 수주를 잘 해도 매출은 인건비에 비례한다는 뜻이죠. 많이 벌면 그만큼 많이 쓰게 되니 회사로서는 남는 게 별로 없는 것입니다.

정부가 발주하는 공공 SI 사업을 보면 더 분명해집니다. SI 업체는 하나같이 "공공 분야 사업은 수주를 해도 남는 게 없다"고 말합니다. 그룹 계열사에서 수주한 사업은 그나마 조금 남길 수 있는데 정부기관을 상대로 한 사업은 잘해야 본전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일치된 견해입니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그룹에서 남겨 정부에 자선사업한다는 말이 통설이기도 합니다.

정부 사업을 하다보면 당장 남지는 않지만 대외 인지도가 올라가고 해외에 진출하는 데도 유리하기 때문에 끝없이 남지않는 장사를 하는 것이죠.

그렇다고 SI 산업의 미래가 아주 우울한 것만은 아니어 보입니다.

김 사장은 "밑지면서도 맡아온 사업이 이제 노하우로 변했다"며 "인천공항 정보시스템 구축 사업의 경우 함께 일을 하던 외국 사업자들이 돈이 안된다며 모두 떠났지만 삼성SDS는 끝까지 사업을 완수함으써 공항 관련 최첨단 노하우를 확보하고 해외 수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SI 산업의 부가가치를 올리는 일은 아닙니다. 해외에서 수주한 SI 사업의 수익성이 우리 정부가 발주한 사업보다 높다고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더 낮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해외 발주 사업의 경우 국제 입찰이어서 경쟁이 더 치열하기 때문입니다. 해외 시장에 참여할 경우 사업 기회는 늘어나지만 수익성이 개선된다고는 장담할 수 없는 거죠.

자, 그럼, SI 사업의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요. '21세기 노동집약적 산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변신시키는 방법 말입니다.

김 사장이 SI를 '노동집약형 산업'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김 사장은 솔루션을 그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국내 SI 업체는 지금까지 주로 외국 회사의 HW나 SW를 들여다 사업을 했습니다. 김 사장이 그런 표현을 쓴 것은 아니지만 외국 회사 배불려 주는 일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부가가치가 높은 솔루션을 직접 갖자는 것입니다. 특히 HW보다는 우리나라에서도 할 수 있는 시스템 솔루션이 그 대상입니다.

김 사장은 두 종류의 솔루션을 갖겠다고 말했습니다. 우선 전자정부 솔루션처럼 국내에서 이미 상당한 노하우를 축적한 것이 그 하나입니다.

예를 들어 정부의 '통합재정정보시스템'은 세계에서 거의 유일한 것입니다. 해외에 들고 나가도 충분히 통할 만큼 최첨단 솔루션입니다. 당연히 우리 정부와 우리 기업이 힘을 합해 개발한 것입니다. 부가가치가 큰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아예 세계 시장을 상대로 한 다국어 솔루션 개발입니다. 통합커뮤니케이션 솔루션인 '삼성콘택트'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적어도 초기부터 영어 불어 스페인어 중국어 버전을 만들어 세계로 나가겠다는 것입니다.

이 사업의 경우 투자비가 문제입니다. 될 지 안될 지 모르고 처음부터 개발 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김 사장은 단호한 입장입니다.

"돈 든다고 투자를 안하면 뻔합니다. 늘 그 모양 그 꼴이지요. SW 솔루션의 경우 한 번 개발하면 나중에는 원가가 CD 값 밖에 안들지요. 당연히 부가가치가 큽니다. 이제 큰 회사가 이 일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김 사장의 또 하나의 대안은 임직원의 몸값을 높이는 것입니다.

단순 엔지니어링 사업의 경우 건설 사업에 비해 좀 더 지적이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조금만 배우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노가다'와 비슷한 일이기 때문에 더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비지니스 컨설팅 사업을 강화하는 것이지요.

얼마전 한국에서 철수한 캡제미나이의 잔여 인력을 오픈타이드를 통해 흡수하고 오픈타이드와 삼성SDS 컨설팅사업본부를 유기적으로 결합시킨 이유가 그것입니다. 정보시스템을 구축하는 고객의 요구를 제대로 이해하고 고객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길 만이 궁극적으로 SI 임직원의 몸값을 높이고 덩달아 SI 기업의 부가가치도 올릴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연간 매출이 1조5천억원에 육박하고 직원수도 7천여명에 달하는 대형 IT 기업인 삼성SDS의 변신에 이제 IT 업계가 주목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주요뉴스


공유하기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 해주세요.
alert

댓글 쓰기 제목 [이균성] 노동집약형 IT 산업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댓글 바로가기


뉴스톡톡 인기 댓글을 확인해보세요.



TIMELINE



포토 F/O/C/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