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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알짜 스타트업 "진땀 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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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웅의 실리콘밸리 탐방-1]테크크런치 디스럽트

며칠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테크크런치 디스럽트'와 '비 글로벌' 행사 참관기를 써보려고 합니다. (네, 네, 많이 늦었습니다. 대신 두 행사를 묶어 1+1으로 제공합니다. 게다가 놀랍게도 ‘무료'입니다.)

Disclaimer : 이런 종류의 행사는 솔직히 처음입니다. 만난 사람의 수도 제한돼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글은, 어떤 종류의 분명히 확인된 사실이나, 과학적, 경제적, 혹은 생화학적 정보를 담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아래 글의 모든 문장마다 끝에는 “라고 나는 느꼈다" 혹은, “라고 나는 생각했다"를 덧붙여 읽어주십시오.

이 글은 저처럼 이런 행사에 처음이거나 몇번 경험이 없지만, 실리콘밸리에 관심이 있고, 언젠가 꼭 글로벌로 진출해 보고 싶은 벤처업계 종사자를 위해 씌어졌습니다.

[테크크런치디스럽트]

테크크런치디스럽트는 실리콘밸리의 유력한 IT 미디어 테크크런치가 주최하는 스타트업행사다. 행사의 개요는 이 글이 잘 소개하고 있다.

테크크런치 디스럽트 "스타트업 다 모여"

행사 어젠다는 이와 같다.

[테크크런치] Announcing The Agenda For TechCrunch Disrupt SF 2013

위의 링크를 보면 알겠지만, 이 행사에는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 야후 CEO 마리사 메이어를 비롯해 링크드인의 제프 웨이너, 트위터의 딕 코스톨로, 드롭박스의 드류 휴스턴 등 기라성같은 스타 창업자들, 구글, 페이팔 등에 투자한 론 콘웨이, 트위터, 드롭박스, 에어비엔비 등에 투자한 데이비드 리 등 전설적인 엔젤투자가들 그리고 세콰이어캐피틀의 마이클 모리츠, 클라이너 퍼킨스의 톰 퍼킨스 등 세계 최고 VC들이 모두 출연한다. 무대에 오르는 스타들의 이름만 듣고도 턱이 뚝 떨어질 정도다. 행사 어젠다에 들어가 보면 각 사람들의 이름마다 링크가 연결돼 있다. 한번씩 들여다 보아도 좋은 정보가 될 것이다.

* 각 사람들의 이름을 한글로 표기한 것은 실제 발음과 다를 가능성이 있다. 최대한 듣고 비슷하게 적으려고 노력했지만, 내 청취력은 크게 신뢰할만하지 않다. 어젠다에 알파벳 원문이 적혀 있으니 그것을 참고.

하지만, 만약에 이 사람들의 통찰력이 담긴 발표나, 노변정담(Fireside Chat - 사회자가 참가한 연사와 대화를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단상에 난로는 없다.)을 듣기 위해서 이 행사에 참가한다면 그건 큰 실수다. 테크크런치는 행사 내용을 모두 거의 실시간으로 중계해준다. 심지어 동영상도 쉽게 볼 수 있다. 현장에서 보고 듣는 것보다 이렇게 정리된 것을 보는 편이 훨씬 듣기도 좋고, 이해하기도 편하다.

[테크크런치] DISRUPT SF 2013 페이지

테크크런치가 수 백만원의 참가비가 무색하게 이렇게 모두 공개해버리는데는 이유가 있다. 이게 이 행사의 본래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맨 위 행사 개요를 소개한 글 이 잘 짚은 것처럼, 이 행사는 스타트업들과 엔젤, VC 그리고 사업파트너들이 서로 만나는 자리다. 일종의 마켓플레이스라고 하는게 적절할 것이다.

창업한 지 2년내, 누적투자금 250만달러 이하의 스타트업들이 주로 참가해 전을 편다. 아직 클로즈 베타인 상태로 참가한 스타트업들도 많다. 행사는 사흘 동안 진행되지만, 몇몇 국가관으로 참가한 곳을 빼면 대부분의 부스는 하루짜리다. 매일 부스의 주인이 바뀐다는 뜻이다. 이러니 어지간한 자신과 준비가 없으면 참가할 엄두를 내기도 어렵다. 테크크런치는 높은 행사비로 한번, 짧은 발표기회로 또 한번 스타트업을 거르는 대신, 유력한 VC와 엔젤들을 확실히 초청해 균형을 맞춘다. 엔젤과 VC들에게는, 다른 곳에서 만나기 어려운 알짜 스타트업들을 한번에 볼 수 있다는게 유인이 된다.

그러므로 이 행사에 참가하려는 스타트업들에겐 오로지 2가지가 목표가 된다. 펀딩을 받거나, 비즈니스 기회를 잡거나. 다시 말해 미국 현지에서 펀딩을 받겠다는 분명한 목표가 있고, 그것을 위한 준비가 돼 있거나, 아니면 유력한 파트너를 잡아 새로운 비즈니스를 펼칠 역량이 있을 경우에만 참가하는 것이 좋다는 뜻이다. 준비가 부족하거나, ‘경험을 쌓아보자’는 정도의 막연한 목표라면 이 행사에서는 얻을 것이 거의 없다.

이번 행사에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컨텐츠진흥원이 선발하고 지원한 여덟 곳과 자비로 참가한 토르드라이브까지 - 내가 알기로는 - 모두 9개의 한국 스타트업이 참가했다. 한국공동관인 ‘App Korea’에 참가한 8개 스타트업은 사흘 내내, 자비로 참가한 토르드라이브는 마지막 날 하루 행사장에 머물렀다.

그중에서 두곳, 에이앤티홀딩스와 토르드라이브의 사례를 소개한다.

◆에이앤티홀딩스

1) 에버노트 개발자가 Memoriant(memoriant.com 에이앤티홀딩스의 서비스, 소셜네트웍에 올린 사진들을 컨텍스트와 함께 분석/분류해, 보여주고 공유하게 해주는 서비스)에 관심을 갖고, 에버노트와 연동하는 것과 관련해서 같이 미팅을 해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2) 파운데이션 캐피털(Foundation Capital)에서 펀딩과 관련해 후속 미팅을 제안 받았다. 그는 동행이 있었는데, 그 사람이 Memoriant와 비슷한 것을 만들려고 했는데 이미 여기에 있다는걸 발견하게 됐다고 말했다.

3) 인터내셔널 교육 서비스를 하고 있는 CAIS라는 스타트업에서 Memoriant의 일부 기능을 자기 서비스에 접목하는데 관심이 있다고 추가 미팅을 제안했다.

4) 게임 서비스를 하고 있는 나바러스(Narvalous)라는 스타트업에서 Memoriant 의 게임 서비스 연동을 협의해 보자고 제안했다. 담당자가 지인인 Angel Investor를 소개해주겠다고 먼저 말하기도 했다.

5) 사진을 인쇄하고 배송해 주는 킥센드(Kicksend)라는 스타트업에서 찾아와 제휴를 협의하자고 했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소개받아서 찾아왔다고. 미팅이 끝난 뒤 메일로 아주 긴 현지의 맛집 리스트까지 보냈다. 경영진과 이어지는 주에 미팅을 진행하기로 협의했다.

6) 믹시 코파운더와 CTO가 찾아와 자신의 서비스의 API를 열어줄 수도 있다고 했다.

7) SAP에서 자신들도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관심이 있으니 연락을 하자고 했다.

◆토르드라이브

토르드라이브(www.thordr.com)는 아주 색다른 경험을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지 못했지만, 디스럽트 행사장에는 따로 2층이 있었다. 토르드라이브는 그곳에 머무르던 중요한 게스트, 애플로부터 초청을 받았다. 불려올라간 2층에서 애플의 전문가 3명이 토르드라이브의 기술을 놓고 30분간 쉴 새없이 질문을 해댔다.

토르드라이브 서승우 대표는 “얼마나 기술적으로 깊이 있고 날카로운 질문들을 해대던지, 30분 내내 문초를 당하는 느낌이더라"라고 했다. 토르드라이브는 드롭박스의 보안버전이다. 단말에서 암호화된 다음 서버로 올라가고, 내려와서 풀린다. 심지어 토르드라이브조차도 내용을 들여다보지 못한다.

두 스타트업의 경험에서 몇가지를 알 수 있다. 먼저 이런 행사에 참가할 때는 후속 미팅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행사가 끝나면 바로 한국으로 훌쩍 돌아가버려서는 많이 아깝다. 가능하다면 적어도 한명은 남아서 후속미팅들을 이어가는 편이 좋다. 혹은 후속미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옳다. 두번째로 언제든 찾아올 기회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토르드라이브는 자신들이 애플을 만나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톱클래스의 VC, 엔젤 그리고 큰 회사들은, 미팅해보는 것만으로도 배울 것이 있다.

요약을 하자면, 미국에서 펀딩을 받고 싶거나 글로벌 비즈니스 파트너를 찾고 있고, 그만한 준비와 자격이 돼있다면 이 행사에 참가할 이유가 된다. 단지 강연을 듣기 위해서나, 경험을 쌓기 위해 오기에는 비용이 너무 크다. 행사 기간동안 후속미팅을 만들 수 있다면 좋다. 혹은 만들기 위해 애써야 한다. 행사가 끝나자 말자 한국으로 돌아가 버리는 것은 이 행사의 본래 취지는 아니다.

이런 행사에 참가하면 상당한 자극을 받을 수 있다. “나도 창업을 해볼까?” 하는 마음이 절로 든다. 그만큼 모든 것이 창업자를 중심에 두고 돌아간다. 엄청난 스타들이 참가하는 강연과 좌담은, “당신들이 성공하면 저렇게 되는거야"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느낌을 준다.

행사의 맨 마지막에 마리사 메이어와 저커버그가 배치됐다. 부스에서 한명의 관심이라도 더 끌어볼까 애쓰던 스타트업들도 이때만큼은 온통 관심을 무대로 쏟았다. 행사장 전체가 일시에 한가해졌다.

사흘 내내 저녁마다, 행사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샌프란시스코의 유명한 클럽을 빌려 네트워킹 파티가 열렸다. 사진은 첫날 클럽 Mighty에서 열린 네트워킹 파티. 이쪽 동네에선 아주 유명한 mike relm 이 디제잉을 했다. 긱들이 춤 잘 못추는건 만국공통인 듯...

/박태웅 전 KTH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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