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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브로, 무너진 제2의 CDMA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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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브로 실패 사실상 인정, LTE-TDD로 전환 추진

[정미하기자] 우리나라가 주도적으로 상용화 한 통신기술 와이브로가 상용 7여년 만에 사실상 틈새시장용으로 축소 운영의 길을 걷는다.

와이브로는 한때 4세대 통신기술인 LTE에 대적할 국산 토종 기술로 주목받으며 정부의 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글로벌 트렌드에서 LTE에 밀리고 사용자 증가세 둔화 등에 따라 영향력 축소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2010년 와이브로 주파수 용도로 못박았던 2.5㎓ 대역 40㎒을 LTE-TDD(시분할방식·Time Division Duplex)로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담은 정책안을 12일 발표했다. 현재 미할당된 2.5㎓ 대역에서 사업자는 와이브로와 LTE-TDD 중에서 기술방식을 택할 수 있다.

또한 현재 와이브로 용으로 쓰이고 있는 2.3㎓ 주파수 대역에서 와이브로를 서비스하는 SK텔레콤과 KT가 기존 와이브로 서비스 가입자들에 대한 보호방안을 제시한다면 사업자가 요청할 경우 주파수를 회수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SK텔레콤과 KT가 LTE-TDD로 기술을 변경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았지만 두 사업자가 원할 경우 와이브로 사업을 철수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열어준 것이다.

이는 정부가 사실상 와이브로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세계적으로 쓰임이 커지고 있는 LTE-TDD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셈이다.

◆제2의 CDMA 신화 기대

와이브로(Wibro)는 무선(Wireless)과 광대역 통신(Broadband)의 합성어로, 2006년에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상용 서비스를 실시한 통신 기술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와 삼성전자가 주축이 돼 개발한 기술인 만큼 통신 표준 규격 30% 이상을 국내 기업들이 확보하고 있어 국제 표준 기술로 채택돼 세계 통신시장을 주도하길 바라는 이들이 많았다.

우리나라가 IT강국으로 불리지만 원천기술 하나 없이 퀄컴과 같은 외국기업에 막대한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는 실정에서, 국내 특허 비중이 높은 와이브로가 국제 통신 규격이 되길 희망한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해외 순방 때마다 와이브로를 소개하고, 이명박 정권이 와이브로 활성화 정책에 적극적인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와이브로는 2006년 상용화 이후 30만 가입자를 모으는 데만도 무려 5년이 걸렸으며, 출범 7년이 지난 현재 KT 90만명·SK텔레콤 13만명 등 총 가입자가 103만명 수준에 그친다. 2007년 와이브로는 3G 표준인 동시에 4G 주파수로도 선정돼면서 한때 미래전망이 밝았지만 그해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으면서 입지를 위협당했다.

이후 2011년 LTE가 전 세계를 휩쓸면서 국내 이동통신 3사 역시 LTE를 서비스하는 등 와이브로의 입지는 상당히 위태로워졌다. 전세계 주요국 역시 LTE를 4세대 이동통신 기술로 택했고, 와이브로를 선택했던 국가들마저 LTE-TDD로 노선을 변경했다.

거기다 와이브로는 LTE 기술에 밀리면서 3G나 LTE 트래픽 분산용, 즉 보조수단으로 쓰이고 있다. 단말기와 콘텐츠 부족으로 초기 흥행에 실패한 것도 실패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와이맥스포럼의 의장을 맡으면서 와이맥스 기술 개발을 주도해온 인텔은 2012년 이미 와이브로 기술 투자를 포기하고 LTE 관련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LTE 대세에 밀려 틈새시장으로

반면 LTE-TDD 기술은 세계 이동통신을 재편하고 있다. 세계 최대 이동통신 시장인 중국와 인도를 포함해 7월 현재 14개국 18개 사업자가 LTE-TDD 서비스를 제공 중이며 41개 사업자는 서비스 도입을 진행 또는 계획 중이다. 중국 차이나 모바일은 오는 11월 LTE-TDD 서비스에 나설 에정이다.

LTE-TDD(시분할방식·Time Division Duplex)는 하나의 주파수 대역에서 데이터의 업로드와 다운로드가 시간 차를 두고 이뤄지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3초동안 데이터 송신이 이뤄졌다가 0.5초 동안의 휴지기를 둔 뒤 2초 동안 데이터 수신이 이뤄지는 방식이다.

와이브로 역시 LTE-TDD와 동일하게 주파수 대역을 상·하향으로 따로 나눠쓰지 않는 TDD방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와이브로와 LTE-TDD는 모두 TDD 방식이라 기술적으로 상당히 유사한 점이 많다. 따라서 몇몇 모듈 교체만으로 두 기술을 전환해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우리나라 이동통신 3사가 서비스하고 있는 LTE는 LTE-FDD(주파수분할·Frequency Division Duplex) 방식으로 주파수 대역을 상·하향으로 나눠 각각의 대역폭에서 데이터를 업로드하고 다운로드한다.

이렇듯 세계 LTE 시장이 LTE-TDD방식으로 기울고 있는 추세속에서 정부는 실패한 와이브로 사업을 축소하는 대신 LTE-TDD 활성화에 나서기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와이브로 기술진화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와이브로만 고집할 경우 세계 시장에서 고립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며, LTE-TDD 서비스를 국내에 도입하지 않는 것은 세계 흐름을 거스르는 것으로 TDD 시장 진출 기회와 관련 장비·단말기 경쟁력 확보에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는 우려가 작용됐다는 분석이다.

다만 미래부는 와이브로를 틈새 시장용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와이브로가 국방 분야 등 특수목적용으로 활용되고 있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와이브로의 지속적 활용을 위한 추가 기술 개발 등을 요청할 경우 지원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한 와이브로가 재난 안전망 기술방식으로 선정될 경우 기술 구현 및 구축 지원 등을 통해 공공분야 성공사례를 창출하고 해외 진출을 지원한다.

한편 미래부는 13일 와이브로 정책방향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고, 9월 말 최종 확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미하기자 lot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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