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하기자] LTE-A 이용자의 상당수가 '69요금제' 이상의 상위요금제에 가입하고 있는 것은 사실상 선택이 아닌 반강제적 요소가 작용한 결과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0일 SK텔레콤 황수철 최고재무책임자는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LTE-A 가입자의 95% 이상이 '69요금제' 이상의 요금제에 가입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LTE 신규, 기기변경 가입자의 70~80% 이상이 69요금제 이상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LTE-A를 상용화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대리점 및 판매점을 30~31일 둘러본 결과, LTE-A 가입을 원하는 소비자들은 상위요금제에 가입할 수 밖에 없는 구조적 환경에 노출돼 있었다.
소비자들이 LTE-A 서비스를 사용하며 상위요금제에 가입하게 하는 주된 이유는 상위요금제 선택 때 적용되는 높은 단말기 할인 금액.
LTE-A 가입을 문의한다고 하면 SK텔레콤 대리점 및 판매점 직원들은 한결같이 "'75요금제를 *달 간 쓰시면 **만원을 할인해드린다"라고 첫 마디를 시작했다. LG유플러스 대리점 및 판매점 직원들 역시 "69요금제를 *달 간 쓰면 **만원을 할부원금에서 빼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SK텔레콤에서 '75요금제' 이하, LG유플러스에서 '69요금제' 이하의 요금제를 선택할 경우는 이야기가 달라졌다. 최고 20만원 후반에서 18만원까지 깎아준다던 단말기 할인금액이 5만~8만원으로 뚝 떨어졌다.
SK텔레콤의 LTE 전국민 무한 75요금제는 월 기본료 7만5천원에 음성과 문자 무제한, 데이터 8GB가 제공되며 세금을 포함한 실 납부금액은 8만2천500원이다. LG유플러스의 LTE음성 무한자유 69요금제는 월 6만9천원에 음성과 문자를 무제한으로 제공하며 데이터 5GB가 제공되고 실 납부금액은 7만5천900원이다.
종로에 있는 모 대리점 직원은 "'75요금제'를 3개월 동안 쓰면서 할부월금 할인 혜택을 누리다가 3개월 이후에 낮은 요금제로 이동하면 되지 않냐"며 "정책상 어쩔수 없다. 75요금제를 써야 단말기 금액 지원이 많이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할인혜택의 조건으로 상위요금제를 선택하더라도 요금제 유지조건이 뒤따랐다. 보통 가입시점부터 2~3달 동안 상위 요금제를 유지하라는 조건이 붙었다. 그 안에 하위요금제로 변경할 경우에는 지금까지 받던 혜택이 줄어든다.
실제로 LG유플러스 LTE를 사용하다 지난주 LTE-A로 기기변경을 한 박 모(31)씨도 의도치 않게 상위요금제에 가입한 케이스.
그는 "LTE-A를 가입하면서 기존에 사용하던 '52요금제'를 쓰겠다고 했지만 '69요금제'나 '72요금제' 가입을 무조건 권유했다"며 "요금제 결정하느라 30분간 승강이를 벌였다"고 말했다. 결국 '72요금제'에 가입한 박 씨는 지난달에 비해 통신비 2만원을 더 지출해야 한다.
이에 대해 통신사 관계자는 "대리점이나 판매점에서 상위요금제를 쓰면 소비자 혜택이 더 많다고 이야기를 할 수는 있지만 상위요금제 가입이 LTE-A 가입을 위한 의무사항은 아니다"라며 "요금제는 어디까지나 고객의 선택사항"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상위요금제를 3개월 간 사용하라는 것 역시 구두계약일 뿐"이라며 "소비자가 원하는 때에는 언제든 요금제를 변경할 수 있다"고 했다.
정미하기자 lot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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