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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광고시장 2-3위업체, 왜 합병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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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현기자] 세계 광고 시장에서 초대형 합병이 성사됐다. 2, 3위 업체가 전격 합병하면서 단숨에 1위 업체를 뛰어넘었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세계 광고시장 2위업체인 미국 옴니콤그룹과 3위 프랑스 퍼블리시스그룹이 28일(현지 시간) 합병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두 회사는 주주 총회와 양국 정부 승인을 받는대로 '퍼블리시스 옴니콤'으로 새 출발을 하게 된다. 옴니콤과 퍼블리시스는 합병 회사 지분 50%씩을 갖게 되며, 앞으로 30개월 동안 두 회사 대표가 공동 최고경영자(CEO)를 맡기로 했다.

하지만 30개월이 지난 뒤에는 옴니콤을 이끌고 있는 존 렌이 합병회사 단독 CEO를 맡게 된다. 반면 퍼블리시스의 레비 회장은 합병회사 비상근 회장으로 한 발 물러나기로 했다.

◆"광고 시장 기본 문법 변화" 위기의식 공감

이번 합병은 일단 규모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지난 해 기준으로 합병 회사 매출은 약 230억 달러 수준에 이른다. 세계 최대 광고 대행사인 WPP를 단숨에 뛰어 넘는다.

합병 회사는 시가 총액도 351억 달러에 이른다. 역시 WPP 시가 총액 200억 달러를 가볍게 제쳤다.

규모가 규모인 만큼 두 회사 합병에 대해 미국과 프랑스 정부는 조심스럽게 접근할 가능성이 많다. 반독점 가능성 때문이다. 특히 미국 쪽에서 문제가 될 가능성이 많다.

일단 매출만 따져봐도 알 수 있다. 합병 회사 북미 지역 매출은 114억 달러로 WPP(58억 달러)의 두 배 수준에 이른다.

클라이언트 문제까지 거론하게 되면 더 복잡해진다. 코카콜라는 현재 퍼블리시스와 거래하고 있는 반면 펩시는 옴니콤 클라이언트다. 옴니콤과 퍼블리시스가 합병하게 되면 경쟁사를 동시에 클라이언트로 갖게 된다.

이런 문제는 비단 콜라업계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미국 통신시장 양대 강자인 AT&T와 버라이즌도 마찬가지다. 현재 AT&T는 옴니콤, 버라이즌은 퍼블리시스의 클라이언트다. 역시 합병 이후엔 문제가 복잡해진다.

당연히 '왜'라는 질문이 뒤따르지 않을 수 없다. '반독점 시비'가 뻔히 우려되는 상황에서 2위와 3위 업체가 왜 합병에 전격 합의했을까?

현재 모습에만 눈을 돌리게 되면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쉽지 않다. 굳이 합병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빅데이터-타깃 마케팅 없인 승산없다"

하지만 광고 시장은 더 이상 예전 문법이 잘 적용되지 않고 있다. 전통적인 영업보다는 디지털 기술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이다. 구글, 페이스북처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 신흥 강자들 역시 전통적인 거대 광고 대행사들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이젠 광고 업계에서도 '빅 데이터'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퍼블리시스 그룹을 이끌고 있는 모리스 레비 최고경영자(CEO)가 이런 점을 잘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레비는 이날 파리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광고 업계는 지금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중요한 변화 요인으로 크게 세 가지를 꼽았다. 즉 ▲구글, 페이스북 같은 새로운 미디어 강자의 부상 ▲빅 데이터 폭발, 그리고 ▲그 결과로 나타난 고객 행동의 근본적인 변화가 바로 그것이다.

한 마디로 광고 시장에도 이전과는 전혀 다른 문법이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레비는 "퍼블리시스 옴니콤은 새로운 세상에 대비하기 위한 전혀 새로운 회사"라고 강조했다.

퍼블리시스는 그 동안 이런 흐름에 공격적으로 대응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초 디지털 광고 전문 회사인 로제타를 5억7천500만 달러에 인수하는 등 이 분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적극 움직였다. 2007년엔 디지타스를 13억 달러에 인수하기도 했다.

덕분에 퍼블리시스 전체 매출에서 디지털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이 37%에 이른다.

이번에 퍼블리시스와 옴니콤이 합병한 것은 이 정도론 부족하다는 인식을 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영업을 하기 위해선 좀 더 규모를 키울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했다는 얘기다.

광고 시장의 기본 경쟁 포인트가 달라지면서 전통 강자들 사이에서 전혀 다른 경쟁 상대와 맞닥뜨려야 한다는 위기 의식이 커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지난 해 세계 5위 광고 대행사인 일본 덴츠가 50억 달러에 영국 이지스를 인수한 것 역시 같은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

◆구글-페이스북 등 새로운 강자 위협 대응도 절실

광고 시장에 왜 디지털 바람이 강하게 부는 걸까? 당연한 애기지만 미디어 소비 자체가 그 쪽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상대적으로 효과 측정이 수월한 점 역시 광고주들에겐 매력적인 요소다.

기가옴은 이런 상황에 대해 한 마디로 정의하고 있다. 전통 광고를 집행할 경우 대행사들이 12~13% 가량의 대행료를 받는 반면 25~30% 가량을 챙길 수 있다는 것. 좀 더 타깃화된 광고 집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시장 변화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친다. 시장 조사전문업체인 e마케터에 따르면 올해 세계 디지털 광고 시장은 1천160억 달러 규모로 예상된다. 이 중 북미 지역만 451억 달러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모바일 광고 시장의 성장세도 놀랍다. 역시 e마케터에 따르면 올해 세계 모바일 광고 시장은 158억 달러 규모로 예상된다. 지난 해 모바일 광고 시장 88억 달러에 비해 80% 가까이 성장한다는 전망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광고업계의 초대형 합병은 실리콘밸리에도 후폭풍을 몰고 올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구글, 페이스북 같은 신흥 강자들과 새로운 광고 시장을 놓고 격돌할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e마케터에 따르면 올해 북미 지역 모바일 검색 광고 시장은 약 36억 달러 수준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중 구글이 33억 달러를 차지할 전망이다. 사실상 구글 독식 구조인 셈이다. 게다가 모바일 광고 시장이 매년 60~70% 가량의 고성장세를 유지할 전망이란 얘기다.

퍼블리시스 옴니콤 같은 전통 강자 입장에선 이런 시장을 그냥 두고 볼 이유가 없다. 벌써부터 이번 합병을 계기로 빅데이터 분야 투자를 강화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선 것 역시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IT 전문매체인 기가옴은 "(몸집을 키운) 퍼블리시스 옴니콤이 포스퀘어, 트위터, 스냅챗 같은 뉴미디어 업체에 눈을 돌릴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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