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배기자] 전화나 이메일로 고객의 불평·불만을 처리하는 상담 창구 콜 센터. 하지만 고객들은 자동응답전화(ARS) '뺑뺑이'에 불만이 높고 상담원들은 진상 고객에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다반사다. 그야말로 콜 센터는 애증의 장소인 셈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콜 센터지만 이들을 유심히 살펴 보면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과거에는 전화가 중심이었지만 이메일과 채팅, SNS 등으로 콜 센터의 고객 접점은 지속적으로 확장 추세다. 단순히 고객의 문의를 처리한다는 개념을 넘어 콜 센터는 이제 새로운 마케팅 수단으로도 진화한다. 콜 센터를 콘택트 센터(Contact Center)로 달리 부르게 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초창기 콜 센터는 전화(Call) 분배에 초점
'어떻게 하면 전화를 잘 분배할 수 있을까.'
초창기 콜 센터는 무엇보다 효율적인 전화 분배에 초점을 뒀다. 상담원에게는 안된 일일지 모르나 기업은 상담원이 하나의 콜이라도 더 받기를 원하는 것이 당연했다.
국내에서는 1990년대 중반 금융권을 중심으로 폰뱅킹을 위한 ARS 서비스 콜 센터가 등장하면서 '콜'을 지능적으로 분배하는 CTI(Computer Telephony Integration) 기술이 처음 적용되기 시작했다.
1990년대말에서 2000년대 초에 걸쳐 이같은 CTI 기술은 전체 콜 센터 시장으로 확대 적용됐다. 고객관계관리(CRM) 기술이 시장의 폭발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고객의 정보를 미리 알고 응대하는 개념의 CTI 기술이 주목 받았기 때문이다. 전체 금융권과 통신사 등 대부분의 대형 콜센터는 2000년대초 이같은 개념을 적용했다.
시스코코리아 김채곤 상무는 "기존 콜센터는 상담 그룹으로 순차적으로 배정되던 단순한 전화분배 패턴이 주를 이뤘으나 이 시기부터 기술 기반(Skill base) 라우팅 등 고객에게 전문 상담원 연결을 위한 기술이 도입됐다"고 설명했다.
◆콜 센터 → 멀티 채널 콘택트 센터로 변신
2000년 초반은 콜 센터가 '콘택트 센터(Contact Center)'로의 변신을 시작한 시기다. 전화 위주의 상담이 아닌 이메일, 채팅 등 고객 수용 채널이 다양화되기 시작했다.
콜 센터가 아닌 콘택트 센터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도 이때부터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단순 전화만이 아닌 다양한 방법으로 콜 센터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고객 만족도도 상승했다.
특히 장애우 등 전화로 상담이 어려운 고객들에 대한 서비스의 폭이 대폭 넓어졌고 최근에는 SNS까지 고객 응대 영역이 확산되고 있다.
2000년대 중반이 지나면서 콘택트 센터에도 큰 변화가 일어난다. 대형 콘택트센터를 중심으로 콘택트 센터와 오피스 간 협업 체계 구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이 때의 콘택트 센터는 고객의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해 줄 수 있는 최적의 전문가와 정교하게 연결하고 문제 역시 가장 간단하고 빠르게 해결해 주는 방향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했다.
시스코코리아 김채곤 상무는 "고객 접촉 이력 등 데이터베이스(db)화된 고객 응대 내역을 기반으로 고객 마케팅과 텔레마케팅(TM) 등 아웃바운드 영역으로 업무가 확대됐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제네시스 코리아 기술담당 최병섭 차장은 "채널이 바뀌면 이전 대화가 단절되고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야 하는 것도 고객의 문제"라며 "최근에는 어떤 채널이든 하나의 채널처럼 히스토리가 이어지는 '컨버세이션(Conversation)' 개념으로 접근한다"고 설명했다.
◆'돈 버는' 마케팅 센터 뜬다
최근 들어 콜 센터는 한걸음 더 나아가 마케팅 센터로까지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제껏 콜 센터는 돈을 버는 조직이 아닌 돈이 들어가는 조직이자 비용만 발생시키는 곳으로 취급 받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양상이 달라졌다. 기업의 가장 최전방에서 고객들과 만나는 콜 센터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콜 센터에 있는 상담원이 수동적으로 고객의 문의만 받는 것이 아니라 선제적으로 맞춤화된 마케팅 메시지를 던지는 것도 가능해졌고 콘택트 센터가 단순 고객 응대 뿐 아니라 누적된 고객 접촉이력을 기반으로 수익 확대까지 가져오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콘택트 센터에는 클라우드와 가상화 등 현시점에서 적용할 수 있는 신기술들도 도입되는 추세다. 이미 국내 대부분의 콘택트 센터들은 IP 기반 센터로의 전환을 마쳤거나 전환 중에 있다.
비즈니스적으로는 기존 구축형 인하우스(In house) 모델에서 전문 콘택트 센터 아웃소싱(Out sourcing)으로까지 사업이 확대되는 추세며 이는 최근 경기흐름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시스코코리아 김채곤 상무는 "국내 콘택트 센터의 경우 고객의 수준과 요구 사항의 난이도를 고려할 때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진행 중"이라며 "특히 애플리케이션 등 개발 영역에서 다양한 고객의 요구사항들을 개발하고 실제 업무에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국배기자 verme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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