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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생계 쥐락펴락 '우수도서' 리스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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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우수도서, 서울대 대출 순위 등 판매량 좌우

[강현주기자] 책 말고도 즐길거리가 너무 많은 시대에는 '책 써서 돈벌기'가 만만치 않다.

미디어를 타거나 입소문이 잘난다면 '대박'을 치고 여생을 여유롭게 살 수도 있겠지만 연간 4만여 권의 신간이 쏟아지는 국내 출판 시장에서 이같은 행운을 거머쥐기란 쉽지 않은 일.

출판업계는 애써 출간한 책들이 영향력 있는 기관의 추천도서, 우수도서 등 다양한 '리스트'에 오를 지 가슴을 졸이며 지켜본다. 유력 리스트에 오르고 안 오르고에 따라 그 해의 장사가 영향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독한 불황'이라는 올해의 출판 시장에서 출판업체들은 오늘도 '혹시나' 하는 기대감으로 우수도서 목록을 살피고 있다.

◆ 선정만 되면 최소 본전 '문체부 우수도서'

출판 분야 담당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우수 학술도서' 220편과 '우수 교양도서' 420편 등 총 640편의 도서를 선정한다.

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지난 2012년 기준 연간 국내 신간도서 수는 3만9천769개다.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선정하는 640편에 선정된다는 것은 전체의 1.6% 안에 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체부는 선정된 우수 도서들을 구입해 전국 초중고 도서관, 교도소 도서관, 공공도서관, 작은도서관, 경영도서관, 지역아동센터, 문화소외지역 등에 보낸다. 우수 학술도서들은 1천곳에, 대중적인 우수 교양도서는 2천500곳에 보내기 때문에 선정된 작품당 수백 권에서 많게는 수천 권까지 구입하게 된다.

출판문화산업진흥원 관계자는 "학회, 연구소 등 150~200여 전문기관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우수도서를 매년 선정한다"며 "도서 제작비 수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통상 출판사가 책 한권의 '본전'을 거두는 판매권수는 500권 내외이므로 우리가 선정하는 우수도서 목록에 들어가면 해당 출판사와 저자로선 호재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때문에 자사 책이 목록안에 들어가지 못한 출판사들은 종종 항의나 민원을 제기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6월 문체부와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우수 학술도서 목록을 발표했고 오는 11월 우수 교양도서 목록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두 기관은 이달 31일 공고, 오는 8월5일 접수를 앞두고 있다. 어떤 책이 선정될 지는 벌써부터 초미의 관심사이며 출판업계의 발빠른 움직임도 이미 시작됐다.

◆ 최고 엘리트의 책? '서울대 도서관 대출 순위'

서울대 도서관은 매년 10월 서울대 학생들이 가장 많이 대출한 도서 순위를 집계한다. 이 목록은 한국 최고의 젊은 지성인들이 사랑하는 책이 궁금한 이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2012년 10월 서울대 도서관 집계에 따르면 재러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인류학 서적 '총, 균, 쇠'가 81회 대출돼 가장 많았다.

이 책은 인류 문명의 수수께끼를 다양한 시각으로 풀어낸 내용으로, 지난 2011년에 이어 서울대 도서관 1위를 지켰으며 지난 2008년부터 5년간 집계에서도 총 522회를 기록해 1위에 올랐다.

이는 국내 서점가에 바로 반영, 국내 모든 서점의 베스트셀러 5위안에 '총, 균, 쇠'가 등극했다.

알라딘 관계자는 "서울대의 대출 순위 공개 직후 2주 연속으로 알라딘 베스트셀러 목록에 '총, 균, 쇠'가 올랐으며 이후에도 여전히 높은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 CEO를 꿈꾼다면 'SERI CEO 추천도서'

삼성경제연구소(SERI)는 매년 7월 'CEO가 휴가때 읽을 책'을 선정하며 이는 경제경영 부문 7선과 인문교양 부문 7선으로 구성된다.

SERI는 자사 홈페이지 CEO회원들의 추천 및 SERI 연구원 추천과 내부검증을 거쳐 이 목록을 선정하며 주로 기업의 고위 임원들을 비롯한 경제경영인을 꿈꾸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다.

목록을 유심히 살펴 보면 현재 산업계의 트렌드와 정치권 화두 등을 읽을 수 있다. IT를 필두로 '창조경제'를 강조하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발표된 2013년의 목록에는 '빅데이터'와 '가상세계' 등 디지털 기술을 다룬 도서들이 다수 포함됐다.

SERI의 추천도서 목록도 서점가 도서 판매에 영향을 주고 있는데 '요즘은 예전보다 영향력이 덜하다'는 게 업계관계자들의 얘기다.

도서유통업계 관계자는 "SERI 추천도서 목록이 발표되고 언론이 이를 기사화하면 서점 베스트셀러 순위가 이 목록에 있는 도서들로 바뀌곤 했다"며 "요즘에도 전혀 영향력이 없는건 아니지만 SERI도 추천도서 선정 후 적극 홍보하지 않고 언론의 관심도 덜해 예전만큼의 힘을 발휘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리(SERI) CEO 추천도서를 패러디한 알라딘의 '쏘리(Sorry) CEO 추천도서'도 독자들에게 재미있는 참고 목록이되고 있다.

SERI CEO 추천도서가 주로 조직경영, 전략, 디지털시대 등에 대한 경제경영과 인문교양 분야의 도서를 선정한다면 알라딘의 Sorry CEO 추천도서는 갑을관계, 노동현장,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에 대한 사회과학 분야 및 인문교양 분야 도서들을 선정한다.

알라딘은 올해 Sorry CEO 추천도서로 '과로사회' 등 직장인들이 사장님께 항의하고픈 화두를 담은 책들 24권을 선정한 바 있다.

강현주기자 jjo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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