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연기자] '카카오 게임하기'가 서비스를 시작한 지 만 1년이 됐다. '기대 반 실험 반'으로 시작했던 카카오 게임하기는 서비스 시작 불과 1년만에 마법의 신기록을 세우며 게임 업계에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냈다.
특히 '애니팡'을 시작으로 전국민의 절반이 모바일 게임을 즐기면서 모바일 게임 시장 규모는 올해 1조를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3년 가까이 적자였던 카카오는 게임계의 '슈퍼갑'이 됐고 애니팡을 개발한 선데이토즈는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다.
카카오에 따르면 올 상반기 카카오 제휴 게임사들의 게임 총 판매액은 3천480억 원. 1천182억 원이던 지난해 하반기보다 무려 194%나 증가했다.
또한 100만 다운로드 수 달성을 손에 꼽았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시장에서도 무려 8개의 카카오 게임들이 1천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애니팡’과 '드래곤 플라이트'는 2천만 다운로드를 훌쩍 넘겼다.
카카오 게임하기가 선보이기 전만 해도 상상하기도 어려웠던 일이나 불과 1년 만에 게임업계에 전개된 현실이 그렇다.
◆ 죽은 게임도 살려…벤처의 반란
주목할 점은 성공한 게임들 대다수가 카카오를 기반으로 제2의 탄생을 했다는 점. 카카오 이전에는 별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게임들이 '어느 날 갑자기' 스타 게임이 된 것이다.
실제로 카카오 게임으로 성공한 게임들 대부분이 이미 온라인이나 소셜 게임으로 이미 서비스됐던 이력이 있다.
선데이토즈의 애니팡은 지난 2008년부터 싸이월드와 애플 앱스토어에 이미 선보였고 파티게임즈의 아이러브커피 역시 싸이월드, 네이버, 다음 등 포털 3사의 플랫폼으로 서비스되고 있었다. 데브시스터즈의 '쿠키런' 역시 페이스북과 애플 앱스토어로 이미 소개된 것들이다.
하지만 이들 게임은 카카오와 만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아이러브커피의 경우 소셜게임을 즐기는 이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 입소문이 나 있었지만 카카오와 만나면서 1천만 다운로드를 훌쩍 넘기며 '대박 게임'으로 재탄생했다. 쿠키런도 '오븐브레이크'라는 이름으로 글로벌 앱스토어에 출시돼 20개국 1위를 차지한 이력은 있으나 매출은 별 볼 일이 없던 상태. 하지만 카카오와 만난 후로 월 수십억 원의 수익을 올리는 효자 게임이 됐다.
카카오 마법의 열쇠는 강력한 지인 관계와 이를 기반으로 한 소셜 기능에 있다.
사람들은 혼자하는 게임이 아닌 경쟁하고 협력하는 기능에 열광했다. 매일 수십 건의 하트를 메신저로 주고 받았고, 순위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게임에 소비했다. 기꺼이 돈도 지불했다. 잠자고 있던 사람들의 게임 감성을 깨우며 40~50대 고연령층도 게임 매니아가 됐다.
게임의 성공에 힘입어 소규모 개발사에 불과했던 게임 개발사들도 줄줄이 신흥 벤처로 발돋움했다. 상장을 앞둔 선데이토즈는 물론 파티게임즈, '드래곤플라이트’의 개발사 넥스트플로어, '활'의 개발사 4시33분, 데브시스터즈 등이 그 주인공이다.
카카오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카카오 게임들의 누적 매출 상위 10위권 내 6개 게임이 중소 개발사 게임이며 이들 6개 게임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8%에 달한다.
이들은 '스마트모바일협회'을 발족하고 모바일 시대의 새로운 세력으로 부상중이다. 스마트모바일협회는 온라인 포털‧게임 중심이던 IT분야 이익단체들과 다른 자신들만의 노선을 구축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 게임업계 전문가는 "카카오 게임하기는 모바일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다는 점, 신흥 벤처 세력들이 등장하게 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면서 "카카오 역시 신흥 벤처로 시작해 3년간은 적자 속에 허덕였지만 게임을 통해 연매출 1천억 원을 바라보는 거대기업이 됐다"고 평가했다.
◆향후 성장 여력 있나?
카카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카카오 게임하기가 벌어들인 매출은 지난해 하반기보다 194% 성장한 3천480억 원이었다. 6개월만에 2배 가까운 성장을 한 것.
출시 당시 7개 파트너와 10개 게임으로 시작한 카카오 게임 플랫폼은 현재 99개 파트너와 180개 게임을 제공하며 규모 면에서도 지난 1년 새 18배나 성장했다.
문제는 앞으로의 성장 여력에 있다.
카카오 게임하기가 급격하게 몸집을 불리던 올해 초에도 '카카오 게임플랫폼은 포화상태'라는 지적이 있었다. 10여종의 게임이 있었을 당시에는 이용자들에게 게임 종류가 한 눈에 들어오면서 유입률이 높았지만, 100여종이 넘어가면서 너무 많은 게임들이 출시돼 대박 게임을 내기 어려워졌다는 이유에서다.
그동안 캐주얼에 국한된 게임 장르에서 더 나아가 고퀄리티 게임들이 더 많이 들어와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카카오 게임에서 성공한 게임들은 역할수행게임(RPG) 보다는 상대적으로 수명이 짧고 쉽게 빨리 즐길 수 있는 캐주얼 게임들이 다수다. 애니팡이 뜨면 같은 퍼즐 장류 게임들이, 윈드러너가 성공하면 비슷한 러닝게임들이 줄이어 다수 출시됐기 때문이다.
카피캣 논란도 일었다.
올해 초 카카오 게임하기를 통해 출시된 '다함께차차차'는 일본 소니엔터테인먼트의 게임과 그래픽, 작동 방식이 거의 똑같다는 이유로 법적 소송 가능성도 제기됐다. 두 회사의 합의로 상황은 일단락됐지만 이후 '가속스캔들' 등 비슷한 자동차 경주 게임이 등장하며 논란은 물밑에서 계속 진행 중이다.
이러한 경향을 선점한 기술과 제품을 빠르게 쫓아가는 패스트팔로워 전략으로 보기도 하지만 게임 업계 전반으로는 다양성이 상실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 PC 패키지 게임이 나왔을 당시 베끼기의 끝을 보여주며 카피캣 PC 게임이 쏟아져 나올 때와 비슷하다"면서 "결국 사람들은 비슷한 게임에 질려서 게임불감증에 걸리는 게 아닌가 우려도 된다"고 말했다.
◆ 세계적 벤치마크 표본 '카카오 게임하기'
여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카카오 게임은 수백여 종의 신작 게임들에게는 표준이 됐다. 모바일이라는 기기의 특성상 짧은 시간에 승부를 보는 타임어택(time attack) 방식과 소셜 네트워크, 친구관계를 활용한 경쟁구도 등은 여전히 대다수 상위권 모바일 게임이 취하고 있는 형식이다.
이 같은 사례는 해외에서도 찾기 힘들다. 카카오 메신저를 게임 플랫폼으로 활용한 사례는 휼륭한 벤치마킹 대상이다.
실제로 페이스북도 PC용 페이스북 게임 이외네 모바일 페이스북을 활용한 게임센터 오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일본 라인주식회사의 메신저 라인 역시 지난해 말부터 게임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3억 명 가입자를 보유한 메신저 '위챗'으로 올해 안에 게임하기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위챗의 개발사이자 중국 최대 게임업체 텐센트는 지난해 카카오에 지분을 투자하고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 서비스에 주력해 왔다.
스마트폰의 보급 확산에 힘입어 위챗은 카카오 게임하기처럼 중국 내 모바일 게임 시장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분석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메신저를 통해 어떻게 최대한의 수익 창출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가장 좋은 사례가 카카오 게임하기이기 때문에 이는 일본, 중국 등 해외 여러 지역 모바일 관계자들의 관심사"라며 "카카오는 세계적으로도 주목받는 표본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부연기자 boo@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