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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멋대로' 법률규제, 인터넷경제에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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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 네이버 규제②]'덩치' 아니라 이용자 후생이 포인트

[정은미기자] 포털 시장의 독과점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이른바 '네이버 규제법' 만들기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자율성과 다양성을 기반으로 하는 인터넷 서비스에 대한 충분한 이해없이 자신의 이해 관계에 따라 규제강화론을 주장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날로 중요성이 커지는 '인터넷경제' 전반에 법적 규제라는 먹구름을 몰고 올 가능성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치권 내달 '네이버 규제법' 추진

새누리당은 창조경제 활성화, 민주당은 '을(乙) 지키기' 등의 이름으로 포털, 특히 네이버를 겨냥한 법률을 만들겠다는 계산이다. 일부 언론들은 네이버의 무료기사로 인해 자신들의 수익이 줄어드는 것을 염두에 둔 듯 노골적으로 네이버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이른바 네이버 규제법의 핵심은 네이버의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정'과 '검색정보 독점방지' 등에 초첨을 맞춰 포털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다.

이같은 법률이 통과되면 네이버는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신규 서비스를 시작할 때마다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민주당 전병헌 의원은 여기에다 검색 관련 데이터베이스(DB)를 일부 공개하는 검색정보 독점방지도 추진한다. 70% 이상의 검색시장을 차지하는 네이버 검색 로그 통계 등을 일종의 공공 DB로 판단한 셈이다.

새누리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는 지난 11일 포털의 독과점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는 정책 간담회를 열고 사실상 법률안 마련에 착수했다.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은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법률을 상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개인 자격으로 인터넷 시장의 공정한 환경을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전 원내대표는 지난달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에게 "인터넷 검색광고 시장에서 네이버가 75%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고, 지난해 매출이 1조478억원으로 '나 홀로 성장'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해 사실상 과도한 점유율이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다.

◆'네이버 규제법', 벤처 걸림돌 될라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는 네이버가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부당한 가격 결정과 소비자 이익 저해 행위 등 불공정 행위를 했는지 조사에 나선 상황이다.

앞서 지난 2008년 공정위는 네이버가 판도라티브이 등과 계약을 맺을 때 "시장지배적 사업자로서 판도라티브이 등의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방해했다"며 과징금 2억여 원을 부과했다. 그러나 네이버가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법원은 진입장벽이 낮은 인터넷산업 특성상, 단순 매출·검색 점유율만으로 시장 독과점 여부를 따질 수 없다며 네이버의 손을 들어줬다.

기존 전통산업과 달리 인터넷산업의 특성을 감안하면 일방적 규제시각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었다.

지난해 말 방송통신위원회가 1여 년 동안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과 함께 주요 부가통신사업자(인터넷기업)를 경쟁상황평가 대상에 포함시킬지 여부를 검토했다가 접은 것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방통위는 당시 매출이나 검색점유율만으로 규제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 셈이다.

우리나라와 중국, 러시아 정도를 제외한 전세계 국가에서 검색시장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구글의 예에서도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구글은 검색의 점유율이 높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수직계열화한 서비스를 내놓으며 인터넷세상을 장악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 역시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구글에 대한 감시의 시선을 떼지 않는다.

하지만 감시의 포인트는 경쟁과정의 공정성에 있으며, 검색엔진의 경우 일부 자사 생성 콘텐츠를 우대하는 것에 대해서조차 이용자의 후생에 반하지 않는다면 용인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미국 FTC는 2년여에 걸쳐 구글에 대해 집중 조사를 벌인 바 있다. FTC는 구글이 검색 알고리즘을 수정해 자사 콘텐츠를 검색 페이지의 상위에 위치시켰지만 경쟁 사업자에게 피해를 줄지 몰라도 인터넷 사용자가 검색에서 원하는 답을 보다 효과적으로 보여 주는 친경쟁적 효과가 더 크다고 판단해 문제삼지 않았다.

우리사회에 똑같이 적용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는 차치하고 포털을 중심으로 하는 인터넷 경제에서 어떤 관전 포인트를 가져야 하는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카이스트 권영선 경영과학과 교수는 지난 16일 MBC 100분 토론회에서 "네이버는 영리 기업이며, 각 포털의 전략이 모두 같을 수 없을 것"이라며 "모든 포털에 동일 규제를 가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섣부른 규제가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정부 규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이날 같이 참석한 서울대 이상승 경제학과 교수 역시 "점유율을 활용한 부당행위가 있다면 규제해야 하나, 덩치가 큰 기업이 있다고 해서 사업에서 발생하는 피해를 높은 지배력을 보유한 기업의 지배력 남용이라고 추론할 수는 없다"며 "이용자 후생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검색 서비스는 콘텐츠와 서비스로 많은 사용자를 모은 후 이를 기반으로 광고주 등으로부터 수익을 얻는 전형적인 양면시장이다. 끊임없는 혁신 경쟁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시장점유율이 높다고 해도 서비스 품질을 향상하고 이용자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끊임없이 발굴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도태된다.

최근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에서 글로벌 성공을 거둔 기업이 탄생하지 않는 이유를 분석한 기사에서 정부의 규제를 주요한 원인의 하나로 꼽았다. 이코노미스트는 '왜 아시아 인터넷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고전하는가'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글로벌 기업 탄생을 위해 적절한 결제시스템 확보와 과도한 규제 폐지가 필요하다"며 "인터넷 기업에 더 큰 성장 기회가 있음을 아시아 각국 정부가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규제가 인터넷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는 생각하지 못하는 정부에서는 기업 육성보다는 통제에 더 많은 힘을 쏟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과 같은 시장에서는 엄격한 규제가 기업 활동에 장애요인이 된다는 설명이다.

다음 출신의 청와대 김철균 전 뉴미디어비서관은 "정부가 직접적인 규제는 가장 마지막 단계에서 시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포털 규제강화를 걱정하는 목소리를 내는 이들은 인터넷 포털에 대한 사전 규제강화가 자칫 인터넷 산업 전반에 규제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혁신성을 해칠지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 IT산업은 성숙되지 못했고 급변하는 산업이라 한 시점에서 딱 잘라서 점유율이 높은 서비스라고 볼 수 없다. 세상은 모바일로 옮겨가고 있는데, 지나간 상황을 가지고 규제하려는 것과 같다"며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인터넷의 특성을 무시하고 정부가 독과점을 규제하는 건 오히려 혁신을 가로막을 뿐"이라고 말했다.

정은미기자 indiu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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