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기자] 현대자동차가 자사 차량의 광고를 SK플래닛에 넘겼다.
17일 현대차에 따르면, 이 회사는 다음달부터 방송될 쏘나타 하이브리드 광고를 최근 경쟁입찰을 통해 SK그룹의 SK플래닛에 발주했다.
현대차가 자발적으로 물류·광고 분야 일거리를 중소기업 등에 개방하겠다고 밝힌 뒤 실제 자동차 광고를 이노션이 아닌 곳에 넘긴 첫 사례다.
SK플래닛은 국내 주요 광고회사 5~6곳과 마지막까지 치열한 경합을 펼친 끝에 창의력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얻어 최종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쏘나타 하이브리드 광고 입찰에 이노션은 처음부터 참가하지 않았다.
2005년 광고 계열사 이노션이 설립된 뒤 현대차의 광고는 이노션이 줄곧 도맡아왔다. 현대차그룹 성장에 따라 이노션 매출도 급성장했고, 이에 따라 일감 몰아주기 지적을 받기도 했다.
대기업들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고 이에 따라 정치권 등에서 규제 논의가 본격화되자 지난 4월 현대차그룹은 올해 국내 광고 발주 예상 금액의 65%인 1천200억원과 국내 물류 발주 예상 금액의 45%인 4천800억원 등 총 6천억원가량을 중소기업에 발주하거나 경쟁입찰에 부치겠다고 발표했다.
회사 측은 이를 통해 연간 6천억원 가량의 새로운 사업기회가 중소기업 등에게 제공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발표 후 그동안 이벤트나 프로모션 대행 등에서 일부 물량을 중소광고업체 등에 배분하기도 했지만 현대차그룹이 광고 제작을 타사에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물량을 넘겨받은 업체가 대기업 계열사라는 점에서 동반성장 취지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광고 물량을 경쟁입찰로 개방한 것은 의미가 있지만 중소업체에 발주된 것이 아니어서 당초 현대차가 내세웠던 대-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이란 취지는 다소 퇴색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공정한 경쟁과 엄격한 심사를 통해 가장 우수한 업체를 선정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직발주 및 경쟁입찰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경쟁입찰 심사위원회'를 주요 계열사에 설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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