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기자] SK그룹이 세계 최대 석유화학 시장인 중국에 현지기업과 손잡고 한·중 역사상 최대 규모의 석유화학 공장 합작법인을 설립한다.
중동을 제외한 아시아지역 기업 중 중국 에틸렌 사업에 진출한 것은 SK가 처음이다. 중국은 그동안 원유나 자체 기술력을 보유한 일부 서구 메이저 회사와 중동 산유국 기업에 한해 에틸렌 합작사업 참여를 선별 허용해왔다.
SK이노베이션은 화학사업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이 28일 중국 베이징 조어대에서 중국 최대 국영석유기업인 시노펙(Sinopec)과 '우한에틸렌' 합작법인 설립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 프로젝트는 총 사업비가 3조3천억원 상당으로,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양국 기업이 참여한 석유화학 합작 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SK과 시노펙이 35대 65 비율로 설립하는 합작법인은 조만간 중국 상무부 비준을 거쳐 공식출범하게 된다.
양사는 최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 294만㎡ 부지에 나프타분해설비(NCC) 등을 갖춘 우한 에틸렌 공장을 완공했다.
에틸렌은 원유 정제과정에서 나온 나프타를 분해해 만든다. 폴리에틸렌(PE), 폴리염화비닐(PVC) 등 각종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 원료로 쓰여 '산업의 쌀'이라 불릴 만큼 중요성이 크다.
우한 공장은 연간 에틸렌 80만톤, 폴리에틸렌 60만톤, 폴리프로필렌(PP) 40만톤 등 약 250만톤의 각종 유화제품을 올 하반기부터 생산하게 된다.
이날 합작법인 서명식에는 구자영 SK이노베이션 부회장과 차화엽 SK종합화학 사장, 왕티엔푸 시노펙 총경리 등 양사 경영진이 참석했으며 박근혜 대통령을 수행해 중국을 방문 중인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배석했다.
SK종합화학 관계자는 "이번 합작 성사는 SK가 지난 40년간 축적한 세계 최고 수준의 석유화학 공장 운영 노하우를 인정 받은 결과"라며 "한국 석유화학 산업의 글로벌 위상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명 '우한 프로젝트'로 불리는 이 사업은 그동안 중국에 '제2의 SK'를 건설한다는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을 뚝심있게 펼쳐온 최태원 회장의 집념이 일궈낸 대표 성과로 꼽힌다.
최 회장은 지난 2006년 시노펙 CEO와 합작 추진에 합의한 이후 10여차례 중국 정부 및 시노펙 관계자를 면담하는 등 사업 추진을 진두 지휘했다.
김정기 SK이노베이션 홍보실장은 "SK는 7년간 공들인 '우한 프로젝트' 성사로 중국에 석유화학 생산기지를 확보함에 따라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며 "향후 국내 중소기업과의 동반 진출 등 부대 효과도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우한 에틸렌 사업은 SK종합화학이 시노펙과 공동으로 추진해온 3대 프로젝트 중 하나다.
SK종합화학은 2004년 연산 6만톤 규모의 상하이 용제공장을 합작 설립한 데 이어 올해 초 연산 20만톤 규모의 충칭 부탄디올(BDO) 공장 설립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하고 지난달 합작법인을 출범시키며, 본격적인 사업에 들어갔다.
정기수기자 guyer73@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