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권기자] 마이크로소프트(MS)가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 주도권을 놓고 경쟁을 벌이던 오라클과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에서 손을 잡았다.
MS와 오라클은 25일 전략적 제휴를 발표하고 MS 클라우드 이용자가 앞으로 오라클 기업용 소프트웨어도 편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두 회사는 숙적 관계였다. MS가 미국 법무부로부터 반독점법 소송을 당했을 당시 오라클이 反MS진영의 선봉장 역할을 자처했다. MS도 오라클이 타기업 인수를 발표할 경우 反오라클 움직임을 보였다.
이처럼 앙숙관계였던 두 회사가 과거를 잊은 듯 클라우드 사업에서 손을 잡은 것이다. MS가 클라우드 사업에서 오라클에 손을 내민 이유는 무엇일까?
◆IT시장 지각변동…클라우드 시장 잡아라
MS와 오라클은 90년대 이후 PC 대중화 시대가 열리자 이를 기반으로 PC용 운영체제(OS)와 DB 등 기간소프트웨어 분야의 최강 업체로 각각 성장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클라우드 컴퓨팅과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가 대중화 되면서 시장 상황도 급변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시장 확대로 PC 수요가 크게 감소했다. 이에 따라 델과 HP 등 PC 업체들이 실적 악화로 타격을 받고 있다. MS와 오라클은 아직 고수익을 유지하고 있지만, 올 2분기(3월~5월) 오라클의 매출 성장세가 0.3%에 그치자 오라클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특히 기업용 업무환경이 클라우드 컴퓨팅 기반으로 바뀌면서 패키지 소프트웨어 시장 수요도 예전같지 않다. 패키지 소프트웨어 강자인 MS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업무용 클라우드 서비스인 구글 앱스가 확산되면서 오피스 제품 매출이 줄어든 것.
게다가 대항마로 내세운 윈도 애저 등 MS 클라우드 서비스가 시장에서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다. 경쟁력 강화를 늦출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MS는 업무용 제품이 풍부한 오라클에 도움을 요청했고, 제품 활로를 모색중인 오라클이 화답해 제휴가 성사됐다.
◆최종 목표는 아마존 AWS 타도
MS는 오라클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기업용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 장악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이 시장은 아마존이 아마존웹서비스(AWS)를 내세워 사실상 독주하고 있다. 아마존 AWS는 기업용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의 산업표준으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이다.
아마존은 2006년부터 다년간 이 시장을 개척해왔다. 따라서 클라우드 시장 후발주자인 구글이나 IBM, MS 등이 아마존을 따라잡기란 쉽지 않다. 특히 4천개가 넘는 파트너사는 아마존 클라우드 생태계에 막강한 경쟁력을 제공하고 있다.
아마존은 이들 파트너사의 지원을 받아 어떤 유형의 기업 환경도 AWS로 구현할 수 있다. 반면 MS는 자사 기술 위주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해왔기 때문에 아마존과 제대로 경쟁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벤 스카터 맥쿼리캐피탈 애널리스트는 아마존이 지난해 클라우드 시장에서 21억 달러 매출을 올렸으며 올해는 그 액수가 38억 달러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MS는 지난해 10억 달러 수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MS는 이 약점을 오라클의 기술로 해소하려는 것. 이번 제휴로 MS는 윈도 애저 고객에게 자사 기술뿐 아니라 오라클 DB, 웹로직 서버, 오라클 리눅스, 자바 등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이들 기술이면 그동안 불가능했던 다양한 유형의 애플리케이션을 클라우드 기반으로 구현할 수 있다.
약점 해소로 MS 경쟁력이 아마존을 위협할 정도로 단기간내 급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MS 윈도 애저는 내부 시스템의 클라우드화에 치중해왔다. 윈도 애저는 현재 X박스 라이브를 포함해 빙, 오피스365, 스카이프, 다이나믹스 등의 자체 애플리케이션을 인프라형 클라우드 서비스(IaaS)로 제공하고 있다. X박스 라이브 가입자는 4천500만명으로 아마존의 넷플릭스(2천920만명)보다 2배 가까이 많다.
MS는 X박스 라이브와 같이 고가용성과 안정성을 요구하는 인프라형 클라우드를 구현하면서 기술력을 쌓아왔다. MS가 이 과정에서 축적한 노하우는 아마존에 필적할 만한 수준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MS가 이 노하우와 확장된 윈도 애저를 조화시켜 클라우드 시장을 적극 공략할 경우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안희권기자 arg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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