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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도 빌려본다…교보문고, '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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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400억원 목표…출판업계 반발은 변수

[박웅서기자] 교보문고가 전자책 회원제 대여서비스를 시작한다. 아이리버와 전용 전자책 단말기도 함께 개발해 출시한다.

20일 교보문고(대표 허정도)는 경기도 일산 킨텍스 전시장에서 '교보문고 e북 샘(SAM) 런칭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교보문고 '샘'은 일종의 정액제 서비스다. 기존 낱권 구매방식을 월간 또는 연간 회원제 방식으로 바꿨다. 가격대는 종이책은 물론 기존 전자책보다도 20~30% 더 저렴한 수준이다.

샘 서비스는 1년 또는 2년 계약으로 진행된다. 1년 계약은 '샘 티켓'이라는 이름으로 단말기와는 별도 판매된다. 2년 약정의 경우 매달 내야하는 금액이 조금 비싸지는 대신 단말기가 함께 지급된다.

회원제 가격은 총 3종류다. 1년 계약 기준 1만5천원, 2만1천원, 3만2천원으로 나뉜다. 각각 5권, 7권, 12권을 빌려볼 수 있다. 2년 계약의 경우 1만9천원, 2만4천원, 3만4천500원이다. 대여기간은 6개월이다.

회원제 종류 중 가장 비싼 3만2천원은 '가족도서관' 서비스다. 이 서비스에 가입하면 온가족이 개인 단말기로 책을 공유해 읽을 수 있다.

교보문고는 올해 '샘' 서비스 런칭을 통해 이 분야에서 올해 230억원 정도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한국판 킨들, 고해상도 전용 단말기 '샘' 공개

새로운 전자책 단말기 이름도 '샘'(모델명 EB12)이다. 국내 중소업체 아이리버가 교보문고와 함께 만들었다.

교보문고는 예전에도 아이리버나 퀄컴 등과 교보 단말기를 출시한 전례가 있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당시에는 단순히 완성된 제품을 받아 교보 브랜드를 붙이는 주문자 위탁생산(OEM) 방식이었다.

이번에는 교보문고가 초기 단계부터 적극 참여해 제품 개발을 주도했다.

새로운 e북 단말기 '샘'은 XGA급(1,024x758)의 E-잉크 디스플레이를 채용했다. 앞서 아이리버에서 출시했던 '스토리K HD'와 같은 고해상도로 기존 SVGA급 전자책에 비해 픽셀수가 63% 더 많아 선명하다.

쿼티키패드를 탑재하지 않아 제품 크기와 무게는 더 줄었다. 6인치 크기에 202g의 무게로 웬만한 태블릿PC보다는 훨씬 가볍다. 최근 등장한 5~6인치대 스마트폰과 비슷한 수준이다. 샘 단말기는 쿼티키패드 대신 충격에 강한 터치 패널 글래스가 적용됐다. 충격에 약했던 기존 단말기에 비해 강도가 60% 향상됐다는 것이 업체측 설명이다.

E-잉크 디스플레이는 백라이트가 없어 배터리 소모가 적다. 그만큼 장시간 책을 읽기 적합하다. 이 제품은 1천700mAh 리튬 폴리머 배터리를 내장했으며 한번 충전으로 300페이지 책을 최대 67권(2만 페이지) 이상 읽을 수 있다. 대기 시간은 최대 112일이다.

샘 단말기의 또다른 특징은 운영체제로 안드로이드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구형 버전인 진저브레드를 탑재했지만 전자책 단말기에 맞게 OS가 최적화됐기 때문에 사용하는데 불편함은 없다.

샘 단말기는 기본적으로 e-pub 포맷의 파일을 지원한다. 또, PDF는 물론 파워포인트, 엑셀, 워드 등은 물론 JPG, BMP, GIF, PNG 등 이미지 파일도 읽을 수 있다.

인터넷에서 전자책을 내려 받으려면 와이파이 기능을 이용하면 된다. 이와 더불어 어린왕자, 위대한 개츠비, 독일인의 사랑, 노인과 바다 등 세계문학 필독서 10권이 단말기에 기본 탑재돼 있다.

이 밖에도 글씨 크기, 폰트, 문단/줄 간격, 상하좌우여백 등을 바꿀 수 있는 에디터 기능과 북마크, 형광펜, 메모 등 편의 기능을 지원한다. 책을 읽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손가락으로 길게 터치해 동아 프라임 사전으로 뜻을 확인할 수 있다.

전용 단말기 가격은 14만9천원. 4GB의 내장 용량을 갖춰 약 3천권의 전자책을 저장할 수 있다. 부족한 사용자는 마이크로SD 카드로 최대 32GB까지 확장하면 된다. 제품 색상은 블랙과 화이트 두 가지다.

◆출판업계 반발…13만권 전자책 중 1만7천권만 이용

전자책 회원제를 모두가 반기는 것은 아니다. 특히 출판계에서 도서정가제 붕괴를 우려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국출판인회의가 지난 1월30일 성명을 내고 교보문고 회원제 서비스에 반대의사를 밝혔다.

출판인회의는 "이 서비스를 통해 완벽하게 동일한 전자책도 이용 형태에 따라 현격한 가격 차이가 존재하게 된다"며 "이는 도서정가제를 사실상으로 무력화시키고 전자출판 시장 질서를 교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특히 "중장기적으로는 전자책 낱권 시장뿐 아니라 종이책 시장의 도서 정가를 낮추고 판매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교보문고는 "샘은 기존 종이책 시장을 침해하지 않는다"며 "기존 시장과 별도로 새로운 수익이 창출될 것"이라고 대응하고 있다.

출판업계의 반발로 인해 아직 교보문고와 출판사간 계약도 더딘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원제 서비스는 그 성격상 교보문고가 각 출판사들과 협의를 거쳐야 한다.

현재 교보문고 e북 사이트에는 국내 최대 규모인 13만권 이상의 전자책이 구비돼 있지만 이번 '샘' 서비스로 대여할 수 있는 전자책은 약 1만7천권에 불과하다. 전제 전자책 콘텐츠 가운데 이용 가능한 콘텐츠가 약 10%에 불과한 셈이다.

이와 관련 교보문고 디지털 콘텐츠 소싱 박미영 팀장은 "일부 의사결정 지연 등이 남아 있을 뿐 많은 출판사들이 우리 서비스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현재 샘으로 대여 가능한 책이 1만7천권 정도가 맞지만 벌써 계약이 완료된 출판사가 북21, 다산북스 등 230여군데 정도 된다"고 설명했다.

교보문고 디지털 사업 운영팀 안병현 팀장은 "외서의 경우 저자와 단권 형태로만 계약돼 있어 조만간 해결 과정을 거치면 향후 콘텐츠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보문고는 특히 종이책 출판 시장의 하락은 피할 수 없다는 전망이다.

교보문고는 "종이로 인쇄된 출판 시장이 줄어드는 대신 전자책 시장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세계 시장에서 2016년까지 종이책은 연평균 2.3%씩 줄어드는 반면 전자책은 매년 30%씩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웅서기자 cloud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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