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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선진국, 이젠 '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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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선진국으로서 부작용 해결점 모색할 때"

[김영리기자] 국내 인터넷 연결 30년. 인터넷 보급률은 다른 선진국가들도 넘볼 수 없을 정도로 높고 네트워크 인프라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제는 무대를 모바일로 옮겨 모바일 인터넷 세상이 개화하고 있다.

인터넷은 빠른 발전 속도만큼 우리 삶에서 없어선 안될 존재가 됐다.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데 인터넷이 가장 먼저 앞서고 있다는 데에도 이견이 없다.

그러나 인터넷 문화는 기술의 빠른 발전 속도를 따라가기 힘든 모습이다. 인터넷 공간에서 발생하는 악성댓글을 통한 언어폭력, 마녀사냥, 명예훼손 등의 부작용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한국의 인터넷은 IT강국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새로운 비전과 가치를 필요로 한다. 인터넷의 발전 속도에 맞춰 정부와 업계, 이용자들의 성숙한 참여 문화와 자정노력을 심도 있게 모색할 때다.

◆ 사이버 왕따·마녀사냥…기술 발전 속도 못 따라가는 문화

지난해 여름 한 여고생이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학생은 모바일 메신저 대화방에서 수개월 간 집단 따돌림과 언어폭력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걸그룹 티아라 멤버 화영의 따돌림을 흉내 낸 '티아라 놀이'가 초등학생들 사이에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인터넷 상에서 좋아하는 연예인의 말투와 행동을 따라하는 '멤버놀이'도 등장했다.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멤버가 있으면 욕설을 날리거나 허위 사실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리는 방식이다.

국내 인터넷 이용률 78%. 인터넷경제 규모 G20 국가 중 2위.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지수 세계 1위. 우리나라는 각종 IT 지표에서 세계 1~2위를 다툴만큼 '인터넷 강국'으로 성장했다. 스마트폰 보급의 확대와 차세대 통신기술 4G LTE 상용화로 인해 무선 인터넷 역시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인터넷은 네트워크 인프라 등 기술 중심의 눈부신 성장을 거듭했지만 인터넷 윤리, 가치, 규범 등에 대한 이용자들의 윤리 의식과 성숙한 문화는 정착하지 못했다. 특히 위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10대, 20대 등 나이가 어릴 수록 악성댓글을 작성한 경험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세대별 악성댓글 작성 경험은 10대 48%, 20대 29%에 이르고 초등학생 악성댓글 작성 경험자의 73%는 욕설, 비속어가 담긴 글을 남긴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악플 작성에 대한 죄책감이 적으며 심지어 이 가운데 42.6%는 재미를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에도 이러한 인터넷 부작용으로 인해 탤런트 최진실 씨가 자살에 이르렀고 가수 타블로, 탤런트 김태희씨 등도 네티즌을 고소하는 등 잇따라 곤욕을 치렀다.

악성댓글로 인해 피해를 입는 이들은 비단 연예인, 운동선수 등 유명인 뿐 아니라 일반인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지하철 '개똥녀'의 신상털기와 방송출연 후 인기 연예인과 함께 찍은 사진을 찍었단 이유로 악성댓글에 시달려온 대전 여고생 자살도 대표적인 피해 사례다.

◆ 정부, 올바른 문화 정착 환경 조성 역할…규제는 NO!

전문가들은 기술의 발전에 따라 업계의 자율규제와 이용자들의 올바른 인터넷 윤리관 정립이 필요한 때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올바른 인터넷 문화가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되, 인터넷을 규제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거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인터넷윤리학회 신용태 부회장은 "인터넷은 기술과 서비스 측면에서 많은 발전을 이뤘지만 문화적, 의식적 측면에서는 부족한 면이 많다"며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촉매제가 필요한데, 오피니언 리더 뿐 아니라 이용자 스스로의 자정 노력과 함께 정부 차원에서도 민간 참여를 유도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역할을 해야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건전한 인터넷 문화 정립을 위해 법의 규제보다는 자율노력이 효과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황창근 홍익대 법대 교수는 "인터넷은 다른 매체보다 자율규제에 보다 적합한 특성을 갖고 있으므로 인터넷 윤리 문제를 법의 영역으로 편입하는 것은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 정부가 이용자들의 자정 노력을 지원하는 한편 이용자가 주체가 돼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인터넷문화 캠페인과 교육도 일부 펼치고 있다. 특히 청소년들이 올바른 인터넷 이용습관을 기를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뒀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전국 유·초·중·고등학생 및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범국민 인터넷윤리 교육'과 청소년들이 직접 참여하는 '한국인터넷드림단'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청소년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인기 연예인들과 함께 '아름다운 인터넷세상 만들기(아인세)' 운동도 진행했다. KISA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바람직한 인터넷 이용환경 조성을 주요 역점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도 이용자 표현의 자유를 신장함과 동시에 이용자 책임을 제고, 인터넷이 신뢰받는 정보소통의 장이 될 수 있도록 하는데 적극 나서고 있다.

인터넷 사업자들이 이용자 보호와 자율규제 등 사회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 설립된 한국인터넷자율기구(KISO)는 '자살예방에 관한 정책결정' '허위사실 관련 게시물 처리절차에 관한 정책 결정' 등 공정하고 투명한 정책 및 가이드라인을 수립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한국 인터넷의 아버지로 불리는 전길남 카이스트 명예교수는 "우리나라가 인터넷 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굉장하다"고 강조하지만 인터넷 선도국가로서 부작용에 대한 대처는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그는 "새로운 기술이 생겨나면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가 선도 그룹에 있으니 가장 먼저 겪는 것"이라면서도 "새로운 기회와 문제를 동시에 경험한 인터넷 선도국가로서 여러 부작용에 대한 해결점을 찾고 모범을 보이는 것이 인터넷 선진국의 역할"이라고 역설했다.

김영리기자 miracl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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