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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업계, 미세 공정 경쟁 잠정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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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대비 효과 떨어져…투자 회수 장기화 부담

[박계현기자]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서 미세 공정 전환 경쟁의 의미가 점차 퇴색돼 가고 있다.

미세공정을 위해 반도체 업체들이 투자하는 비용에 비해 이를 회수할 수 있는 수익성은 확보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세공정으로 저렴하게 생산한 메모리 반도체를 수용하는 전자산업의 규모가 사실상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지적 또한 나오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0월 업계에서 최초로 25나노 4Gb DDR3 D램을 양산했지만 지난 6일 열린 '삼성메모리솔루션CIO포럼 2012' 행사에서 이를 발표하며 예전과 달리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25나노 D램을 SATA SSD, 스토리지용 SAS SSD 제품과 함께 4세대 그린메모리 제품군을 공개하며 향후 가치를 전달하는 솔루션 사업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5나노 D램은 이전 세대와 같은 성능에 원가만 더 경쟁력 있게 만든 것일 뿐이고, 이번에 공개된 SSD의 경우 엄청난 노력을 통해 성능이 열배 넘게 개선됐다. 이제 공정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며 전략 변화의 이유를 설명했다.

과거와 달리 공정상 변화가 아니라 실질적인 제품의 개선율에 초점을 맞춰 마케팅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실제로 25나노 DDR3 4Gb 제품은 이전 세대인 3세대 28나노 D램에 비해 성능·소비전력 상 큰 차이가 없다. 25나노 제품은 18~20 와트, 20나노 후반대 제품은 18~22 와트의 전력소모량을 나타내며 7~17% 전력감소 효과가 크지 않았다.

D램의 미세 공정이 전환되는 과정 역시 ▲2009년 7월 40나노급 ▲2010년 7월 30나노급 ▲2011년 9월 28나노급 ▲2012년 10월 25나노로 10나노씩 개선되던 이전과 달리 20나노대 공정 내에서 1~3세대로 구분되는 등 개선폭이 크지 않다. 공정이 작아질수록 웨이퍼 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칩의 수가 늘어나는데, 개선폭이 크지 않다는 것은 예전에 비해 원가절감율이 높지 않다는 뜻이다.

삼성전자는 20나노급 3세대 D램의 경우 내년 상반기 양산할 예정이라고 밝혀 30나노급에서 20나노급으로 D램 공정의 전환이 끝나는 데까지는 사실상 2년 6개월에서 3년 정도가 걸린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선 보통 반도체 회로 간 폭을 10나노 단축하면 웨이퍼 한 장당 칩 생산량이 60%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칩 생산량을 60% 늘리는데 3년여의 시간이 투입된 것으로, 이 과정에서 삼성이 투자한 금액은 막대하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2010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메모리 반도체 부문 설비 투자에 약 23조 5천억원을 투자했다.

반면, D램의 주요 수요처였던 PC 산업은 지난 3년간 2010년 3억5천810만대, 2011년 3억6천508만대, 2012년 3억6천836만대(3분기 기준, 가트너)를 기록하며, 전년대비 성장률이 1.9%, 0.9%로 성장이 둔화되는 추세를 보였다.

반도체 산업이 미세공정 전환이나 라인 증설을 늘린 데 비해, 전방산업인 PC 산업 수요가 위축되면서 시장에선 수요-공급 불균형으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수익성이 높은 모바일 쪽 판매 비중을 점차 확대하며 돌파구를 찾아나가고 있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모바일 D램은 올해 전체 메모리 반도체 시장 매출의 21%를 차지했으며, 2013년에는 거의 30%에 다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국내업체가 지난 3분기 기준 기록한 매출은 전체의 약 70%이다.

삼성전자는 3분기 전체 메모리 매출의 45%를, SK하이닉스는 매출의 32%를 각각 모바일 D램에서 거둔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가 3분기 시장전망치보다 낮은 적자폭을 기록한 데는 모바일 D램을 중심으로 한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포트폴리오 개선이 성공적으로 이뤄진 덕이 크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D램 매출에서 PC제품이 30% 이하로 떨어진데 이어, 모바일 D램을 중심으로 한 비PC향 제품 등 고부가가치 제품비중을 늘리며 PC D램의 가격하락 영향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모바일 D램은 PC D램보다 수익성은 높지만 미세공정 적용 속도가 늦다. 모바일 기기에선 데이터량 집적보다 저전력 구현이 더 중요한데 미세공정 적용으로 인한 전력 소모 감소 효과는 점차 한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2013년 반도체 부문의 투자폭이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12년 D램 공급증가율이 30% 초반대가 될 것으로 예측되는데 비해 2013년 D램 공급증가율은 20~30%라는 예측치가 나오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김영찬 연구위원은 "2013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DRAM 업체를 포함해 대만 등 후발 업체까지 보수적인 설비 투자에 나설 전망"이라며 "EUV(Extreme Ultra Violet, 반도체공정의 핵심인 노광공정 장비)의 생산성 문제까지 더해져 미세화 속도 저하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EUV는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레이저 빛을 만들어 마스크에 비추는 노광(Lithography) 공정을 수행하는 장비로 20나노 이하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장비다. 회로를 정교하게 그리는 EUV가 도입될 경우 현재의 반도체 공정에서 증착·에칭·세정·박리 등의 공정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기존 장비 대비 비용을 33%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장비 가격이 대당 1억달러로 추정되는 등 가격이 비싸고 시간 당 웨이퍼 처리량이 아직 업계의 요구수준에 미치지 못해 개발 중에 있다.

업계에선 전체 노광장비 업계 매출의 81%를 점유하고 있는 ASML사의 노광장비가 시간당 웨이퍼 처리량이 125장을 넘어서는 시점부터 반도체 공정 미세화가 다시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ASML 사가 밝힌 장비 양산시기는 2014년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EUV 양산화가 되기 이전까지 공정 단순화 쪽이나 장비·재료 원가절감을 통해 생산성 있는 공정을 개발해 나가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NH농협증권 이선태 연구원은 "메모리 부문은 이미 후발 업체와의 격차가 충분히 벌어졌기 때문에 무리한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한 경쟁 필요성이 낮다"며 "시장점유율 경쟁보다는 업황 안정화를 통한 수익성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계현기자 kopil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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