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재판의 채점관 역할을 할 9명의 배심원들은 IT 쪽 문외한이다. 가정 주부를 비롯해 배관공, 전기 기사 등에 종사하고 있다.
삼성과 애플이 배심원 평결지침(jury instruction) 문구를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던 것도 그 때문이다.
21일(현지 시간) 미국 새너제이 지역법원에선 삼성, 애플 특허소송의 마지막 절차가 진행됐다. 하나는 양측의 최후 변론. 그리고 또 하나는 바로 재판을 이끌고 있는 루시 고 판사가 배심원 평결 지침을 발표하는 순서였다.
◆총 7개 분야 86개 항목 규정
삼성, 애플 변호사들이 막판까지 신경전을 벌였던 평결 지침은 분량만 109쪽에 달한다. 외신들에 따르면 이날 루시 고 판사가 평결 지침을 읽는 데만 2시간 30분이 걸렸다.
이번 배심원 지침은 총 7개 분야 86개 항목을 규정하고 있다. 각 분야는 이번 재판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부분이다.
일반적인 지침을 비롯해 ▲실용특허 ▲디자인 특허 ▲유인과 고의성 ▲트레이드 드레스 ▲계약 ▲반독점 지침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 소송에서 자주 등장하는 트레이드 드레스란 색채, 크기, 모양 등 제품의 고유한 이미지를 형성하는 고유한 지적재산권을 의미한다.
일반적인 지침은 배심원들의 일반적인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이를테면 법정에서 제시된 증거에 따라 공정하게 평결하라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물론 증거란 어떤 것인지와 같은 기본적인 규정도 담고 있다. 변호사들이 법정에서 주장한 것이나, 이해를 돕기 위해 참고 자료로 제시된 도표 같은 것들은 증거로 간주해선 안 된다는 지침도 있다.
눈에 띄는 부분은 증거 자료로 배심원들에게 배포된 단말기 이용 지침이다. 평결 지침에 따르면 규정된 소프트웨어 이외 것들은 다운받지 못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배심원들은 앱이나 음악, 사진 같은 것들을 다운받는 것이 금지돼 있다.
◆실용 특허 판결 땐 두 제품 직접 비교 금지
이번 재판의 이슈 중 하나는 삼성의 실용 특허를 애플이 침해했는지 여부다. 따라서 평결 지침에는 이번에 이슈가 된 실용 특허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인지에 대한 설명이 담겨 있다.
특허 침해 여부는 크게 두 단계를 통해 판결하도록 규정했다. 우선 특허권이 어디까지 규정하는 지에 대해 결정한 뒤 삼성이나 애플이 문제가 된 특허권을 침해한 제품을 미국 내에서 생산, 이용, 판매 제공했는지 여부를 결정하라고 규정했다.
이번 지침에선 또 특허 침해 여부를 평결할 때 삼성과 애플 제품을 서로 비교하지는 말라고 당부했다. 대신 문제가 된 제품과 상대편의 주장을 서로 비교한 뒤 결정을 하도록 했다. 또 발명에 대해 정확하게 문서로 설명되어 있는 특허권만 유효한 것으로 인정하라고 규정했다.
인텔 칩과 관련된 부분에 대한 부분도 있다. 삼성의 실용 특허 주장에 대해 애플은 그 중 일부는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인텔 칩을 사용하면서 소멸됐다고 맞서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선 크게 세 가지 점을 고려하도록 했다.
즉, ▲삼성과 인텔 간의 라이선스 계약에선 애플에 대한 통신 칩 판매를 허용하고 있는지 ▲통신 칩 판매가 미국 내에서 이루어졌는지 ▲인텔 통신칩이 이슈가 된 삼성 특허권의 핵심 부분을 이루고 있는지 등이 주요 이슈라는 것이다.
◆디자인 특허권은 전체적인 외양 비교부터
디자인 특허 관련 지침 역시 문제가 된 디자인 특허에 대한 설명과 함께 주요 쟁점들이 담겨 있다. 이와 함께 디자인 특허권 침해 여부를 판결하는 기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번 지침에선 디자인 특허권 침해 여부를 판결할 때는 일단 전체적인 모양부터 비교하라고 규정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삼성 제품이 애플의 디자인과 근본적으로 같은 것으로 판단될 경우엔 해당 제품들이 미국 내에서 만들어지고 판매됐는 지 등을 검토해야 한다. 이 두 가지 조건이 모두 해당되면 디자인 특허권을 직접 침해한 것으로 간주된다.
아울러 디자인 특허권 침해 여부를 판단할 때는 선행 기술과의 비교도 중요한 절차가 될 것이라고 규정했다. 루시 고 판사는 이번 지침에서 디자인 특허 침해 여부를 판결할 중요한 팁도 몇 가지 제공했다.
디자인 특허 침해 여부를 판결하는 데 있어선 애플 특허권의 유효성 역시 고려해야 할 요소다. 따라서 이번 지침에선 삼성이 애플 특허권을 무력화하는 데 성공했는지 여부도 중요하게 고려하라고 규정했다.
이와 함께 애플이 이번에 이슈가 된 디자인 특허권을 취득한 날짜도 명기해 선행기술과 비교 때 참고하도록 했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