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기자] "소셜 미디어가 한계에 부닥친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있는 것인가?"
하늘을 찌를 듯 치솟던 소셜 미디어 거품이 순식간에 가라앉고 있다. 페이스북을 비롯해 징가, 판도라, 그루폰 등 인기 소셜 미디어들이 주가 하락에 시달리면서 시가 총액이 폭락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SNS 거품이 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SNS 거품이 제2의 닷컴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선 여전히 SNS의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반론을 내놓고 있다. 지금의 소셜 미디어들은 2000년 당시 무기력하게 붕괴됐던 닷컴들에 비해선 훨씬 탄탄한 비즈니스 모델을 자랑한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징가 주가 폭락에 "봄날은 갔다" 비판
SNS 대표주로 꼽히는 페이스북은 최근 들어 주가가 20달러 내외로 뚝 떨어졌다. 지난 5월 기업공개(IPO) 가격인 38달러의 절반 수준까지 하락했다. 공모 당시 1천40억달러에 달했던 시가 총액도 뚝뚝 떨어지고 있다.
그나마 페이스북의 상태는 낫다. 시티빌, 팜빌 등 인기 소셜 게임으로 유명한 징가의 주가는 3달러에도 채 미치지 못한다. 지난 해 말 10달러에 공모했던 점을 감안하면 비참하단 말로도 모자란다. 대표적인 소셜 커머스 사이트인 그루폰의 사정도 징가가 비슷하다. 공모가와의 비교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다.
물론 주요 소셜 미디어 기업의 주가가 폭락하는 것은 '외양'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부실한 실적' 때문이다. IPO 이후 처음으로 공개된 페이스북의 분기 성적표는 처참했다. 지난 2분기에 1억5천700만 달러 순손실을 기록한 것. 게다가 페이스북 내 가짜 계정이 8천300만개에 달한다는 소식 역시 투자자들에겐 불안감을 안겨줬다.
페이스북이 야심적으로 선보인 광고 상품도 기대만큼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머큐리뉴스에 따르면 페이스북에서는 다이어트 식품이나 남녀 연결 서비스 처럼 즉각적인 반응을 유발하는 상품은 광고 효과가 큰 편이다. 가까운 사람들끼리 커뮤니케이션하는 사이트 특성상 입소문이 곧바로 확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분야 광고들은 그다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특히 브랜드 광고를 하는 업체들은 페이스북 광고 효과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달 실적을 공개한 징가 역시 2분기 매출액이 3억3천250만달러로 월가의 전망치(3억4천310만 달러)를 밑돌았다. 인수 비용 지출 때문이긴 하지만 어쨌든 분기 손실액도 2천280만 달러에 달했다.
돈 못버는 닷컴에게 호되게 당한 경험이 있던 투자자들에겐 간판 소셜 미디어들의 실적 부진이 예사롭지 않게 받아들여졌다. 9억 명에 달하는 페이스복 가입자 숫자보다는 1억5천만 달러에 달하는 손실 액수를 더 크게 보기 시작한 것이다.
또 다른 스타 소셜 미디어인 트위터는 최근 계정 삭제 문제로 한바탕 홍역을 치뤘다. 트위터가 올림픽 중계 파트너인 NBC를 비판한 영국 기자 계정을 삭제했다가 거센 비판이 쏟아지자 다시 복구해 준 것. 이 사건으로 트위터의 대외 신인도는 크게 하락했다.
◆"주가 보다 기업을 봐야"…월가 조급증 비판
하지만 'SNS 거품론'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가 아직 기대만큼 수익을 내지는 못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비관적인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온라인 마케팅 회사인 디딧(Didit) 공동 창업자인 케빈 리는 5일(현지시간) 머큐리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소셜 미디어는 지금 성장통을 앓고 있다"면서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납득할 정도 수준으로 돈을 벌어들이기만 한다면 여전히 엄청난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소셜 미디어들은 아직 만족할만한 수익 모델을 만들어내진 못했지만,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비록 엉터리 계정이 많긴 하지만 여전히 9억 명에 이르는 페이스북의 이용자 기반은 매력적이다.
따라서 모바일 사업을 비롯해 페이스북이 선보일 각종 비즈니스 모델을 좀 더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는 것이 '소셜 미디어 거품론'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사람들의 주장이다.
소셜 미디어 중에서도 탄탄한 펀더멘털을 자랑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는 점 역시 주목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온라인 리뷰 전문 사이트인 옐프다. 옐프는 올해 2분기 매출이 3천270만달러로 1년 전에 비해 무려 67%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비즈니스 전문 SNS 사이트인 링크드인 역시 월가 투자자들을 기쁘게 하고 있다. 2분기 매출이 89%나 증가하면서 월가 전망치를 가볍게 넘어섰다.
이와 관련 머큐리뉴스는 월가 애널리스트들이 주가에 지나치게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가보다 더 중요한 것이 기업이란 것이다.
벤처캐피털(VC)인 라이트스피드 벤처 파트너스의 제레미 류는 머큐리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월가 데이 트레이더들은 어제와 오늘 주가만 뚫어지게 쳐다본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보다는 기업들이 사람들이 기꺼이 지불하려는 상품을 개발했는지,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는지 같은 것들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 때 실리콘밸리를 뜨겁게 달궜던 소셜 미디어 바람. 하지만 최근 페이스북, 징가, 그루폰 등 간판 기업들이 연이어 부진한 성적표를 내놓으면서 천덕꾸러기로 전락하고 있다.
과연 소셜 미디어 광풍은 '한여름 밤의 꿈'처럼 허무하게 사그라질 것인가? 아니면 만년 유망주 딱지를 떼고 '제2 닷컴 붐'의 밑거름이 될 것인가? 지금 실리콘밸리에선 소셜 미디어의 가능성을 놓고 뜨거운 여름보다 더 뜨거운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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