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크로싱, 엔론 등의 부실 회계 파문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미국 시장에 매머드 급 스캔들이 예고되고 있다.
미국 전역을 또 한차례 뒤흔들고 있는 주인공은 제2의 장거리 전화 회사인 월드컴. 월드콤은 25일(이하 현지 시각) 2001년과 2002년 1분기 동안 39억 달러에 달하는 회계조작을 통해 수익을 과잉 계상했다고 발표했다.
월드컴의 이 같은 발표 직후 전세계 증시가 동반 하락하는 등 벌써부터 엄청난 파장이 예고되고 있다.
◆ 비용을 자본지출로 분식 결산
월드컴은 현재 약 2천만 명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장거리 전화 대표 주자. 지난 1999년 주가 64.50 달러를 기록하면서 전성기를 구가했던 월드컴은 수 십 건의 기업 인수를 통해 이 부문 강자로 떠오른 회사다.
월드컴은 특히 미국 장거리 전화 시장의 26%를 점유, AT&T(38%)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3위는 12%를 점유하고 있는 스프린트.
월드컴은 지난 해 14억 달러 순수입, 올해 1분기에는 1억3천만 달러의 순수입을 올렸다고 발표한 바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수익이 비용을 자본 지출로 기록하는 부정회계에 힘입은 것이란 점.
통신 애널리스트인 톰 로리아는 USA투데이와의 인터뷰를 통해 “회계 부정이 없었다면 월드컴은 지난 해 15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월드컴은 회계 부정의 책임을 물어 스콧 설리반 CFO를 전격 해임하는 한편, 데이비드 마이어스 수석 부사장의 사표를 수리하는 등 진화에 나서고 있다.
이번에 해고된 설리반 CFO는 지난 1990년대 중반부터 월드컴의 회계 관행을 확립한 인물. 당시 2류급 통신 회사였던 월드컴이 지난 1998년 300억 달러에 MCI를 인수하면서 특급 통신회사로 탈바꿈한데는 설리반의 공이 큰 것으로 평가돼 왔다.
◆ “월드컴 파산은 시간 문제” 분석 팽배
현재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월드컴의 회계 관행에 대한 정밀 실사에 착수하는 한편 이 회사를 사기 혐의로 제소했다.
부시 대통령 역시 기업 회계부정 척결의지를 강력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 대통령은 캐나다의 알버타에서 열리고 있는 G8 정상회담 연설을 통해 “주주나 임직원을 불문하고 책임 있는 사람들을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도 월드컴 스캔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 방침을 밝히고 있다.
지난 1998년 장기 전화 회사인 MCI를 인수한 바 있는 월드컴은 300억 달러에 달하는 부채를 상환하지 못해 고전하고 있다. 특히 이 회사는 지난 달 신용등급이 정크 본드 단계로 추락한 데다 주가 역시 올들어 94%가 폭락하는 등 바닥을 헤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지난 1999년 6월 주가 62 달러를 기록하면서 1천153억 달러까지 치솟았던 월드컴의 기업 가치는 10억 달러 이하로 폭락했다.
CFO 해고를 비롯한 강경 조치에도 불구하고 월드컴의 파산은 시간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재 현금 보유고가 어느 정도 되는 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월드컴 생존에 필요한 50억 달러 가량의 신용 한도를 제공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될 경우 엔론, 아델피아 등을 뛰어 넘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파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신용등급도 잇단 하락
부정 회계 소식이 전해지던 지난 26일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월드콤 신용 등급을 ‘B+’에서 ‘CCC-‘로 다섯 단계나 떨어뜨렸다.
S&P는 “SEC가 월드콤의 부정회계 조사에 착수함에 따라 이 회사가 은행들과 진행 중인 신용한도 설정문제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월드컴은 현재 50억 달러 규모의 신규 신용한도 개설을 두고 은행들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월드컴의 분식회계는 전 세계 주식 시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특히 통신주들은 직격탄을 맞고, AT&T와 버라이존 등이 모두 하락했다. 또 시스코, 루슨트, 주니어네트웍스 등도 일제히 하락세를 기록했다.
월드컴이 파산할 경우 고객들이 적잖은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은 불문가지다. 하지만 애널리스트들은 월드콤 자산은 경쟁 업체인 지역 벨 회사에 인수도리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데이터 네트워크에 의존하고 있는 비즈니스가 많은 피해를 입긴 하겠지만 필요할 경우엔 서비스를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존 시저모어 CEO는 “월드콤은 앞으로 두 분기 동안은 만기 부채가 없다”면서 “고객들에게 피해를 입히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월드컴은 오는 28일부터 전 직원의 21%에 달하는 1만7천 명 감원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