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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 삭제' 삼성-애플 소송에 어떤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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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심원, '불리한 추정' 우려…30일 본안 소송에 관심

[김익현기자] "이메일 삭제 변수가 어떤 영향을 미칠까?"

삼성과 애플 간의 역사적인 특허 소송을 불과 닷새 앞두고 변수가 등장했다. 연방 판사가 삼성이 증거자료로 쓰일 가능성이 있는 이메일 자료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애플의 주장을 받아들인 때문이다.

캘리포니아법원의 폴 그레월 연방판사는 25일(현지 시간) "삼성이 (자료 보존) 의무가 발생한 이후에 증거 자료를 제대로 보존하지 못했다"면서 "(이런 행위는) 증거인멸(spoilation of evidence)이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결정문은 소송을 담당하고 있는 루시 고 판사를 통해 배심원들에게 전달됐다.

◆"애플에 유리한 자료 파기된 것으로 추정할 수도"

삼성과 애플은 오는 30일부터 캘리포니아 법원에서 특허 소송을 시작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메일 삭제' 변수가 등장함에 따라 소송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물론 이메일 삭제건을 어떻게 받아들일 지는 전적으로 배심원들이 판단할 부분이다. 하지만 삭제된 이메일에 담긴 내용이 쟁점으로 부각될 경우 배심원들이 삼성 쪽에 '불리한 추정(adverse inference)' 을 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삼성에겐 판사의 이번 통보가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허 전문가인 플로리언 뮐러는 "배심원들은 애플에게 유리한 증거 자료가 파기되었을 것으로 추정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삼성 쪽 변호사들에겐 악몽 같은 일이 틀림 없다"고 평가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부분은 삼성전자가 아이패드2 출시 직후인 지난 2011년 3월 5일 개최한 전략회의 내용이다. 공개된 그레월 판사의 명령문에 따르면 최지성 부회장이 참석했던 당시 회의에서 삼성은 아이패드2에 맞서 삼성 갤럭시 탭 10.1을 좀 더 경쟁력 있는 제품으로 만드는 부분에 대해 논의했다.

이메일 자료 파기는 삼성의 이메일 자동 삭제 시스템 때문에 생긴 일이었다. 삼성은 기밀 정보 유출 방지를 위해 모든 이메일은 저장하지 않을 경우 2주가 지나면 자동 삭제되도록 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물론 삼성 쪽에서 관련 자료를 고의로 파기했다는 증거는 없다. 그레월 판사 역시 악의적으로 증거 자료를 소각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소송 자료만 3천840만 쪽 달해

이번 사안에 대해 삼성은 "경쟁 제품을 벤치마킹하는 것은 '말 그대로 늘상 있는 일(perfectly normal)'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애플 아이패드2 역시 예외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 입장에선 당시 회의 자료를 중요한 증거로 생각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메일 자동 시스템 때문에 자료가 파기된 것이라면 그럴 가능성도 많다.

문제는 그 때문에 삼성 쪽에 '불리한 추정'이 적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배심원들이 파기된 자료에 애플 쪽에 유리한 내용이 담겨 있을 것이라고 추정할 경우 삼성의 소송 전략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삼성 쪽이 해당 자료가 중요하지 않다는 입증 책임을 지게 된다.

플로리언 뮐러에 따르면 삼성과 애플 간의 특허 소송에는 3천840만 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자료가 동원됐다. 배심원들이 이 모든 자료를 다 열람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특정 자료만 집중적으로 부각되는 점 역시 삼성에겐 결코 유리할 것 없는 상황이다.

◆기술적 이슈 많아 그 자체로 핵심 쟁점 되진 않을 듯

특허권 침해를 집중적으로 다루게 될 이번 재판에선 기술적인 이슈들이 집중 논의될 가능성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삼성이 이메일을 자동 삭제했다는 부분은 그 자체로 핵심 쟁점이 될 가능성은 적지 않다.

하지만 전체적인 맥락에서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 배심원들이 삼성에 대해 갖는 인식에 부정적인 효과를 몰고 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허 전문가인 플로리언 뮐러는 "소송이 시작된 이래 삼성은 증거 보존 관련 규정을 잘 지켜왔다"면서도 "하지만 법적으론 소송은 '합리적으로 예측 가능한(reasonably foreseeble)' 것으로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문제가 된 회의는 애플이 삼성을 제소하기 한 달 전에 열린 것이다. 하지만 당시 정황상 애플과 삼성 간의 소송이 벌어질 것이란 예상은 충분히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배심원들이 삼성 임원이라면 관련 자료에 대해 좀 더 신중한 입장을 보였어야 한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렇게 될 경우 삼성 입장에선 '별 것 아닌 자료' 때문에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이 뮐러의 주장이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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